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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 공익신고 하지 마라”…부담은 태산 보상은 쥐꼬리

韓, 공익신고로 260억 환수해도 포상금은 4%에 불과
보‧포상금 30억 원 못 넘게 막아
내부 고발 후 해임‧소송 고통 겪기도

 
 
2019년 3분기 현대자동차가 '세타2 GDi' 엔진과 관련한 품질 비용이 약 6000억원 반영되며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69.4% 감소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현대자동차 매장의 모습. [연합뉴스]
현대·기아차의 엔진 결함 문제를 미국 규제 당국에 제보해 약 280억 원의 포상금을 지급받게 된 김광호 전 현대차 부장이 “우리나라에선 공익신고를 하지 말라”고 언급한 것이 알려졌다. 한국에선 공익을 위해 내부 비리를 신고해도 보상은 매우 적고 감내해야 할 부당한 압력이나 고통이 크다는 조언이다.
 
현대차에서 26년간 엔지니어로 일한 김광호 전 부장은 지난 2016년 ‘현대차가 자체 개발한 세타2 GDI 엔진 결함을 인지하고도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과 한국 정부에 제보했다. 이 엔진을 장착한 차량 중 일부는 불이 나면서 2015년에 47만 대가 리콜되는 등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김 전 부장의 제보로 세타2 엔진 리콜 적정성 조사를 진행한 NHTSA는 지난해 11월 현대·기아차에 과징금 8100만 달러(약 950억 원)를 부과하고 김 전 부장에게는 2400만 달러(280억 원)를 포상하기로 했다. 미국은 중요 정보를 제공한 공익신고자에게 과징금의 30%까지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데 한도 최고액을 주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김 전 부장은 제보 이후 회사의 영업비밀을 유출하는 등 사내 보안규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해임됐다. 또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가 한 일은 내부고발자로 인정받아 훈장을 준 것과 국민권익위원회가 2억 원의 포상금을 지급한 것이 전부였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공익신고자에게 주는 포상은 많지 않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부패·공익신고자에게 지급한 보상금 및 포상금은 총 367억 원이라고 11일 밝혔다. 구 부패방지법(2002년)과 공익신고자 보호법(2011년)을 시행한 이후 국가·지방자치단체 등의 수입 회복·증대액은 4238억 원이었다. 공익신고로 얻은 정부의 추가 수입 대비 포상금 비율이 8% 수준에 불과했던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지급한 역대 최고 보상금 규모는 11억600만 원, 이 공익신고로 환수 조치한 금액은 263억 원이었다. 환수금의 4%만 보상금으로 지급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보‧포상금 최대한도 규정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권익위는 부패 신고의 경우 정부의 수입 회복·증대액 4∼30%를 지급한다. 공익 신고는 4∼20%까지 보‧포상금을 준다. 하지만 보‧포상금의 최대한도를 30억 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지자체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12월 경기도는 한 장애인 단체의 지회에서 보조금을 부당하게 사용하는 것을 적발하고 2000여만 원을 환수 조치했다. 이 문제를 지적한 제보자에게 지급한 포상금은 300만 원으로 환수금의 15% 수준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사립학교 관련 비리 제보로 8억1000여만 원의 재정상 조치를 하게 한 제보자에게 3000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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