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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면 나도 한다!”인터파크 놓고 야놀자·여기어때 맞대결

야놀자·여기어때, 인터파크 인수전 참여 유력
‘슈퍼앱’ 야놀자 vs ‘반격의 서막’ 여기어때

 
 
인터파크 홈페이지 화면. [사진 인터파크 캡처]
“네가 하면 나도 한다!”
 
한때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행했던 이 말은 텔레비전 밖에서도 곧잘 쓰인다. 라이벌 관계인 기업들을 설명할 때가 그렇다. 멀게는 재벌그룹인 삼성과 현대, 가깝게는 종합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좋은 예다. 그리고 숙박·여행 플랫폼에서도 숙명의 라이벌이 있다. 야놀자와 여기어때다.
 
두 회사는 최근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를 놓고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인터파크 최대주주인 이기형 대표는 지난 7월 보유 지분 28.41%(특수 관계인 지분 포함)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경영권을 내놓겠단 의미다. 이를 인수할 뜻이 있는 회사는 매각 주관사로부터 투자설명서를 받아간다. 그런데 야놀자와 여기어때가 나란히 인터파크의 투자설명서를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런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진 않는다. 설명서를 받기 전 비밀유지 계약을 맺기 때문이다. 두 회사 역시 “아는 바가 없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업계에서 이 말이 뜻하는 바는 미묘하다. ‘사실이 아니다’라는 뜻과는 다르다. 
 
두 회사가 맞부딪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9년 말 매물로 나온 호텔 예약 스타트업 ‘데일리호텔’을 놓고 처음 맞붙었다. 모텔 예약 위주로 성장하던 두 회사가 호텔로 사업을 넓혀가던 때였다. 데일리호텔을 품으면 단박에 제휴 호텔 수를 늘릴 수 있었다. 결국 이 업체를 인수한 곳은 야놀자다. 600억원을 써 지분 78.75%를 얻었다.
 
한 해 뒤에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번엔 해외여행 플랫폼을 만든 스타트업 ‘트리플’이 대상이었다. 이 업체는 동행인과 여행 일정을 공유하고, 동선에 따라 맞춤형 여행상품을 제안하는 서비스로 인기를 얻었다. 여기어때는 투자를 검토하다 중단했고, 야놀자는 100억원을 투자했다. 야놀자는 이밖에도 국내외 객실관리시스템(PMS) 업체를 차례로 인수했다.  
 

“코로나 불황 길수록 미래 이익 커질 것”

공격적으로 덩치를 키운 야놀자와 달리, 여기어때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을 놓고 신중했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기존에 하던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모기업인 CVC캐피탈이 투자에 소극적이란 말은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현재 여기어때는 여행사 인력을 채용해 해외여행 서비스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성과는 야놀자가 앞선다. 4년 전인 2017년 엇비슷하던 매출은 지난해 두 배 이상으로 벌어졌다. 연결 기준으로 야놀자는 2888억원, 여기어때는 1287억원을 벌었다.  
 
그런 야놀자로선 인터파크를 품으면 국내 시장에서 쐐기를 박을 수 있다. 인터파크는 국내선 온라인 항공권 예약 시장에서 20%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여행업체 중 1위다. 또 공연 티켓 예약에선 70%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 자리에 있다. 이를 야놀자 앱 안으로 끌어들이면, 여행의 시작부터 끝까지 앱 하나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단 ‘슈퍼 앱’에 한 발짝 다가선다.  
 
여기어때 입장에서 보면 인터파크는 반격의 실마리다. 여기어때는 인수합병에 신중했던 지난 시간 ‘고객경험 강화’를 화두로 내걸었다. 같은 여행을 하더라도 좀 더 풍성한 경험을 하도록 하고, 이를 바탕으로 재방문율을 높이겠단 것이다. 이를 위해 여행 콘텐트를 설계하는 MD 역량을 키워왔다. 투어·공연 등 인터파크에서 파는 다양한 콘텐트와 결이 다르지 않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이어지는 저조한 실적은 부담이다. 인터파크는 지난 2분기에만 매출액 701억원에 영업손실 91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증권계에선 ‘일단 살아남으면 보상받는다’는 말이 나온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고통이 길어질수록 여행 재개를 가정(2023~2024년)한 시점의 이익 추정치가 높아지는 아이러니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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