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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레모부터 페트병 재활용까지”…태극전사, 역대 올림픽 패션

[2022 베이징올림픽 이모저모③] 패션올림픽 변천사
40년대부터 선수단복 선보여…시대상·트렌드 반영
각국 문화·이미지 녹여내 정체성 상징 역할
도쿄올림픽·아테네올림픽 단복은 표절 시비 구설도

 
 
1980년대에는 다시 전통으로 돌아가 푸른색의 상의와 흰색 하의를 입기 시작했다. [사진 대한체육회]
 
“황대헌 선수가 입은 패딩 주세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가운데 선수들의 활약과 함께 선수단복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림픽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축제인 만큼 출전국들은 국가명, 국기, 상징색 등을 디자인에 적용해 자국의 개성을 뽐낼 수 있는 선수단복과 유니폼 제작에 공을 들인다. 이렇게 전 세계 스포츠 패션의 자존심을 겨루는 대회이기도 하다는 의미에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패션 올림픽’이라 불리기도 한다. 
 
특히 이번 2022 베이징동계 올림픽 단복은 한반도의 태백산맥과 태극기를 모티브로 한 디자인과 친환경성이 돋보인다. 그렇다면 과거 올림픽 단복은 어땠을까. 그동안 대한민국은 매 올림픽마다 한국 고유의 미와 색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다양한 선수단복을 선보여왔다. 
 
황대헌 선수가 시상식에 입고 나온 재킷으로 유명해진 ‘베이징 팀코리아 V 재킷’은 현재 공식몰에서 전 사이즈가 품절됐다. [사진 화면캡쳐]
 

40년대부터 시작된 단복 역사…하이힐·중절모부터 황금색 정장까지

1948년 런던하계올림픽 단복(오)과 1964년 도쿄올림픽 단복(왼). [사진 화면캡쳐]
 
1960년대에 들어서는 올림픽 단복이 정장에 가까운 디자인으로 변화했다. 1964년 도쿄올림픽 때는 ‘하이힐’과 ‘베레모’가 등장했다. 당시 남자 선수들은 상·하의 같은 톤의 정장에 넥타이를 맸고, 여자 선수들은 흰색 셔츠와 스커트 차림에 베레모를 쓰고 하이힐을 신어 여성스러움을 뽐냈다. 1968년 멕시코올림픽에서는 남자 선수들이 모두 밝은색의 ‘중절모’를 쓰고 신사다움을 강조했다.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는 처음으로 황금색 상·하의로 디자인된 ‘단색 정장’이 제작됐다. [사진 화면캡쳐]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는 처음으로 황금색 상·하의로 디자인된 ‘단색 정장’이 제작됐다. 한국이 올림픽에 참가한 이래로 금메달이 한 번도 나오지 않자 금메달을 기원한다는 의미에서 당시 김택수 대한체육회장이 색상 변경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남색 재킷’ ‘흰색 바지’ 트레이드 마크로…유니폼은 캐주얼하게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는 청색과 적색, 흰색으로 유니폼이 제작됐고 단복으로 중절모가 다시 등장했다. [사진 대한체육회]
 
1980년대부터는 푸른색 상의와 흰색 하의를 다시 입기 시작해 2000년대까지 이 기조가 유지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은 한국 국가대표 선수단 유니폼이 크게 발전했던 때이기도 하다. 이전의 유니폼은 주로 단색으로 밋밋한 디자인이었지만, 서울올림픽은 한국 역사상 첫 번째 올림픽이었던 만큼 흰색과 청색이 조화를 이룬 독특한 문양을 넣어 전 세계에 한국을 각인시킬 수 있도록 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는 청색과 적색, 흰색으로 유니폼이 제작됐고 단복으로 중절모가 다시 등장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도 더운 현지 날씨를 고려해 기능성 소재가 사용됐다. [사진 화면캡쳐]
 
2000년대부터는 유니폼도 캐주얼하게 변화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고온다습한 기후 때문에 반팔과 반바지, 모자 달린 티셔츠 등으로 유니폼을 제작하면서 시작됐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도 더운 현지 날씨를 고려해 기능성 소재가 사용됐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고온 건조한 현지 날씨에 맞춰 마 소재가 활용됐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영광 재현 1948’이란 콘셉트로 과거 1948년 런던올림픽 때와 비슷하게 ‘태극’과 ‘단청’을 모티브로 한국의 전통미를 살린 단복을 선보였다. [사진 화면캡쳐]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영광 재현 1948’이란 콘셉트로 과거 1948년 런던올림픽 때와 비슷하게 ‘태극’과 ‘단청’을 모티브로 한국의 전통미를 살린 단복을 선보였다. 이때 중절모가 다시 등장했고, 당시 대한민국 선수단복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선정한 ‘베스트 유니폼’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각국 정체성 보여주는 ‘선수단복’…표절 시비에 휘말리기도 

2016년 리우올림픽 때부터는 노스페이스가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단의 공식 단복을 책임지며 2018년 평창올림픽, 2021 도쿄올림픽에 이어 이번 베이징올림픽까지 4회 연속 역대 최장수 파트너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동계올림픽에 선수단이 입고 나온 단복에는 친환경 소재가 활용돼 특별함을 더한다. 누리꾼들은 “선수 단복 올림픽이 있다면 친환경 트렌드를 단복에 녹여낸 한국이 금메달”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선수단복이 매번 호평을 받은 것은 아니다. 때때로 오해와 구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선보인 선수단의 트레이닝복은 디자인 표절 의혹에 휩싸이며 곤욕을 치렀다. 당시 제품 디자인은 국산 스포츠의류 회사인 훼르자가 담당했는데 프랑스 스포츠 브랜드인 르꼬끄스포르티브는 해당 디자인이 프랑스 국기의 3가지 색상을 활용해 자사가 이미 출시한 제품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르꼬끄를 국내에 수입해 판매하던 일본계 회사 한국데상트는 공문을 보내 “디자인 수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올림픽 선수단복은 그 자체로 각국의 문화와 이미지를 상징해 전 세계에 자국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관심과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단순한 디자인과 기능의 진화뿐 아니라 애국적 요소가 가미돼 있고 심지어 국가 간 알력 관계가 녹아있기도 해 유니폼의 세계는 보이는 것보다 더 무궁무진한 것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김채영 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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