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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오리서 백조로’…석유화학업체 이끄는 정유 사업

정제마진 배럴당 6달러 수준…수요 증가에 강세 지속

 
 
에쓰오일 울산공장. [사진 에쓰오일]
석유화학업체의 애물단지로 취급받던 정유 사업이 부활하고 있다. 정유 사업은 장기간 이어진 저유가 기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마이너스 국제유가마저 겹치면서 대규모 손실을 유발했으나, 코로나19 이후 석유제품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석유화학업체들의 실적 개선을 견인하고 있다. 오히려 그간 정유 사업의 수익성 악화를 상쇄한 석유화학 등 비(非)정유 사업의 부진을 정유 사업이 메우는 분위기다.  
 
5일 석유화학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6달러 이상으로 회복했다. 지난해 11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 등의 우려로 배럴당 2~3달러 수준으로 주저앉았으나, 12월 중순 이후 빠르게 올라 배럴당 6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배럴당 7~8달러에서 움직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만족할 만한 수치는 아니지만, 정유사 손익분기점을 상회하는 만큼 긍정적이란 평가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의 비용을 뺀 금액을 말하는데, 통상 배럴당 4~5달러가 정유사 손익분기점으로 인식된다.  
 
증권업계 등에선 올해 초에도 정제마진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유안타증권은 이달 3일 보고서에서 “오미크론 확산에도 불구하고 1~2월 정제마진은 강보합권을 유지할 전망”이라며 “중국의 석유제품 생산량 조절 효과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12월 말에 올해 1분기 독립계 석유회사의 원유 수입 할당량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축소시킨다고 발표한 것이 근거다. 독립계 석유회사는 하류 부문(석유 수송·정제·판매 등) 없이 상류 부문(석유 자원의 탐사·개발·생산 등)만을 영위하는 회사를 뜻한다. 
 
국제유가 역시 상승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국제유가는 배럴당 70달러 중반에서 80달러 수준이다. 지난해 1월 국제유가가 50달러 안팎에서 움직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 새 꾸준히 상승한 셈이다. 국내외 투자은행과 에너지기관들은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전후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일각에선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석유화학업체 입장에선 원료인 국제유가 상승은 당장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향후 정제마진 상승에 힘을 실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애물단지였는데…비정유 살리는 정유 사업  

석유화학업계에선 “그간 정유 사업 부진에 허덕이던 석유화학업체들이 석유화학 등 비정유 사업 실적 하락을 정유 사업 상승세로 극복할 것”이란 진단이 많다. 증권업계 등에선 올해 상반기 석유화학 시장 상황이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전력 제한 조치로 중국 내 석유화학공장들의 가동률이 하락한 데다, 반도체 수급난 여파로 자동차, 가전 등 전방산업마저 위축되면서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글로벌 공장 증설로 석유화학제품 공급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를 두고 올해 상반기까지 아시아 지역 내 석유화학제품 공급 과잉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물론 최근 석유화학 시황 악화가 계절적 비수기 진입 영향 탓이며, 조만간 시황이 회복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정유 사업 상승세에 힘입어 실적 상승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쓰오일의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각각 6943억원, 7603억원이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7370억원, 849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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