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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폭탄 돌려막기' 언제까지?…당국vs은행, 이자 유예 '신경전'

당국, 추석 전 대출 만기연장·이자유예 3차 연장 결정
은행권 "코로나 금융지원 중 이자유예라도 중단 필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외국인 관광객 감소에 따른 폐업 증가로 명동 상권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43.3%, 이태원 상권의 공실률은 31.9%, 홍대·합정 상권은 22.6%로 나타났다. 사진은 28일 명동 일대 빈 점포. [연합뉴스]
은행들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는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금융지원 정책 중 하나인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또다시 연장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금융지원은 가뜩이나 어려운 소상공인과의 '상생' 차원에서 불가피하지만, 이자 유예 조치가 또 다시 연장되면 이자조차 갚기 힘든 한계 차주가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다. 대출 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될 경우 그동안 가려졌던 부실이 한꺼번에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통 분담" vs "부실 확대"…금융지원 세부안 놓고 '온도차'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조만간 코로나19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6개월 더 연장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은행권 내부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모습이다. 코로나19 금융지원 프로그램은 이달 말 종료를 앞둔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를 의미한다.  
 
지난해 4월 당국은 '대출 원금상환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로 했다. 이후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면서 지난해 9월 말 지원정책이 연장됐고, 올해 3월 말 두 번째 연장됐다.  
 
은행들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운 상황에서 '우산 뺏기'를 해선 안 된다는 당국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자까지 갚지 못하는 상황을 방치할 경우 대출 부실이 커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유예 조치 연장 때마다 은행의 리스크 관리의 어려움도 같이 공유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자유예 규모가 아직까지 크지 않은 만큼 이 부분만큼은 재연장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단 은행권은 이자유예 규모가 2000억원 수준에 불과해 당장 중단한다고 해도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6월 25일 기준으로 대출만기 연장 규모는 총 192조5000억원(75만1000건), 원금상환 유예는 11조7000억원(7만6000건), 이자상환 유예는 2000억원(1만5000건)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더욱 우려하는 대목은 당국과의 극명한 시각차다. 현재 금융당국은 대출 연체율이 사상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다 금융권 이익이 매 분기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어 '고통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은 코로나19 이후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의 대출 관리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낮은 연체율 역시 지속된 금융지원에 따른 '착시현상'으로 보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에서는 지난해 이자도 못 갚은 부실기업(이자보상배율 100% 미만 기업)이 34.5%로 늘어나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여기에 지난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출금리 인상에 나선 것도 불안 요인으로 지목된다. 소상공인이 기업대출만 아니라 신용대출을 통해서도 시설 운영에 자금을 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대출 금리 상승은 고객들의 부담 확대로 대출 부실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금융위, 이달 금융지원 연장 조치 결정…금융지주 회장 간담회가 분수령?

상황이 이런데도 금융당국은 코로나19 금융지원 3차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6일 오후 서울정부청사에서 회의를 갖고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6대 시중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들과 코로나19 금융지원 프로그램 연장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금융위는 코로나19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6개월 더 연장하는 방안을 은행들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은행들은 코로나19 금융지원 재연장이 이번에도 강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조치와 관련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충분히 고려한 결정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고 위원장이 취임사에서 "은행권이 이자 상환에 대해 지적하고 있어 그 부분은 협의하겠다"고 언급한 만큼 금융지원 일부 중단에 대한 논의 여지는 남아있는 상태다.
 
금융권에서는 오는 10일로 예정된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고 위원장의 간담회가 금융지원 3차 연장 세부안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코로나19 금융지원과 관련해 구체적 방안을 추석 전에 발표한다고 밝힌 바 있어 이달 중순 중으로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유예 3차 연장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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