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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덩치만 큰 공룡”…빅테크 성장에 금융지주 회장들 생존 경고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금융지주 공룡에 빗대 '변화' 강조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도 빅테크 영향에 '생존' 화두로
디지털 금융 전환 속도 더 빨라질 전망

 

 
왼쪽부터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고 위원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NH농협지주 회장. [연합뉴스]
 
"공룡은 결국 멸종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카카오뱅크 등 새로운 경쟁자 출현과 관련해 은행을 공룡에 빗대며 신년사를 전했다.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이 임직원들에게 던진 새해 첫 화두도 디지털과 생존경쟁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회장은 신년사에서 "수많은 변화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이제는 경쟁의 대상이 누구인지 불분명할 정도로 업의 경계가 사라졌다"며 "우리에게 끊임없이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기존 금융사들이 변화에 무감각해진 점을 지적하며 하나금융이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두 회사의 시가총액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주가는 해당 기업의 미래가치를 반영한다"며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시장은 우리를 '덩치만 큰 공룡'으로 보고 있고, 공룡은 결국 멸종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올 한 해, 업의 경계를 넘어서는 경쟁과 협력으로 기존의 틀을 깨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오프라인 채널을 통한 강점 강화 ▲디지털 전환 실현 ▲그룹의 글로벌 진출 ▲글로벌 기준에 부합한 ESG경영 실천 등을 주요 경영 과제로 전했다.  
 
김 회장만 아니라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도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에 따른 경쟁심화를 지적하며 디지털을 주요 생존전략으로 꼽았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인터넷 은행과 빅테크 계열 금융사들의 새로운 시도가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며 "고객은 이제 금융사 규모와 수익이 아닌 경험의 가치에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조 회장은 "복합적 불확실성이 우리의 안팎을 에워싸고 있다"며 "그룹사의 디지털 플랫폼 전반을 '바르게, 빠르게, 다르게' 운영해 빅테크, 플랫폼 기업과의 경쟁에서 당당히 앞서 나가자"고 밝혔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금융업의 장벽이 허물어져 버린 시대에 기존의 틀 안에 갇힌 작은 변화 정도로는 시장에서 더는 생존력을 갖지 못한다"고 전했다.
 
그는 "디지털은 금융에서도 수단을 넘어 그 자체로 본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룹 차원에서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 세대) 특화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면서 "또 마이데이터 등 테크 기업과 겨뤄야 할 서비스가 본격화하는 만큼 우리만의 디지털 초혁신 서비스로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도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강조했다. 윤 회장은 "올해 가계대출의 성장 제한이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 금융과 자본시장 영역에 더 힘을 모아 성장 활로를 모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고객 접점 확대를 위해 업계 최초로 진출한 디지털 헬스케어를 비롯해 통신·자동차·부동산 등 4대 비금융 플랫폼에서 시장 지배력을 갖춰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키자"고 말했다.
 
손병환 NH금융지주 회장은 "미래의 금융산업은 업의 경계 붕괴, 융복합 활성화 등 이전보다 역동적이고 파괴적인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금융의 본질은 고객에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차별화된 디지털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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