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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반도체 '쩐의전쟁'…상반기 시설투자는 삼성이 1위

반도체 시설·R&D 투자 경쟁 본격화
낸드플래시 2·3위 합병설…지각 변동 이뤄지나

 
 
사진은 화성사업장 클린룸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치열한 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 인텔, TSMC 등 글로벌 선두를 달리고 있는 기업들이 앞다퉈 천문학적인 시설투자 계획을 내놓은 데 이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인수·합병(M&A)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반도체 집적도 기술력을 선점하기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도 한창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패권 확보를 위한 '쩐의 전쟁'이 본격화한 것이다.  

 

2·3위 합병 시 '1위 삼성' 점유율 턱밑까지 추격 

 
바람 잘 날 없는 반도체 시장에 또 하나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키옥시아(옛 일본 도시바메모리)와의 합병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웨스턴디지털사는 낸드플래시 점유율 3위이고, 키옥시아 점유율 2위 기업이다.
 
WSJ은 양사의 합병 논의가 오래전부터 진행돼 왔고 이르면 9월 중순 협상이 타결될 수 있다고 전했다. 거래대금은 200억 달러(약 23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며 웨스턴디지털이 주식으로 거래대금을 지불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의 거래가 성사되면 2020년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플래시 부문을 인수 계약 당시 지불했던 10조원 보다 두 배 큰 초대형 M&A가 이뤄지는 셈이다.
 
낸드플래시 2·3위가 손잡으면 부동의 1위인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턱밑까지 추격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분기 기준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18.3%와 14.7%다. 두 회사가 합쳐지면 산술적으로만 34%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1위인 삼성전자(34%)를 넘볼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마무리하면 SK하이닉스의 점유율도 20%에 달한다. 그동안 2위부터 6위까지의 점유율 차이가 크지 않았던 낸드플래시 시장이 새로운 3강 구도로 재편될 수 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양사 간 결합이 가시화된다면 낸드 시장은 사실상 3강 체제로 바뀔 것”이라며 “각 사가 보수적으로 시설 투자를 전개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실리콘 웨이퍼 시장 등 이미 과점화된 업종처럼 낸드 공급사 점유율이 중장기적으로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합병 이후 점유율의 변동은 있을 수 있지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매출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키옥시아는 도시바 때부터 이미 반도체 양산력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지만, 한국 기업 메모리반도체는 낸드플래시보다 D램의 매출 비중이 훨씬 높고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낸드플래시의 적층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다”며 “내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200단 이상의 낸드플래시를 개발해 양산할 가능성이 높아 두 기업의 합병으로 인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받을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21조 vs TSMC 17조 vs 인텔 14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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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투자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반도체 ‘쩐의 전쟁’은 메모리반도체만의 얘기가 아니다. 최근에는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시스템반도체에 투자와 R&D가 더 집중돼 있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미국 인텔 모두 천문학적인 시스템반도체 투자 계획을 내놨다.  
 
상반기 성적만 보면 삼성이 가장 많은 돈을 투입했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반도체 시설투자(CAPEX)에 20조9000억원을 썼다고 공시했다. 인텔은 상반기 13조5720억원을, TSMC는 17조3277억원을 투입했다.  
 
앞으로 쓰겠다고 발표한 금액은 더 크다. 삼성전자는 지난 24일 ‘3년간 240조원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삼성이 발표한 투자 계획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업계에서는 이 중 약 60%에 해당하는 150조원을 반도체에 쓰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TSMC 역시 역대 최대 금액을 베팅하며 승부를 걸었다. TSMC는 지난 4월 2023년까지 3년간 약 11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인텔은 지난 3월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며 약 22조원을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새로운 공장 두 곳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팻 갤싱어 인텔 CEO는 최근 WSJ과의 인터뷰에서 “반도체 업계의 합병 추세는 계속될 것이며 인텔이 산업의 통합자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하며 새로운 M&A를 암시하기도 했다.  
 

삼성, GAA로 TSMC 3나노 따라잡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과 EUV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삼성전자]
시설투자뿐 아니라 R&D 투자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특히 3㎚(나노미터·10억분의 1m) 나노미터 공정개발과 양산을 두고 삼성전자와 TSMC의 대결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반도체는 초미세공정을 통해 웨이퍼에 정밀한 회로를 그려 넣는 집적화가 기술력의 척도다. 광원의 굵기가 가늘고 회로 선폭이 좁아질수록 처리속도는 빨라지고 전력 소비는 낮아진다. 하나의 웨이퍼에서 많은 칩을 생산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도 높아진다.  
 
대만 매체는 TSMC가 내년 7월부터 3나노 반도체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 역시 늦어도 2022년에 3나노 반도체를 양산하겠다고 공언했다. 삼성전자는 TSMC보다 양산은 조금 늦더라도 기술력으로 경쟁우위를 점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초미세공정에서 활용하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도입했다. GAA 공정은 전류 흐름을 조절하는 트랜지스터의 구조를 개선해 성능을 향상한 차세대 공정기술이다. 기존 핀펫(FinFET) 기술보다 반도체 트랜지스터 구조를 개선한 차세대 공정 기술이다. TSMC는 3나노를 기존 핀펫 공정으로 제조하고 2나노부터 GAA 공정을 도입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3나노 양산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면서 TSMC보다 성능이 높은 3나노 반도체를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정은승 삼성전자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5일 온라인으로 열린 삼성 테크&커리어 포럼 기조연설에서 “경쟁사(TSMC)보다 GAA 기술을 먼저 개발하고 있다”며 “이 기술을 확보하면 파운드리 사업이 더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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