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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0억원도 어렵다…고전하는 의료 AI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기술특례 상장기업 JLK·뷰노 상반기 실적 목표 못 미쳐
급여화 전망 어두운데…국내외 후발주자 늘어나며 이중고

 
 
김부겸 국무총리(오른쪽 둘째)가 지난 7월 강원도 원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1사옥에서 열린 '의료데이터 활용 실증랩' 개소식에 참석해 참여 업체의 의료 인공지능 솔루션을 소개받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의료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두 곳의 상반기 실적은 저조했다. 제이엘케이(JLK)는 매출 3억6860만원에 영업적자 49억3432만원, 뷰노는 매출 7억628만원에 영업적자 87억5567만원이었다.  
 
두 업체가 만든 의료 AI 소프트웨어는 암이나 골다공증 진단을 할 때 의사의 판단을 돕는다. 엑스레이나 컴퓨터 단층촬영(CT), 자기공명(MR) 영상 데이터를 분석해 의사가 못 본 병변을 찾아내는 식이다. 병원 입장에선 정확도를 높이고, 환자 입장에선 조기 발견이 가능해지니 이득이다.  
 
이런 기술력을 인정받아 JLK는 2019년 12월, 뷰노는 지난 2월에 코스닥에 기술특례기업 자격으로 상장했다. 지금 매출은 적지만,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상반기까지의 실적은 초라해 보인다. 두 업체가 앞서 약속했던 목표치에도 크게 못 미쳤다. 
 
JLK는 2019년 상장 때 낸 추정 손익계산서에서 올해 매출을 261억원으로 내다봤다. 김현준 뷰노 대표는 올 초 언론 인터뷰에서 올해 매출을 50억~100억원으로 잡았다. 하지만 상반기까지 매출을 보면 원만하게 목표를 이루긴 어려워 보인다.  
 
두 업체에선 건강보험 급여화에 희망을 건다. 급여화가 되면 일반 병원에서도 부담 없이 두 업체 소프트웨어를 쓸 수 있다. 지금은 병원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빅(Big)5’로 불리는 상급종합병원과 일부 국립대병원에서만 쓰고 있다. 지난해 4월 국회에서 ‘혁신의료기기법(의료기기 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을 제정해 이들 소프트웨어도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전 세계를 통틀어도 혁신 의료기기에 공공의료보험 급여를 적용한 사례는 드물다. 미국에서만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혁신 의료기기에 4년간 한시적으로 메디케어 급여를 적용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메디케어는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미국의 국영 의료보험이다. 한국 보건복지부는 아직 급여화 결론을 못 냈다.  
 

“데이터 많지만, 알고리즘 차별화는 의문” 

 
다만 JLK는 지난해 44억8999만원 ‘깜짝’ 매출을 내기도 했다. JLK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한 덕분에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공시자료에서 밝힌 새 포트폴리오는 ‘원격 인공지능 헬스케어 및 인공지능 데이터 매니지먼트’다.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수집하는 의료 데이터를 대신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이 사업에서 지난해에만 36억7000만원을 벌었다. 지난해 매출의 87%다. 그러나 올 상반기 이 사업 매출은 1300만원으로 다시 쪼그라들었다.
 
이렇게 시장은 열리지 않는데 후발주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의사 진단을 보조하는 의료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업체가 국내에만 루닛을 비롯해 딥노이드·뉴로핏·휴이노·휴런 등 즐비하다. 두 업체는 추월당할 걱정은 없다고 말한다. 인공지능 성능은 학습 데이터의 양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시장을 선점한 곳은 시간이 갈수록 후발주자와 격차를 더 벌릴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도 두 업체의 이런 경쟁력은 인정한다. 다만 앞서 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데이터를 더 많이 쌓았다고 해서 새로운 기술이라고 볼 순 없다”며 “분석 알고리즘은 업체마다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중국에서 대규모 데이터를 확보한 기업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선두업체인 두 곳이 뚜렷한 성과를 못 내면서 증권가에선 ‘의료 소프트웨어로 상장하는 건 뷰노가 거의 마지막 아니겠냐’란 말도 나온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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