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판매로 잃을 건 없다는데…현대차, 일본 재진출 속사정
“수입차 무덤 공략 아닌 테스트 차원” 평가
日 시장 점유율 딛고 동남아 판매 확대 꾀할 듯
현대자동차가 지난 2009년 철수한 일본 시장에 13년 만에 재진출하면서, 이른바 ‘수입차 무덤’으로 불린 일본 시장을 어느 정도 공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오프라인 판매망 구축이 아닌 온라인 판매를 택한 만큼, 일본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보단 전기‧수소자동차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테스트 성격의 시장 진출”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일본 시장 내의 저조한 전기차 판매량 등을 고려하면 향후 전기차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국 브랜드 선호도가 높은 일본 시장에서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지적이다.
10일 완성차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8일 일본 도쿄 오테마치 미쓰이홀에서 현지 미디어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갖고 일본 승용차 시장에 재진출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미국‧중국 등과 함께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이지만, 일본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는 등 수입차가 자리를 잡지 못한 시장이기도 하다.
지난해 기준으로 일본 시장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수입차인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의 시장 점유율은 1.1%에 불과하다. 현대차는 지난 2001년 일본 승용차 시장에 진출했다가 판매 부진 등으로 2009년 말 전면 철수한 바 있다.
현대차 내부에서도 일본 시장 공략이 쉽지 않다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오프라인 판매망을 구축하지 않고 온라인 판매를 택한 이유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차가 온라인 판매를 택한 것은 일본 시장 재진출을 위한 투자를 최소화하겠다는 뜻일 것”이라며 “국내보다 전기‧수소차 인프라 구축이 빠른 일본 시장에서 전기‧수소차가 통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테스트 성격의 시장 진출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현대차는 웹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전용 전기차이자 준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아이오닉5와 수소차이자 중형 SUV인 넥쏘를 판매할 계획이다.
틈새시장 있지만…중형 친환경차 통할까
지난해 기준으로 일본 시장에서 전기‧수소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0.5%에 불과해, 향후 이들 차량에 대한 판매량은 증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수소차의 경우 도요타의 중형 세단인 미라이가 유일해 SUV는 없다.
현대차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일본 시장도 글로벌 자동차 시장 흐름에 맞춰 친환경차 확대가 불가피한데, 도요타 등 일본 완성차업체들이 자국 내에서 여전히 내연기관 자동차 중심의 판매 전략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대차가 이 같은 시장 상황을 감안해 일본 시장에 틈새시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소형차 선호도가 높은 일본 시장에서 친환경 중형 SUV의 판매량 확대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일본 시장 내에서 벤츠나 폴크스바겐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일본 자동차가 장악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자동차학)는 “현대차가 일본 시장에서 벤츠나 폴크스바겐 등의 수입차와 비슷한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이를 활용해 일본 자동차가 장악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에서의 판매량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우리보다 전기‧수소차 기술력이 높은 일본 완성차업체들이 친환경차를 쏟아내기 전에 어느 정도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려면 현 시점에 일본 시장에 진출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현대차는 오는 3월부터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아이오닉5를 양산하는 등 동남아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공장을 거점으로 아세안(동남아시아 국가 연합)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계산이다. 아세안 자동차 시장 내에서 일본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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