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철강 역사의 산실이자 경제 발전의 초석이 됐던 포항 1고로(高爐·용광로)가 48년 6개월여 만에 멈춰 섰다.
 
포스코는 29일 포항제철소에서 김학동 사장과 남수희 포항제철소장, 포스코노동조합 및 노경협의회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1고로 종풍식을 했다. 종풍(終風)이란 고로에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는 작업을 끝내고 수명이 다한 고로의 불을 끄는 것을 일컫는다.
 
1970년 4월 1일 착공한 포항제철소는 3년 2개월이 지난 1973년 6월 9일, 1고로에서 처음 쇳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고로의 성공적인 준공으로 한국은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을 자력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 포항 1고로 쇳물은 조선, 자동차, 가전 등 국내 제조업이 단기간에 비약적인 성장을 거두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만든 밑거름이 됐다.  
 
포항 1고로가 반세기 가까이 생산해낸 쇳물의 양은 총 5520만t에 이른다. 이는 30만t급 초대형 유조선 1380척을 건조하거나, 중형 자동차 5520만대를 생산하고 인천대교 1623개를 건설할 수 있는 양이다.
 
포항 1고로는 내부 용적이 1660㎥인 소형 고로다. 최근에 준공되는 5500㎥ 이상의 초대형 고로와 비교하면 생산성이나 조업 안정성에서 불리하지만, 포스코는 역사적 상징성이 깊은 1고로의 생명을 계속해서 연장해왔다. 1고로는 48년여 동안 2차례 개수를 거쳤고 이제 설비 수명이 한계에 도달해 이날 마지막 쇳물을 뽑아내며 긴 여정을 마쳤다.
 

 
포항 1고로는 경제 성장을 뒷받침한 공로를 인정받아 ‘민족 고로’ 또는 ‘경제 고로’라고 불려왔다. 철강협회는 국내 최초·최장수 고로인 포항 1고로의 상징적 의미를 기념하며 첫 출선일인6월9일을 ‘철의 날’로 제정했다.
 
김 사장은 “1973년 6월 9일 첫 출선(용광로에서 쇳물을 뽑아내는 일) 당시 고 박태준 명예회장이 직원들과 함께 1고로 앞에서 만세를 외치며 눈물 흘리던 모습이 아직도 선한데, 종풍을 맞이하게 되었다니 만감이 교차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변변한 공장 하나 없던 변방의 작은 국가가 짧은 기간 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포항 1고로와 여러분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직원들을 격려했다.
 
포스코는 고로 내부를 완전히 냉각하고 철거 작업 등을 거쳐 ‘포항 1고로 뮤지엄’으로 개조해 일반인들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고로에서 불을 끈다고 해도 내부 열기가 남아 있어 다 식는 데 최대 6개월 걸린다.
 
포스코는 1고로 종풍에 따라 연간 100만t가량 감소하는 출선량을 만회하기 위해 남아있는 8개 고로의 연·원료 배합비를 개선해 철강 수급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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