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46세 젊은 피’ 김승언 체제…'젊은피 수혈' VS '홍 아바타'
이광범 대표 물러나고 김승언 경영지배인 체제로
한앤코 소송전, 제3자 매각 등 해결할 과제 산적해
경영 정상화보다는 ‘홍 회장 아바타’ 역할 우려도
남양유업이 우여곡절 끝에 새 경영체제를 맞았다. 김승언 경영혁신위원장을 경영지배인으로 선임하면서 경영 정상화를 이끌 구심점을 찾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가야 할 길은 막막하다. 회사 매각을 두고 다투고 있는 한앤컴퍼니와의 소송 진행과 동시에 실적 개선, 대주주 리스크 해결 등이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건강한사람들 대표 거친 ‘정통 남양맨’
그는 남양유업 기획마케팅본부장‧생산전략본부장, 음료 생산 계열사 건강한사람들 대표 등을 거친 인물로 ‘정통 남양맨’이다. 60대 임원진이 대부분이던 남양유업에 46세 젊은 임원이라는 파격 기용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남양유업이 김 위원장을 필두로 비상 경영체제에 나서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새 대표를 선임하려면 주주총회를 거쳐야 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사회만 거쳐도 가능한 경영지배인을 선임한 것이다.
당초 남양유업은 이날 열린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새로운 이사진과 신임 대표를 선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한앤컴퍼니가 법원에 신청한 홍원식 회장 외 2명에 대한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서 계획들이 모두 무산됐다.
남양유업은 “일신상의 이유로 사직을 원하는 이광범 대표를 대신해 회사 경영은 김승언 경영혁신위원장이 경영지배인으로서 수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홍 회장의 어머니 지종숙 이사와 홍 회장의 장남 홍진석 상무 및 사외이사 1명도 추가로 사임할 예정이다.
현재 남양유업 사내이사는 홍 회장을 비롯해 지 이사, 홍진석 상무, 이광범 대표 등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홍 회장만 남고 나머지 3명이 물러나는 셈이다.
경영 공백 수습, 실적 회복 등…과제 산적
남양유업의 경영 공백은 사실상 지난 4월부터 장기화하고 있다. 불가리스 사태를 책임지고 이광범 대표가 사의를 표명한 뒤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지만 이후 홍 회장의 사퇴 기자회견과 한앤컴퍼니 매각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40대 젊은 리더의 리더쉽이 어디까지 발휘될 수 있을지에 의문을 던지는 시각이 많다. 업계에선 김 위원장이 경영 정상화보다는 ‘홍 회장의 아바타’격으로의 역할 수행에 더 무게를 싣는다.
그도 그럴 것이 김 위원장은 한앤코와 매매계약이 체결되기 하루 전인 지난 5월26일 대표이사 직속으로 신설된 기획마케팅본부‧영업본부‧전산보안팀을 총괄하는 ‘수석본부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당시 이를 놓고 홍 회장이 부득불 지분을 매각하지만, 매각 이후에도 경영 주도권은 기존 ‘남양맨’을 중심으로 유지하겠다는 포석이 담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아직 경영인으로서의 포지션이 약한 인물인 데다 나이도 상대적으로 젊어 홍 회장 일가가 책임만 지게하고 권한은 주지 않는 아바타 역할로 앉혔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변화를 준다는 이미지로 젊은 경영인을 세운 뒤 홍 회장이 사실상 비공식적 경영을 해나가는 것으로 보여 경영 정상화는 먼 얘기”라고 추측했다.
이런 외부 화살을 맞으면서 김 위원장은 회사 안팎의 상황도 챙겨야 한다. 바닥으로 떨어진 소비자 신뢰는 물론 악화 일로를 걷는 실적도 그의 몫이다. 한 때 유업계 1위를 자랑하던 남양유업은 수년 째 이어진 ‘갑질’ 논란과 도덕적 해이 등에 타격을 입으며 지난해 매출액이 1조원 밑으로 주저앉았다. 영업적자는 771억원에 달했다. 올 상반기 적자 폭도 350억원으로 확대되면서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주주들의 눈치도 봐야 한다. 한앤코와 매각 불발 이후 남양유업 주가는 급락 중이다. 지난 8월 31일(종가기준) 56만5000원이던 남양유업 주가는 홍 회장의 계약 해제 통보 이후 꾸준히 하락해 42만원대까지 내려앉았다. 법원이 한앤코의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는 소식이 4거래 연속 강세를 보였지만 29일 주총 날 비상경영체제가 발표되면서 다시 7%대 급락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진짜 경영 정상화를 위해 할 일은 홍 회장과 기존 임원진과의 거리 두기 일텐데 사실상 쉽지 않은 일”이라며 “결국 한앤코와 매각이 법정에서 판가름 나도 지금으로썬 한앤코가 유리한 게 뻔한데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선뜻 야심 찬 행보에 나서기도 모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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