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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떡국 떡에 눈독 들이지 마세요”

공룡기업들 한류·홈쿡 바람 타고 진출
중소기업업종 지정기간 작년에 풀리자
위탁주문에서 직접생산으로 태세 전환
중기부, 2026년까지 대기업 진출 차단

 
 
떡볶이
 
떡국과 떡볶이는 오래된 골목상권 업종 중 하나였다. 주택가 골목이나 재래시장엔 떡 가게들이 꼭 하나씩 있을 정도였다. 주민들은 오고 가며 주식처럼 간식처럼 떡을 먹었다. 수요가 급증하는 명절엔 차례상 떡과 떡국의 공급처이기도 했다. 특히 떡볶이는 영세상인들의 생계이자 우리나라 국민의 학창시절 추억이기도 하다.  
 
이런 골목 간식 떡볶이가 한류 바람과 함께 수출 효자로 떠올랐다. 한류 연예인들이 떡볶이를 먹는 모습이 해외 팬들에게 전해지면서 떡볶이는 K팝과 함께 한국 수출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떡볶이 수출액은 5400만 달러(한화 약 626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한국 식품 수출 순위에서 금액 기준으로 라면(60억4000만 달러), 김치(14억5000만 달러)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를 증가율 기준으로 보면 떡볶이가 1위다. 전년 대비 증가율을 보면 떡볶이는 56.7%를 기록, 김치(37.6%), 라면(29.2%)를 크게 앞선다. 떡볶이떡 소스도 덩달아 수출 호조를 누렸다.  
 
지난해부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회구조가 온라인·비대면으로 급변하자 음식점 대신 집에서 음식을 해먹는 일명 ‘홈쿡’과 유행하고 있다. 특히 자녀가 있는 가정에선 간단히 조리할 수 있고 온 가족이 즐길 수 있어 떡볶이는 홈쿡의 대표 간식 중 하나로 떠올랐다.  
 

중소기업업종 기한 만료되자 대기업 진입 움직임

그런데 이런 떡볶이의 급성장엔 중견기업과 대기업의 투자도 한 몫 한다. 특히 밀키트 같은 간편식이 유행하면서 덩치 큰 기업들이 너도나도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 됐다. 집에서 간편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도록 떡볶이 식재료를 냉장포장한 상품 생산이 급증했다. 코로나 사태 후 온라인 주문 수요가 급증하다 보니 골목 상권 떡집과 떡볶이 가게엔 발걸음도 자연스럽게 줄었다.  
 
떡볶이 시장이 경쟁 몸살을 앓게 되자 소상공인들과 영세업체들이 대기업 진출에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4월 27일 소상공인연합회와 한국쌀가공식품협회 관계자들이 모여 떡볶이 소상공인 보호육성 방안 마련을 위한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이들은 “대기업들이 떡볶이 시장에 직접 뛰어들려 하고 있다”며 “떡볶이떡과 떡국떡 제조업을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기업들은 그동안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에게 주문생산자 위탁방식(OEM)으로 떡볶이떡을 생산해왔다. 떡볶이떡·떡국떡 제조업이 2014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정기간이 지난해 8월 만료됐다. 그러자 대기업·중견기업들이 직접 생산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나타냈다. 대기업들은 해외 경쟁력 향상, 쌀 소비 촉진, 식품 관리 체계화 등을 떡볶이 시장 진출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이에 소상공인들은 떡볶이 시장을 뺏길 위험에 처하자 소관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와 동반성장위원회에 “떡볶이떡·떡국떡 제조업을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소상공인들은 “면류 제조업이 15년 전 중소기업 고유업종에서 해제되자 대기업들이 들어왔고 그 결과 도산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항의했다. 이들은 이와 함께 “소상공인들이 각종 온라인 쇼핑몰과 배달 플랫폼에 입점해 최근 간편식 시장에서 활약하기 시작했다”며 “이를 발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대기업 진출을 막아달라”고 요구했다.  
충남 공주 산성시장의 한 떡집에서 가래떡을 뽑고 있다. [중앙포토]
 

중기부, 떡국떡·떡볶이떡 제조 생계형 업종으로 지정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1일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에서 “떡국떡·떡볶이떡 제조업을 11번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며 2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은 2026년까지 5년 동안 떡국떡·떡볶이떡 제조업에 진출하지 못하게 된다.
 
다만, 중기부는 ▶중소기업을 통해 OEM으로 떡국떡·떡볶이떡을 생산하거나 ▶국내산 쌀과 밀을 사용하는 경우 ▶ 프리미엄 등 신시장 창출을 위해 최대 생산·판매 실적(출하량)을 기준으로 110%까지는 각각 대기업의 생산·판매를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  
 
박상용 중기부 상생협력지원과장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권고기간 만료, 간편식(HMR) 수요 확대 등으로 떡국‧떡볶이 시장이 성장하자 대기업이 떡국떡‧떡볶이떡 생산에까지 직접 나서려 하고 있어 소상공인들은 경영 악화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과장은 “많은 소상공인들이 간편식 자체 개발과 온라인 판매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데 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하면 소상공인들은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는 우려가 높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는 소상공인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떡국떡·떡볶이떡 제조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기로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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