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장인이 만든 고퀄 아이들 팔아요”…라방 진출한 ‘짝퉁시장’
SNS 상에서 ‘짝퉁 라이브 방송’ 성행
지난해 국내 온라인 위조상품 신고 7139건
계정 삭제하고 또 만드는 식…단속 어려워
“위에서 첫번째 줄, 맨 왼쪽에 있는 샤넬 카드지갑 얼마에요?”
“2만원에 드릴게요. 화면 캡쳐해주시고 입금 후 채팅 남겨주세요”
모바일 화면 속 한 여성이 다양한 명품 브랜드 지갑과 가방을 이리저리 보여주며 상품 설명을 하고 있다. 채팅 창은 구매·상품 문의로 가득하고, 보고 싶은 제품을 카메라 가까이에 대 달라는 소비자들의 요청도 빗발친다. 샤넬 카드지갑은 2만원, 구찌는 2만~6만원대, 디올은 6만원대, 루이비통 가방은 5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오후 1시경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상에서 생방송 중인 명품 위조품 ‘라방(라이브방송)’ 장면 중 일부다.
짝퉁시장이 온라인에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짝퉁 장사를 했던 상인들이 단속을 피해 온라인 시장으로 몸을 숨기며 시장이 점점 음성화 되고 있다. 기존에는 포털사이트 블로그나 오픈마켓, 중고거래 플랫폼 등이 주 판매처였지만 최근엔 SNS를 통한 위조품 판매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판매자가 물건 사진을 올려 판매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라방까지 활용해 ‘당당하게’ 장사를 하고 있단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국내 공장도 모조품 제조…짝퉁 라방까지
업계 관계자는 “이 페이지에는 전문적으로 국내 공장에서 만든 짝퉁들을 판매하는 업체들이 매우 많이 가입돼 있다”며 “샤넬, 디올, 에르메스, 구찌 등 없는 게 없을 정도로 제품 종류가 다양하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B계정에서는 ‘라방’ 위주로 가품 판매가 이뤄지고 있었다. 제보자는 “이 곳이 페이스북에서 짝퉁 라방을 가장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곳”이라며 “한 번 방송을 할 때마다 300~400명이 들어와 방송을 볼 만큼 탄탄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페이지를 살펴본 결과 판매 방송은 이곳이 아닌 다른 SNS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판매자들은 다른 SNS에 비밀 계정을 만들어 단속을 피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판매자들은 최근 카카오톡 오픈카톡방을 통해 상품문의를 받거나 해당 방에서 VVIP들은 위한 제품을 따로 구성해 단골을 관리하고 있다. 오픈카톡방은 링크를 통해 들어갈 수 있어 언제든 삭제 및 신규 생성이 가능해 단속하기 어렵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290여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판매자 C도 라방 위주로 가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오후 1시경 기자가 직접 방송을 시청했을 때 20여명의 인원이 영상을 시청하고 있었다. A 계정과 비교했을 때 팔로워 수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채팅 창은 상품 문의와 입금완료 메시지로 가득했다. 이 판매자는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제품을 다양한 각도로 보여주고, 실시간으로 입금을 받으며 물건을 판매했다. 채팅 방에는 영상 속 판매자 외에 동업자 2명 정도가 실시간으로 빠르게 들어오는 구매 요청과 입금 완료 메시지를 분담해 관리하는 듯 했다.
이 판매자는 제품 수준을 세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박스나 더스트백 없이 단품으로만 판매되는 제품은 ‘일반 퀄리티’, 단품이지만 질이 좋은 편인 제품은 ‘괜찮은 일반 퀄리티’, 박스와 더스트백 등 포장된 상태로 판매되는 것은 ‘고급 퀄리티’로 분류했다. 일반 퀄리티 제품은 대부분 2만원대에, 괜찮은 일반 퀄리티는 4만~5만원대, 고급 퀄리티는 6만원대에 판매되고 있었다. 방송 시청 당시 소개된 고급 퀄리티 제품으로는 루이비통 가방과 구찌 카드지갑 등이 있었고 각각 4만8000원, 6만5000원에 판매됐다.
계정 쉽게 만들고 삭제해 단속 어려워…소비자 인식 변화가 우선
위조품 판매는 이 외에도 네이버 블로그, 카카오스토리 등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짝퉁’을 검색하면 9만8000여개의 게시물이 검색되고, ‘짝퉁명품쇼핑몰’은 1000개 이상, ‘짝퉁가방’ 게시물은 1만개 이상이 검색된다. 이외에도 개인 계정을 통해 위조 상품을 소량으로 판매하고 있는 계정도 여럿 검색됐다.
온라인 위조 상품 판매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현재 특허청 위조상품제보센터가 이에 대한 단속을 맡고 있다. 이곳을 통해 온·오프라인 위조품 판매에 대한 제보가 들어오고 자체 모니터링단도 구성돼 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온라인 위조품 판매자를 검거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현재 20명 내외의 수사 인력으로 단속활동을 하고 있는데 일반 국민들로부터 신고가 워낙 많이 들어오다 보니 이를 해결하는데도 시간이 부족하다”며 “피해 입은 신고건들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고 있고, 가품 판매 행위가 적발되면 게시물을 삭제하도록 하거나 쇼핑몰을 폐쇄하는 방식으로 규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위조상품을 판매하는 사업체의 정확한 위치는 찾아내기가 매우 어렵다”며 “신고가 들어오면 사이트를 확인하고 사업자 번호와 주소를 찾아내 현장을 방문해는 식으로 단속이 이뤄지지만 막상 가보면 엉뚱한 장소가 나오기 일쑤”라고 밝혔다. 또 “국내 공장 외에도 사업체를 외국에 두고 있는 곳들도 많아 정보를 요청해도 답을 받기가 어려워 SNS 분야 단속이 가장 힘들다”고 덧붙였다.
단속이 어려운 현실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소비자가 가품 구매를 지양하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 중구청의 한 관계자는 “오프라인 시장은 단속 등의 이유로 점점 줄고 있지만, 최근에는 온라인 시장으로 옮겨가 단골 손님을 중심으로 위조상품이 활발히 판매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짝퉁 시장이 젊은 세대의 새로운 놀이 공간 또는 소비 트렌드로 여겨져서는 안 되고 소비자 피해임을 스스로 인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채영 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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