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 지리산’만 믿었는데…추락하는 이선효의 ‘네파’
매출 3000억원 선 깨지고 아웃도어 입지 흔들리는 네파
드라마 ‘지리산’ 공격 마케팅 나섰지만…어색 CG에 역효과 우려
전문경영 이선효 6년 체제 평가…"경쟁력 잃고 묘수 없어"
마케팅 전문가 영입했다 역풍, 팀원 집단 퇴사로 내부 시끌
# 제작비 300억원, 전지현과 주지훈이라는 국내 정상급 배우들의 만남, 여기에 스타작가 김은희까지. tvN드라마 ‘지리산’은 화려한 라인업으로 방송 전부터 시장의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덩달아 신이난 건 아웃도어업계. 레인저라는 신선한 소재에 배경이 지리산국립공원이다보니 ‘아웃도어 붐’을 재확산 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봤다.
# 전지현이 7년 째 전속모델로 활동 중인 아웃도어브랜드 ‘네파’가 제작사와 손을 잡았다. 드라마 제작 지원에 참여해 다채로운 네파룩을 선보이면, 높아지는 시청률과 함께 하반기 아웃도어 시장 우위를 선점하는 것은 시간 문제로 봤다. 네파에게 지리산이 간절한 이유는 또 있다. 업황 불안과 부진한 실적으로 네파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매출과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골든 카드가 바로 ‘지리산’이었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tvN드라마 ‘지리산’ 방영 이후 네파의 분위기는 침울하다. 지리산 효과로 인한 재미를 보기도 전에 혹평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드라마의 어색한 컴퓨터그래픽(CG) 효과와 과도한 PPL(기업간접광고)로 시청자들은 ‘자체 하산’에 나서는 분위기다. 방송 3회 만에 시청률이 뚝 떨어졌다.
가장 빠르게 반응 한 건 주식시장이다. 지리산 제작사인 에이스토리 주가가 먼저 빠졌고 공동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은 물론이고 네파의 아웃도어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생산하는 태평양물산도 드라마 방영 이후 급락했다.
물론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스토리 반전이 시작됐다는 일부 시청자 의견도 있다. 문제는 제작적 한계가 다시 입길에 오를 경우 지금보다 훨씬 입지가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시장의 기대는 밝지 않다. 나아가 6년 째 네파를 이끌어오고 있는 이선효 대표의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1조 주고 샀는데”…멀어지는 새 주인맞이
넓은 의미로 보면 지리산은 수년간 제기돼 온 네파 추락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새 주인 찾기에 나설 수 있는 마지막 반전카드로 불리기도 했다.
네파의 현 주인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MBK)다. MBK는 지난 2013년 국내 의류기업 독립문으로부터 네파 지분 94.20%를 9970억원에 사들였다. 당시 1조원에 육박하는 인수자금에 대해 고평가 논란이 나왔지만 아웃도어 트렌드가 이어지고 시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합리적 투자로 보는 시각이 더 많았다.
야심찬 투자가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인수 후 아웃도어 시장이 급속하게 위축되면서 네파 실적 하락이 계속되고 있다. 한때 매출 4700억원을 넘기며 1조원대 목표치를 제시하기도 했지만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매출 3000억원 선마저 깨졌다. 지난해 네파 매출액은 2804억원으로 전년 대비 14.3% 줄고, 영업이익 67억원으로 역시 76.5%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2019년 9억원에서 지난해 1167억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리산마저 혹평을 받으면서 다급해진 건 이선효 대표다. 지리산 효과를 기대하며 짜놓은 재무구조 개선 타임테이블을 다시 짜야한다. MBK가 수년째 엑시트를 준비 중이고 이번 역시 매각 작업에 적극적인 상황에서 마지막 카드나 다름 없었던 ‘지리산의 실패’는 이 대표의 경영실패와 맥락이 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이 대표가 6년간 네파를 이끌어 왔지만 외형 확장보다는 재고 소진에 집중해 숫자 만들기에 연연해 왔다”면서 “수익성은 개선된 적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외부 경쟁력을 잃으면서 네파 입지가 이도저도 아닌 셈이 됐다”고 꼬집었다.
언제적 전지현?…마케팅 직원 집단 퇴사로도 곤혹
마케팅 내부도 시끄러웠다. 올 초 마케팅 강화를 위해 CJ, 현대카드 출신의 장명민 상무를 파격적으로 영입했지만 장 상무가 지휘봉을 잡은 이후 마케팅팀 직원 전원이 퇴직하면서 곤혹을 치렀다. 내부에선 당시 퇴사 직원들과 장 상무의 불화설로 인한 집단 퇴사에 무게가 실렸고, 한동안 마케팅팀은 원활한 업무 수행이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선 앞으로도 네파의 반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경기 침체에 따른 의류 소비 감소, 브랜드 난립에 따른 경쟁 심화와 트렌드 변화로 활로를 찾기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에는 레깅스를 입고도 등산에 다니는 등 아웃도어와 일반 기능성 옷들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아웃도어업체들의 포지션이 정립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네파가 ‘전지현의 지리산’에 사활을 걸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MBK 역시 지긋지긋한 네파를 털어낼 수 있는 시작점을 지리산으로 봤다. 그러나 야심찬 마케팅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지리산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방송에서 대놓고 PPL을 하는 것도 요즘 MZ세대와는 맞지 않는 마케팅 방식”이라면서 “게다가 산에는 가지도 않으면서 입고 나오는 아웃도어룩에 관심을 가질 시청자가 몇이나 되겠냐”고 비판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아웃도어 업황이 무너진다고 모든 브랜드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디스커버리 등과 같은 브랜드는 오히려 선전하고 있는데 네파는 그런 브랜드들과 뭐가 다른 지부터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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