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찍고 유럽 향하는 반도체 기업들...TSMC "독일 공장 협의 중"
TSMC 주요 고객사 폴크스바겐, 다임러있는 독일 시장 선점 의지 드러내
인텔 950억 달러 투자…유럽에 반도체 공장 2곳 신설
미국 생산기지 확대에 나섰던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치열한 투자 경쟁이 유럽으로 향하고 있다.
지금까지 반도체 생산기지는 한국과 대만, 중국에 편중됐다. 이를 미국과 유럽 일본이 자국에 반도체 생산 기지를 유치하기 위해 세금 감면과 보조금 지원 등 파격적인 유인책을 내걸고 있다.
반도체 생산업체 역시 빅테크 기업과 글로벌 완성차 업체 등 고객사가 밀집한 미국과 유럽으로 생산기지를 다각화해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반도체 기업 모시기에 나서면서 그간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구축했던 반도체 가치사슬(밸류체인) 역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최근 독일 정부와 공장 건설을 위해 본격적인 협상에 나섰다.
지난 11일 블룸버그 통신은 로라 호 TSMC ·아시아 수석 부사장이 타이베이 기술 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독일 정부와 공장 건설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TSMC는 정부 보조금, 인력 채용 등을 고려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앞서 TSMC는 지난 7월 주주들에게 독일에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는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로라 호 부사장의 언급은 독일 정부와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독일에는 TSMC 주요 고객사인 폴크스바겐, 다임러의 본사가 있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초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 또한 최대 950억 달러(약 112조원)를 투자해 유럽에 반도체 공장 2곳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인텔을 잡기 위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 정상들은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공장 유치를 위한 각종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TSMC와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3위 파운드리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는 이미 독일 드레스덴에 파운드리 생산시설을 운영 중이다.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뿐 아니라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역시 유럽을 주 무대로 삼고 있다.
애플은 차세대 반도체 설계를 위해 독일 뮌헨 연구소에 3년 간 10억 유로(약 1조35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애플은 투자를 통해 내년 하반기 뮌헨 카를스트라스에 3만㎢ 규모의 반도체 연구소를 신설한다. 뮌헨 연구소를 거점으로 자체 반도체 설계·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차세대 통신 관련 핵심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반도체 기업의 투자 경쟁은 국가별 반도체 공급망 패권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은 파격적인 세제 혜택으로 삼성전자와 TSMC의 파운드리 공장을 유치했고 일본 정부 역시 TSMC의 일본 공장 건설 비용 중 절반을 지원하기로 했다. 유럽은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한 지원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2030년까지 전 세계 생산량의 20%를 차지하겠단 목표도 내세웠다. 유럽은 현재 전 세계 반도체의 20%를 소비하고 있다. 결국 자급자족을 목표로 하는 셈이다.
EU 소속 19개국은 기업들이 투자하는 금액의 20~40%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통해 유럽 내 반도체 산업을 보존하고 유럽 내에서 다른 산업에 반도체 공급이 가능하도록 공급망을 확충한다는 목표다. 이와 관련해 페터알트마이어 독일 경제에너지부 장관은 “유럽 반도체 산업의 투자액은 최대 약 500억 유로(약 67조5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이는 유럽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한 해 매출액을 넘어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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