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반도체 품귀에 '10만대 판매' 사라졌다…그랜저 판매 40% ↓
올해 10만대 돌파한 차종 없을 전망....5년만에 명맥 끊겨
국내 완성차업체 내수 판매량은 9개월 연속 역성장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이 직격타를 맞았다. 올해 판매량 10만대를 돌파한 모델이 5년 만에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차량용 반도체 품귀로 자동차 생산공장이 가동을 중단하고 감산에 들어가면서다. 내수 판매 1위 자리를 지켜온 현대차의 준대형 세단 그랜저의 판매량은 올해 들어 지난해 대비 40% 이상 줄었다. 그랜저를 생산하는 현대차 아산공장은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올해 여러 차례 가동을 중단했다.
5일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발표한 11월 누적 판매실적에 따르면 그랜저는 1월~11월 8만1344대가 팔리며 2위를 차지했다. 올해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현대차의 소형트럭 포터다. 포터는 1∼11월 8만4585대가 팔렸다. 3위는 기아 카니발(6만7884대), 4위는 현대차 아반떼(6만4801대)였다. 완성차업계에서는 12월 실적이 아직 남았어도 올해 10만대 이상 판매되는 모델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10만대 판매를 돌파한 자동차가 없었던 해는 2000년 이후 2003년과 2004년, 2013년, 2016년 등 4차례뿐이었다. 2016년에는 경기침체와 현대차 파업 등이 영향을 미쳤다. 2000년 이후 연간 10만대 이상 팔린 모델은 7개다. 쏘나타가 14회로 가장 많았고 이어 아반떼 6회, 그랜저 5회, 모닝 3회 등이었다. 포터와 싼타페, SM5는 각 1차례씩 1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2011년에는 아반떼와 모닝, 그랜저, 쏘나타 등 4개 차종이 10만대 이상 팔렸다.
인기 차종뿐 아니라 대부분 차종의 내수 판매도 줄었다. 국내 완성차업체의 내수 판매량은 3월 이후 9개월 연속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올해 판매 목표를 416만대에서 400만대로 하향 조정했지만 업계에서는 400만대 돌파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올해 1~11월 현대차 누적 판매량은 355만2180대에 그쳤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은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해소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최근 오미크론 변이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자동차업계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차량용 반도체의 주요 생산지인 동남아시아 지역의 코로나19가 확산해 반도체 공장이 멈추면 완성차업계 역시 밀려드는 주문에도 감산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완성차업계, 고수익 모델 판매 집중하고 반도체 자립 선언
업계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완성차업계의 생산원가 인상과 생산 차질로 인한 수익 하락을 예상한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반도체 구매 가격이 일괄적으로 10% 상승하면 생산원가는 약 0.18% 상승하고 완성차·부품업체들 모두 영업이익이 1%대 감소하는 영향을 받는다. 다양한 차종의 생산이 줄면서 수익성 악화 역시 예견된 수순이다. 미국의 컨설팅업체인 알릭스파트너스는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올해 세계 자동차업계 매출 손실액을 기존 추정치 2100억 달러(248조4000억원)로 추산했다.
반도체 품귀로 수익성 하락이 예상되자 완성차업계는 고수익 모델 판매에 집중하는 등 수익성 방어에 나서고 있다. 수익성과 직결되는 반도체 확보를 위해 반도체 자체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 여러 번 반도체 자립 의지를 내비쳤다. 독일 인피니언, 일본 르네사스 등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기업에 맡겼던 반도체 개발 및 설계 역량을 직접 갖추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반도체 내재화를 위한 핵심 역할은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맡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말 현대오트론의 반도체 사업 부문을 인수하면서 차량용 반도체 기술과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 역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와 직접 협력하며 생산을 위한 공급망 확보에도 열을 내고 있다. 포드는 미국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는 ‘글로벌파운드리’와 반도체를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포드 자동차에 특화된 칩을 설계하고 글로벌파운드리에서 이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GM도 퀄컴·NXP반도체와 함께 차량용 반도체 공동 개발과 생산을 위한 전략적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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