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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또 친환경’…ESG 속도 내는 현대중공업그룹

해상용 이산화탄소 주입 플랫폼 등 탄소 포집‧저장 시장 선점
수소지게차 개발‧수소연료전지 사업 진출 등 수소 로드맵 속도

 
 
울산 현대중공업 도크 전경. [사진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그룹이 조선, 정유, 건설기계 등 주력 사업 전반에서 친환경 전환을 꾀하고 있다. 조선 사업에선 한국형 해상용 이산화탄소 주입 플랫폼을 개발했으며, 건설기계 사업에선 1~3톤급 소형 수소지게차 개발에 나섰다. 여기에 정유 사업 등을 영위하는 현대오일뱅크는 자동차용 수소연료전지 사업에 진출했다.  
 

액화 이산화탄소 운반선부터 해상용 플랫폼까지  

 
현대중공업과 한국조선해양은 한국석유공사와 공동으로 ‘한국형 해상용 이산화탄소 주입 플랫폼’을 개발했으며, 지난달 31일에 노르웨이‧독일 선급협회인 DNV로부터 기본 승인을 획득했다. 이 플랫폼은 육상에서 포집‧고압 액화돼 운반선이나 파이프라인을 통해 해상으로 운송된 이산화탄소를 해저 지중(地中)에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현대중공업 등 3사는 오는 2025년부터 동해가스전에 연간 40만 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지중 저장하는 것이 목표다. 이에 따라 30년간 총 12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한다는 게 이들 회사의 구상이다.  
 
최근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 요구 등으로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인 CCU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산업 시설 등 이산화탄소 대량 발생원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후 압축해 육상이나 해저 지중에 저장하는 기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60년까지 매년 20개 이상의 이산화탄소 지중 저장 프로젝트가 발주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현대중공업 등 3사는 올해 4월 동해가스전을 활용한 CCUS 사업에 관한 국책 과제 협약을 체결했으며, 현대중공업은 플랫폼 기본 설계를 수행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이산화탄소 주입 공정과 시스템 개발을, 한국석유공사는 동해가스전 운영 경험을 토대로 주입과 운영 기준 등을 제공했다.
 
여기에 포스코 등과 협력해 액화 이산화탄소 운반선도 공동 개발 중이다. 2070년까지 CCUS 기술이 전 세계 총 이산화탄소 감축량의 1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는 연간 약 100억 톤에 달하는 양이다. 이산화탄소를 저장시설로 운송하기 위한 대형 액화 이산화탄소 운반선 개발이 시급한 이유다. 한국조선해양과 포스코 등은 2025년까지 단계별로 2만CBM(큐빅 미터) 이상의 대형 액화 이산화탄소 운반선을 개발해 국제적인 기준과 방향성 등을 제시한다는 목표다.  
 
충남 서산시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내 고순도 수소 정제 설비에서 수소 트레일러를 충전하느 모습. [사진 현대오일뱅크]

수소연료전지 사업 진출 등 수소 사업 확대  

 
현대중공업그룹에서 정유와 석유화학 사업 등을 영위하는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8월 자동차용 수소연료전지 사업 추진을 발표했다. 충남 서산시 대산공장 내에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에 쓰이는 고(高)순도 수소 정제 설비를 구축한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안에 수소연료전지 분리막 생산 설비를 확보할 계획이다. 올해 분리막 생산 설비 구축과 시운전 등을 마치고 내년에 국내 자동차 제조사와 공동으로 실증 테스트를 거쳐 2023년 제품 양산에 돌입한다는 목표다.  
 
내년부터는 전해질막까지 사업을 확대해 부품 국산화에 일조한다는 방침이다. 2030년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만 연간 매출액 5000억원, 영업이익 1000억원 이상을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분리막은 전해질막의 강도를 좌우하는 뼈대로, 연료전지 시스템의 출력 향상과 내구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소재로 꼽힌다. 전해질막은 수소가스에서 분리된 전자의 이동은 막고 수소이온만 선택적으로 이동시키는 소재로, 수소연료전지의 핵심 부품 중 하나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연료전지 개요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수소연료전지 시장이 매년 30% 이상 성장해 2030년 50조원 규모가 될 전망이지만, 전해질막 등의 부품에 대한 수입 의존도는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서 건설장비 사업 등을 영위하는 현대건설기계는 1~3톤급의 소형 수소지게차 개발에 나섰다. 국내 최초로 중형 수소지게차를 개발한 데 이어, 소형 수소지게차도 개발해 관련 시장을 선점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8월 수소 연료전지 전문기업 에스퓨얼셀과 수소 연료전지 지게차 보급 확대를 위한 공동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가 공동 개발하는 지게차용 수소 연료전지 파워팩(전원함)은 보다 안정화된 출력 성능을 기반으로 1회 충전 시 최대 8시간까지 작업이 가능하다.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 등으로 수소지게차 수요도 증가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수소 연료전지 활용이 활성화된 미국에서는 수소지게차가 누적 3만대 이상 판매됐으며, 월마트, 아마존 등의 대형 물류창고에서도 수소지게차가 활용되고 있다. 현대건설기계는 국내에 수소충전소 등 관련 인프라가 구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2023년까지 소형 수소지게차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한국형 해상용 이산화탄소 주입 플랫폼 개발을 비롯해 액화 이산화탄소 운반선 개발, 현대오일뱅크의 수소연료전지 사업 진출, 현대건설기계 소형 수소지게차 개발 등은 지난 8월 한 달 새 발표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난 7월 ‘그룹 ESG(환경‧사회‧지배구조)협의체’의 첫 회의를 갖고 ESG 경영의 체계적인 추진 방향을 수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속도감 있는 추진력이라는 평가다.  
 
물론 일각에선 현대중공업그룹의 중심 사업 중 하나인 조선업이 현재까지도 부진의 늪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상황이라, 친환경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 재원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그러나 현대중공업그룹 안팎에선 현대중공업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 확보가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이 많다. 지난 8월 금융위원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현대중공업은 9월 안으로 상장 절차를 마무리 한다는 계획이다. 총 공모주식수는 1800만주로, 1주당 희망 공모가액은 5만2000원에서 6만원이다. 이에 따라 공모 자금은 최대 1조8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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