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이재현 ‘반성’에서 출발…11년 만에 나온 ‘CJ 새 비전’에 담긴 의미
- “정체된 성장, 미흡했다” 11년 만에 비전 발표
‘그레이트 CJ’ 비전과 달리 단기 혁신에 집중
4대 성장엔진에 10조 투자…2023년 제3 도약
경영방식 혁신…기업인수‧신규투자도 열어둬

특징은 종전에 내놓은 비전보다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이다. 과거 비전이 동적인 CJ에 포커스가 맞춰졌다면 이번 비전은 정적이면서 혁신에 대한 고민이 읽힌다. 숫자를 통한 목표달성 보다 가치를 앞세웠다. 10년 뒤를 내다보기 보단 3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투자와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점도 다르다.
CJ그룹의 비전 변화는 CJ가 처한 현실과 연관이 있다. 그동안 양적인 성장에 치중하다보니 그룹 안팎을 세심하게 챙기지 못했다는 반성에서부터 비롯됐다. 이 회장 역시 CJ의 현재를 ‘성장 정체’로 규정했다. 이 회장은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과감한 의사결정에 주저하며, 인재를 키우고 새롭게 도전하는 조직문화를 정착시키지 못해 미래 대비에 부진했다”고 진단했다.
CJ는 1995년 ‘독립경영’ 이후 ▲식품·식품서비스 ▲바이오·생명공학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신유통·물류 ‘4대 사업군’을 완성하며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3~4년새 국내외 플랫폼기업들의 영역확장과 기존 산업 내 경쟁 격화로 과거에 비해 성장속도가 더뎌지고 있다. 주력 사업의 성과에 집중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해나가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자성의 산물’ CJ 대변혁 시작…‘가치’에 방점
이 회장은 “최근 CJ는 정체 터널에 갇혔다”면서 “이는 저와 경영진의 실책이며, 현실을 엄중히 인식하고 미래를 위해 CJ의 대변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CJ의 새 비전은 이 같은 자성의 산물인 셈이다.

CJ그룹은 숫자목표를 버리는 대신 과거에 비해 넓은 의미의 4가지 비전을 제시했다. ▲컬처 ▲플랫폼 ▲웰니스 ▲서스테이너빌리티 4가지 성장엔진에 총 10조원 이상을 투자해 미래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투자 대상과 부가가치 창출에서도 관점을 달리하기로 했다. 과거에는 눈에 보이는 설비 중심 투자나 영업이익률, 매출 등 숫자에 집착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브랜드와 미래형 혁신기술,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무형자산 확보와 손에 잡히지 않는 자산에 주안점을 두겠다는 생각이다. CJ그룹은 AI중심의 디지털 전환에 4조3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외부 기업, 기관들과 개방적 협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경영방식도 혁신한다. 지난해 네이버와의 전략적 사업제휴처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업 모델을 추가 발굴하고 오픈 이노베이션과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 신사업 발굴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CJ 관계자는 “그룹의 투자와 역량을 4대 미래성장엔진에 집중해 3년 내 그룹 매출 성장의 70%를 4대 미래성장엔진에서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CJ관계자는 “4대 성장엔진은 ‘건강, 즐거움, 편리’라는 기업가치의 연장선에서 트렌드를 반영한 사업방향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 초점이라는 사실을 구성원은 물론 고객과 투자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기업인수, 신규투자 조치가 곧바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최고인재 키운다”…자기주도적 성장 기회 부여
CJ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것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4대 성장엔진을 중심으로 조직 내 유·무형의 역량을 집중하고, 최고인재들이 오고 싶어 하는 일터를 만들어 제3의 도약을 이룬다는 복안이다.

눈에 띄는 점은 임직원이 직무에 제한을 두지 않고 새 사업에 도전하는 것을 돕기로 했다는 점이다. 잡 포스팅’, ‘프로젝트/TF 공모제’를 시행해 잠재력 능력을 보유한 인재들을 발굴하고 사내벤처를 활성화 해 도전과 성공의 길을 열어주기로했다. 여기에 직급과 승진제도 개편, 임원 직위체계 간소화도 병행 추진된다.
이 회장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인재”라며 “‘하고잡이’들이 다양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통해, 그 동안 다른 기업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보상을 받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일터로 만들겠다”고 했다. 또 “인재들이 오고 싶어 하고, 일하고 싶어 하고, 같이 성장하는 CJ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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