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개 식용 금지 신중히 검토할 때"…개고기 논란 재점화
개고기 문화 인정 찬반 엇갈려
반려인구 등록 기준 313만 가구
"금지 찬성하지만 생업 대안 마련 필요"
‘개고기 판매 금지’와 관련한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개 식용 금지에 대해 신중히 검토할 때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이들의 의견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이 발언은 동물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의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논의를 앞두고 나왔다. 오는 30일 김부겸 총리가 주재하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정부는 유기 반려동물 관리체계 개선방안을 확정·발표할 예정인데 문재인 대통령이 개 식용과 관련한 의견을 밝힌 것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27일 "개 식용 금지를 신중히 검토할 때"라며 관계 부처에 이를 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작년 11월 기준 약 312만9000가구(등록 가구 기준)를 넘어섰다. 이 중 개를 키우는 가구가 242만3000가구(11.6%)로 가장 많았다. 고양이를 키우는 가구(71만7000가구·3.4%)였다. 등록하지 않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반려 동물과 함께 사는 가구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개는 제대로 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가축’으로 분류되면서도 도축과 유통을 다루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에는 빠져 있어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개를 식품 원료로 조리하거나 유통하는 것이 불법인데, 개 식용 금지 조항은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동물을 보호하는 등 동물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해서 이어졌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만 89건의 동물보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발의됐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개정안도 59건에 달한다. 그러나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동물 학대행위에 대한 처벌 상향, 동물 유기에 대한 제재 강화 등을 담은 개정안 5건 만이 원안 가결되는 데 그쳤다. 3년 전인 2018년 청와대도 "식용 금지를 위해 개를 가축에서 제외해달라"는 국민청원에 관련 규정 정비를 약속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개 식용을 둘러싼 논쟁이 그만큼 민감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동물권을 주장하는 단체와 개 식용을 찬성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동물권단체 케어(CARE)는 페이스북을 통해 “그동안 개 식용 금지에 대해 임기 내내 어떠한 노력도, 의지도 보이지 않았던 문 대통령께서 임기 말, 늦었지만 이제라도 금지의 목소리를 내 주어 환영한다”고 전했다. 반면 서울시에서 보신탕 집을 운영하는 A씨는 “왜 소, 돼지, 닭은 식용으로 문제 없다고 보면서 개고기만 금지하려는지 모르겠다”며 “정치인들의 선거용 편가르기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개고기 판매 등을 생업으로 삼는 이들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에서 14년간 가축상인회장을 지낸 이강춘 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개 식용이 무조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다만 “개를 식용으로 판매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수십 년째 현업에 종사하고 있다”며 “개 식용을 법으로 막았을 때 이들이 먹고살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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