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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800선 붕괴, 여기가 끝이 아니다 [이종우 증시 맥짚기]

가계부채비율 104%…부채 리스크와 높은 자산 가격이 주가 발목 잡아
불안정한 상태에선 종목 선택 의미 없어, 우량주 휩쓸려 내려갈 수도

 
 
24일 코스피지수는 2800선에서 하락 출발했다. 이날 종가는 1년 1개월만의 최저점인 2792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미국 나스닥지수가 1만4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하락 속도도 굉장히 빨라 지난주 중반 이후 하루 2%씩 떨어졌다. 하락 폭에 차이가 있을 뿐 국내 시장도 모양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코스피지수도 2800선을 유지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나스닥과 코스피지수가 하락하는 이유로 네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부채 리스크다. 지난 2000년 이후 국제 금융시장 위기나 경기 불안 모두는 부채 리스크에서 시작됐다. 2000년 IT 버블 붕괴를 가져온 기업부채, 2008년 미국 금융위기를 불러온 가계 부채, 2010년대 초 유럽의 재정위기를 촉발한 정부 부채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년간 국내외 모두에서 부채가 크게 늘었으니까 이제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행히 막대한 정부 부채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 미국이 기축 통화 보유국이어서 달러를 무제한으로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기업 부채 문제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지난해 상반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 부채 비율은 82.3%다. 기업부채 리스크가 심각했던 IT 버블 붕괴 때보다 훨씬 높다. 이는 앞으로 미국의 회사채 금리가 급등할 경우 기업 부채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가 된다.  
 

한국, 가계부채 증가속도 세계 1위 

한국은 가계부채가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104%까지 치솟았다. 주요국 중 3위이며 가계부채 증가속도는 세계 1위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의 연체율이 낮고, 부동산에 대한 가계의 집착이 강해 어지간해서는 부실을 만들려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당장 가계부채가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높은 가계 부채가 소비의 발목을 잡는 영향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주가가 끌어내리는 또 하나는 높은 자산가격이다. 그동안 주택시장 침체가 신용 리스크 및 경기침체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그런 상태다. 2019년 말부터 현재까지 미국 20대 도시의 주택가격이 28% 급등했다. 우리도 서울지역 아파트 실거래 가격이 85% 가까이 상승했다.  
 
다행히 지금은 2008년보다 부동산 버블 붕괴 위험이 높지 않다. 가처분소득을 감안한 주택가격이 당시보다 낮고, 주택시장 수급여건도 2008년보다 양호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처럼 갑자기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봐야 한다. 물론 주식시장은 사정이 좀 다르다. 2000년 IT버블 때만큼 심각하지는 않아도 가격이 높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어 주가가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더 큰 문제는 긴축과 경기 둔화다. 두 요인이 맞물리면서 주가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지금도 올해 국내외 경제가 양호한 흐름을 보일 거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성장률 전망치가 국내는 3%대,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도 4%대까지 올라와 있을 정도다. 이 기대가 이루어진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주가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다. 경제가 좋을 거라고 기대했다가 나빠지면 실망이 두 배가 되기 때문이다. 경제가 좋으면 금리가 올라도 문제 될 게 없다. 경기 회복의 영향력이 금리 상승의 영향력을 압도하기 때문이지만, 반대의 경우는 경기가 나쁜 상황에서 금리까지 올라 부담이 배가 된다.  
 
지난해 3분기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가 정점을 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직후 시작된 경기회복이 약해지기 시작한 건데 선진국의 재정지출 감소와 가계의 소비 여력 축소를 감안할 때 당분간 경기 둔화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은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됐었다. 올해 미국의 재정지출이 20% 가까이 줄어드는데 경제에서 차지하는 정부의 역할이 축소되면 성장이 덩달아 낮아지기 때문이다. 정부지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경제성장이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비 여력 확보와 물가 안정이 필요하다. 많은 나라가 코로나 극복 과정에 정부가 가계에 나눠준 돈으로 소비 여력을 가지고 있지만, 물가는 다르다. 높은 물가가 계속되면 소비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불투명한 경제 전망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리를 그냥 놔두기에는 물가 압력이 너무 세다. 금리는 둘로 나눠진다. 하나는 명목금리로 우리가 흔히 접하는 금리가 이에 해당한다. 또 하나는 실질금리로 명목금리에서 인플레이션을 제외한 금리다. 그동안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려도 주가에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 믿었던 건 실질금리라 오르지 않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률이 금리인상 폭보다 크면 금리를 올려도 실질 금리가 내려가므로 주가에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 본 것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통제에 총력을 기울여 물가가 낮아지면 실질금리가 상승해 주식시장에 미치는 긴축의 영향력이 커진다.  
 
긴축과 경기 둔화는 시간이 흘러도 약해지지 않는다. 해소 방법은 주가가 적정한 수준까지 내려오는 것밖에 없다. 다행히 경기 확장이 계속되거나 인플레이션이 낮아져 금리 인상 압박이 약해지면 주가 하락이 멈추는 시간이 앞당겨지겠지만 그때가 언제일지 아직 알 수 없다.  
 

섣불리 매수에 나서지 말아야

지금은 주가를 움직이던 틀이 무너진 상태다. 어디가 바닥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섣불리 매수에 나서면 안 된다. 최근처럼 주가가 저점을 뚫고 내려오는 건 두 가지로 해석된다. 하나는 대세 상승이 끝나는 경우다. 주가가 상승에서 하락으로 바뀌기 때문에 저점이 계속 낮아질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본격적인 조정이다. 대세 하락보다 약하긴 해도 주가가 상당히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과거 예를 보면 주가는 단순 조정일 때에도 고점에서 15~20% 정도 하락했다. 이번에 코스피 최고점은 지난해 7월에 기록한 3300이다. 지금까지 500포인트 정도 내려왔지만, 과거 하락 폭을 감안하면 하락이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다. 최근 나스닥이 많이 떨어졌지만, 하락률이 15%가 되지 않는다. 지지선은 한 번의 하락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여러 번의 하락과 반등을 통해 만들어지는데 이를 확인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시장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종목 선택은 의미가 없다. 우량 종목을 매수해도 시장 분위기 때문에 같이 휩쓸려 내려갈 수 있어서다. 과거 우리 시장에서는 코스피가 오를 때 80% 이상의 종목이 같이 상승했다. 이는 바꿔 말하면 코스피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소수 종목의 주가만이 오른다는 의미가 된다. 이렇게 오르는 종목도 상승 폭이 크지 않았다. 그만큼 코스피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주식투자는 높은 위험에 작은 보상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은 굳이 투자해야 할 이유가 없다. 주가가 조금 내려왔다고 섣불리 덤벼들기보다 확실한 바닥이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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