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비난 여론 예상 못했나…스톡옵션 먹튀의 무시무시한 파급력
류영준 카카오 대표 내정자 비난 여론에 자진 사퇴
비난 여론 뻔한 상황에서 왜 주식 매각 밀어붙였나 의문
카카오의 새 공동대표로 내정됐던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10일 자진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카카오는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내부 논의와 절차를 거쳐 확정되는 대로 추후 재공시 예정”이라고 전했다. 류 대표는 올 3월에 임기가 끝나는 카카오페이 대표직은 유지한다.
시가총액 8위 기업의 차기 리더십 구도를 뒤흔든 이슈는 ‘스톡옵션 행사’다. 류영준 대표는 카카오페이 상장 약 한 달 만인 지난해 12월 10일 여러 임원과 함께 카카오페이 주식 900억원어치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공시에 따르면 류 대표는 자신이 보유한 자사주 23만주를 주당 20만4017원에 팔아 469억원의 현금을 거머쥐었다.
스톡옵션 행사가 법을 어기는 일은 아니었다. 다만 타이밍이 적절치 않았다. 44만주, 900억원 규모의 매도 물량도 문제였지만, 상장 한 달 만에 주요 경영진이 회사 주식을 판다는 건 시장에 심상치 않은 신호를 보내기 마련이다. 회사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경영진이 판단하기에 지금의 주가가 고점이란 뜻이라서다.
실제로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스톡옵션을 행사했던 때는 이 회사가 코스피200 특례 편입 확정을 호재 삼아 주가가 큰 폭으로 치솟은 시기였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의 상장사가 증시에 데뷔한 지 얼마 안 돼서 경영진이 대규모로 주식을 내다 파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폭넓은 고객 기반과 결제 플랫폼의 성장 잠재력을 염두에 두고 카카오페이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로선 날벼락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경영진의 대량 매각 소식이 알려진 지난해 12월 10일부터 3거래일간 14.38% 폭락했다. 2021년 11월 20만원을 웃돌던 카카오페이 주가는 지금은 14만원대로 쪼그라들었다.
류 대표는 “모회사 이동에 따른 이해 상충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스톡옵션을 매도했다”면서 “상장사 경영진으로서 가져야 할 무게를 고민하게 됐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럼에도 이슈는 확전일로다. 국회에선 카카오페이 먹튀방지법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내부 직원조차 납득하지 못했다. 카카오 노조는 류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며 “카카오 주요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동해 주주총회에서 류 대표 선임 안건에 대한 반대 표결을 해 달라”고 강조했다. 결국 비난 여론을 정면 돌파하지 못한 류영준 대표는 내정된 카카오 공동대표직을 내려놓게 됐다.
이번 사태의 파급력은 대단했다. 류 대표의 자진사퇴로 카카오는 새로운 조직 체계와 리더십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류 대표뿐만 아니라 함께 스톡옵션을 행사한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내정자의 거취도 알 수 없게 됐다. 시장의 신뢰를 잃은 카카오와 관련 회사의 주가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특히 카카오 주가는 10일 10만원대가 붕괴할 정도로 낙폭이 컸다.
더 의아한 건 비난 여론이 불거질 걸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는데도 스톡옵션 행사를 밀어붙인 점이다. 통상 경영진의 일탈이나 CEO 리스크는 예상 밖의 변수로 벌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사태는 달랐다. 상장사 경영진의 주식 보유 현황은 공시 대상이기 때문에 금세 드러날 일이었다. 이런 중차대한 일을 카카오 이사회가 몰랐을 리도 없다.
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는 공모주 사상 처음으로 100% 균등 배분으로 진행하면서 국민주 지위를 노렸고, 실제로 일반 공모 청약에는 182만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뜨거웠다”면서 “그런데도 경영진은 순전히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우려고 주가가 내려갈 게 뻔한 상황을 만들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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