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피해간 저축은행, 대출액 '껑충'…취약차주 어쩌나
한은 금융안정보고서 발표, 올 상반기 저축은행 대출 증가율 27%
부동산투자·생계형 자금 수요자들, 대출 문턱 낮은 저축은행으로 쏠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생계형 자금수요가 커지면서 저축은행의 대출액이 올 들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21년 9월)'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저축은행 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동기 대비 27.1% 상승했다. 이는 은행(9.0%) 및 비은행금융기관(14.0%)의 대출 증가율을 큰 폭으로 상회하는 수치다.
특히 가계 신용대출(44.4%)과 중소법인 대출(26.8%)이 늘었다. 개인사업자대출(20.1%)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증가세로 반전했다.
부동산 개발·투자 수요↑…저축은행 대출 '풍선효과'
또한 은행권 대출규제 강화와 정부의 중금리대출 장려 정책도 저축은행 가계신용대출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재 은행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는 평균, 차주별로 모두 40%에 그치지만 저축은행은 평균 90%, 차주별로는 6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은행에 이어 저축은행에서도 대출을 받는 중복대출자도 늘었다.
은행 대출이 있는 차주가 저축은행으로부터의 신규대출을 받은 금액은 2018년 8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13조4000억원으로 약 5조원 증가했다.
보고서는 저축은행 대출액 증가의 요인으로 "저축은행은 가계대출 규제의 영향을 덜 받는 10%대의 중금리대출 취급을 크게 확대했다"며 "또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비대면 영업채널 확충 등을 통해 대출 영업기반을 크게 강화했다"고 밝혔다.
저축은행 취약차주 비중이 높은 편이라 향후 저축은행 대출 부실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제기됐다. 올 1분기 기준, 저축은행 취약차주 수 비중은 28.5%로 다른 업권을 크게 상회하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중금리대출 취급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시장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금융완화 조치가 정상화되는 경우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채무상환능력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며 "금융완화 기조 및 정부 정책 등의 변화에 따른 저축은행 차주들의 채무상환능력 저하 가능성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다시 만난 ‘정의선·도요타 아키오’...日 WRC 현장서 대면
2 신원식 “트럼프, 尹대통령에 취임 전 만나자고 3~4차례 말해”
3‘서울의 아침’ 여는 자율주행버스...26일부터 운행
4‘제조업 자동화’ 가늠자 ‘로봇 밀도’...세계 1위는 韓
5영풍, 고려아연에 배당금만 1조1300억 수령
6KT, 1.6테라 백본망 실증 성공...“국내 통신사 최초”
7'윤여정 자매' 윤여순 前CEO...과거 외계인 취급에도 '리더십' 증명
8‘살 빼는 약’의 반전...5명 중 1명 “효과 없다”
9서울 ‘마지막 판자촌’에 솟은 망루...세운 6명은 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