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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리스크’ vs ‘8조원 엑시트 대어’ 한온시스템…복잡해진 한앤코

미궁에 빠진 남양유업 매각…결국 소송전으로
‘조단위’ 주무르다 3100억원 남양유업에 발목
한온시스템 성공적인 매각·새로운 투자처 발굴…과제로 떠올라

 

 
한앤컴퍼니 이미지. [사진 한앤컴퍼니 홈페이지 캡처]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남양유업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5월 남양유업 새 주인으로 낙점됐지만 계약 종결을 마무리 짓지 못해서다. ‘매각 무산’을 놓고 갖가지 설도 난무하고 있다. 계약 후 실패 사례라는 점도 그렇고 법적 소송이 장기화될수록 뒤탈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최고의 ‘하우스’ 명성에 금이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 가 나온다.  
 

법적 분쟁 장기화…한앤코 손실 불가피  

일단 남양유업이 한앤코 외 다른 매수자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앤코가 지난달 31일 거래 종결 의무를 이행하라며 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한앤코와 분쟁이 정리되는 대로 매각 절차를 다시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앤코는 가처분 신청에 이어 거래종결 소송에도 착수했다. 홍 회장 측도 지분 매각 관련 소송으로 맞서면서 양측의 법적 분쟁은 장기화에 무게가 실린다.  
 
한앤코 입장에선 전략을 잘 짜야한다. 종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된다면 준비해둔 남양유업 지분 매입대금이 묶이게 된다. ‘시간’과 ‘투자’가 곧 돈인 사모펀드 입장에선 막대한 기회비용의 손실이 뒤따르는 셈이다.  
 
여기에 이미지 손상도 불가피하다. 사모펀드 특성상 송사에 휘말리거나, 실패, 리스크 등 불확실성 이미지가 심어지면 출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업계에선 매매대금을 올려주더라도 더 이상 잡음 없이 지분 인수가 마무리되는 것을 가장 베스트 시나리오로 꼽았다.  
 
그도 그럴 것이 사모펀드 업계에서 한앤코가 쌓아온 성과는 놀랍다. 지금까지 국내 최다 기록인 27번의 경영권 인수를 원만히 성사시켜왔다. 투자한 회사에서 단 한 건의 손실도 발생시키지 않았다.  
 
한앤컴퍼니 남양유업 로고. [사진 각사]
 
대표적으로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쌍용양회를 인수해 국내 1위 시멘트 회사로 키워냈고 한진해운의 전용선 사업을 인수하면서 출범한 에이치라인해운도 투자금 대비 3배에 달하는 수익률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굴뚝 산업 강자’라는 타이틀로 제조업 분야에 강점을 드러냈지만 호텔, 렌터카, 에너지 등 소비재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투자 다변화에도 속도를 냈다. 남양유업 인수도 포트폴리오 확대 일환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앤코는 호텔 체인의 식음료사업과 대한항공 기내식사업도 영위하는 중으로, 최근 인수한 남양유업이 이들과 시너지를 낼 것이란 관측했다”면서 “한앤코의 주요 볼트온 전략(인수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른 기업을 인수해 시너지를 내는 전략) 중 하나”라고 말했다.  
 

8조원 규모 엑시트 기회… 한온시스템 매각에 사활  

당장 추석 이후 ‘8조원대 엑시트’를 노리고 있는 한온시스템 매각도 잘 마무리해야 한다. 한앤코가 7년 만에 엑시트에 나서는 한온시스템은 하반기 M&A 시장 최대 대어로 꼽힌다.
 
당초 한온시스템 인수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진 LG전자와 한라그룹이 불참하면서 맥 빠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글로벌 원매자들이 인수 의사를 피력하면서 실사 작업이 한창이다. 예상 매각가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8조원을 웃도는 상황. 한앤코 입장에선 사활을 걸어야 할 매각이다.
 
새 투자처 발굴도 또 다른 과제다. 한앤컴퍼니는 그동안 제조업과 유통업 운송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혔지만 금융업으로 발을 넓히려다 쓴맛을 봤다. 2019년 롯데카드 인수에 실패했고 지난해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조 단위를 주무르던 회사가 3100억원짜리 남양유업 매각에 발목이 잡힐 줄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사모펀드로서는 이미지 훼손을 겪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평판을 지키는 전략을 재정비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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