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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집 이미지 벗는다”…카카오, 네이버 출신 ‘그립’ 인수한 까닭

카카오, 1800억원 투자해 그립컴퍼니 인수
기획부터 영상 제작 모두 관여한 카카오와 달리
그립은 판매자가 자유롭게 촬영하며 방송 진행
당분간 두 플랫폼 분리한 투트랙 형식으로 운영

 
 
카카오 라이브커머스 방송 화면 모습. [사진 카카오]
일명 ‘라이브커머스계 양반집’으로 불리던 카카오가 스타트업이 개발한 ‘그립’을 인수하고 양반집 이미지를 벗을 준비에 나섰다. 6일 카카오는 그립컴퍼니에 1800억원을 투자해 인수에 성공했다. 이번 인수로 카카오는 그립컴퍼니의 지분 50%를 차지하고, 최대주주로 경영권을 획득했다. 눈길을 끄는 점으로는 그립이 네이버 출신 김한나 대표가 만든 애플리케이션이라는 것이다. 카카오는 경쟁사 출신이 제작한 커머스 애플리케이션을 사드린 셈이다.  
 
그립은 지난 2019년 2월에 오픈 한 1세대 라이브커머스 원조 애플리케이션이다. 이는 네이버와 카카오보다도 1년을 앞서 선보였다. 성적도 좋다. 그립은 지난해 연간 거래액 243억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이미 상반기에 지난해 거래액인 243억원을 넘겼고 연말까지 거래액 8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는 210만을 넘겼고 그립 내 판매자 수는 1만명을 훌쩍 넘겼다.  
 

정반대 운영 스타일 고수한 카카오와 그립  

라이브커머스 그립의 홍보 사진. [사진 화면캡처]
하지만 업계는 정반대의 특징을 지닌 카카오 라이브커머스와 그립이 어떻게 상호보완이 될 수 있을지 의아해하고 있다. ‘양반집’이라고 불릴 만큼 카카오 라이브커머스는 정제되고 철저히 내부적으로 관리된 라이브 콘텐트만을 고집해왔다. 카카오커머스는 자체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제품 판매의 기획부터 영상 촬영, 송출 등을 모두 책임졌다. 방송 수도 하루 5번으로 정했다. 이 같은 전략을 통해 카카오는 다른 라이브커머스 채널과 달리, 검증된 상품과 전문가가 만든 고화질의 영상을 제공해 프리미엄 라이브커머스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했다.  
 
반면 그립은 날 것, 그대로의 방송을 추구한다. 판매자가 SNS를 통해 라이브 방송을 하듯이 24시간 언제든 자신이 원할 때 판매 방송을 라이브로 진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그립 영상은 꾸밈없는 자연스러운 스마트폰 촬영 영상으로 채워진다. 가령 판매자가 운영하는 옷 가게 한쪽에서 방송이 진행되거나 집에서 아이와 보드게임을 즐기면서 게임 상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방송 수도 정해지지 않는다. 판매자는 하루에도 여러 번 판매 방송을 할 수 있고, 단골을 만들기 위해 매일 정해진 시간마다 라이브 영상을 켤 수도 있다.    
 
극과 극의 전략을 펼쳐왔기 때문에 당분간 카카오 라이브커머스와 그립은 투트랙으로 분리해 운영될 예정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운영 방향성에 대해 “각 2개의 서비스가 사업적 방향성이 다르기 때문에 현재 급하게 묶어버리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으로 보인다”며 “추후 서로 시너지가 날 수 있는 확실한 방향성이 생기면 협력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카카오 비즈니스의 사업자 확대를 위해 카카오 비즈니스 도구(톡채널)과의 협업을 먼저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제 막 투자가 결정된 시점이라 세부적인 시너지 방향은 추후 논의되면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  
 
라이브커머스 애플리케이션 그립의 판매자들 모습. [사진 화면캡처]

그립으로 새로운 전략 짜는 카카오, 네이버 잡나  

운영 형태가 전혀 다르지만 카카오가 그립을 인수한 것은 지금까지 부진했던 라이브커머스 입지를 끌어올리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카카오 라이브커머스인 카카오쇼핑라이브는 시청 횟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경쟁사 네이버 라이브커머스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상황이다. 카카오쇼핑라이브의 올해 12월 기준 누적 시청 횟수는 1억5000만뷰에 다다르고, 올해 3분기 기준 평균 시청 횟수는 20만뷰로 전 분기 대비 43%가량 증가했다. 네이버 라이브커머스는 지난해 누적 시청 횟수가 7억회를 훌쩍 넘는 등 카카오 수치의 5배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네이버는 그립과 같은 방식으로 자유로운 방식으로 판매자가 원하는 장소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라이브커머스 업계에서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차별화를 꿈꾸던 카카오 역시 그립이라는 카드를 얻고 결국 꾸밈없는 자연스러운 영상으로 방향성을 바꾼 것이다.  
 
이 같은 흐름에 대해 박성희 한국트렌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V커머스는 계속해서 대중화되고 있다”며 “방송국이 주도하는 대형 쇼핑마켓이 아닌, 개인 판매자 중심의 1인 마켓 시대인데, 여기에 체계적이고 복잡한 시스템의 플랫폼보다 혼자서 누구나 쉽게 구현할 수 있는 플랫폼이 라이브 커머스에서 인기를 얻는 것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는 급속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보증권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은 4000억원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2조8000억원으로 껑충 뛰고 2023년에는 10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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