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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금속 채굴, 에너지 저장…폐배터리 시장 노리는 배터리업계

2050년 최대 600조원 시장으로 성장 가능
국내 배터리 3사 폐배터리 사업 투자·검토
“생태계 조성, 안전기준 등 제도 보완 필요”

 
 
SK이노베이션 연구원이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수산화리튬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SK이노베이션]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판매가 늘면서 쓰임이 다한 전기차 배터리에도 관심이 몰린다. 전기차 배터리는 5~10년 사용 시 용량이 약 70~80% 수준으로 떨어져 교체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나온 ‘사용 후 배터리’(폐배터리)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재활용·재사용이 가능하다. 이에 폐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투자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22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1조6500억원 규모인 전기차 폐배터리 시장 규모는 2030년 20조20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2050년에는 최대 6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전기차 빠르게 보급됨에 따라 배터리 교체주기에 맞춰 폐배터리 시장 규모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기차 폐배터리에는 산화리튬 등 유독물질이 포함돼 있어 단순 처리할 수 없다. 대신 폐배터리는 재활용(recycling)과 재사용(reuse) 두 가지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 재사용으로는 폐배터리를 재정비해 에너지저장장치(ESS) 용도로 사용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최근엔 전기차 배터리의 원재료인 니켈, 코발트, 망간 등 희귀금속 가격이 급등하자 폐배터리에서 금속을 추출해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주목받는다. 
 

K배터리 3사, 폐배터리 사업 투자 이어가  

이런 쓰임새 때문에 폐배터리가 차세대 캐시카우(수익창출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폐배터리 사업에 관심을 가지는 기업은 점점 늘고 있다. 배터리업계가 대표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삼성SDI 등 주요 배터리 3사는 폐배터리 사업에 적극적이다. 
 
LG화학과 배터리 자회사 LG 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라이-사이클'(Li-Cycle)에 총 6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했다고 밝혔다. 라이-사이클은 배터리를 재활용해 배터리 핵심 원재료를 추출하는 전문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라이-사이클로부터 LG화학과 LG 에너지솔루션은 오는 2023년부터 10년에 걸쳐 니켈 2만t을 공급받는다. 이는 고성능 전기차(배터리 용량 80㎾h) 기준 30만대분의 배터리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이다. 
 
SK이노베이션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BMR'(Battery Metal Recycle)을 본격화하기 위해 최근 'BMR 추진 담당'을 신설했다. 폐배터리 양극재에서 수산화리튬을 회수하는 독자 기술을 개발해 특허도 출원했다. 삼성SDI도 폐배터리 재활용업체 '피엠그로우'에 지분을 투자하는 등 전문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배터리 재활용 방안을 검토 중이다. 
 

폐배터리 사업 관련 제도 미흡

폐배터리 시장에 기업들이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자조적인 시선도 나온다. 아직 관련 법·제도가 제대로 정비되진 않았다는 점은 한계로 작용한다. 폐배터리 재활용·재사용을 위한 연구나 개발이 더디다는 지적도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폐배터리 시장은 커지겠지만, 어느 정도로 성장할지는 아직 누구도 모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기차 폐배터리 시장이 새로운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관련 생태계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며 “안전성 기준이나 분리, 운반방법 등에 대한 규정도 미비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재사용·재활용된 폐배터리를 사용할 수요처가 제대로 마련될지 고민할 부분”이라면서 “배터리를 재사용할 때 관련된 안전성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지, 성능은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지 관련해 체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수빈 기자 im.su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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