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부트캠프 출신만 뽑겠다”…SK이노베이션 개발자 채용 ‘시끌’
- SK이노, 신입 개발자 채용 공고에 “부트캠프 참여 필수”
“기업이 개인에게 신입사원 교육 비용 전가”…비판 쇄도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6일부터 차량 관리 서비스 ‘머핀’의 백엔드 개발을 담당할 신입사원을 모집하고 있다. 채용 공고에 따르면 부트캠프에 참가하지 않은 지원자는 신입 공고에 지원할 수 없다. SK이노베이션이 부트캠프 참여를 필수 자격 요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우아한 테크코스,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코드 스쿼드 등을 부트캠프 예시로 들었다.
문제는 부트캠프에 참여하기 위해 내야 할 비용이 만만찮다는 점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부트캠프 참여 비용은 최소 10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까지다. SK이노베이션이 채용 공고에 언급한 코드 스쿼드도 6개월 코딩 학습 프로그램을 528만원에 운영하고 있다.
물론 모든 부트캠프가 수백만원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기업과 국가의 지원을 받아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무료 부트캠프는 모집인원도 적을뿐더러 경쟁률도 치열하다. 취업 준비생이 단기간에 취업 조건을 갖추기 위해선 막대한 비용을 써 부트캠프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울에서 대학 졸업 후 개발자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김정환(27)씨는 “부트캠프를 거치지 않았다면 지원조차 못 한다는 것인데, (기업이 부트캠프 참여) 비용을 알고서 낸 채용공고인지 의문”이라며 “일부 프로그램은 생활비도 지원해줄 만큼 조건이 좋지만, 경쟁률이 매우 높고, 사설 학원에서 진행하는 부트캠프는 비용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국내 한 플랫폼 기업의 백엔드 개발자로 취업한 박민석(29)씨도 “기업에 제출할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현직 개발자를 만나는 등 취업 준비생들이 부트캠프를 통해 실력을 쌓을 수 있는 건 맞다”면서도 “국비 지원 학원이나 기타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자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도 많은데, 왜 부트캠프 참여자로 대놓고 지원을 제한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현재 사안에 대해 파악 중”이라며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일 비난 여론을 의식해 부트캠프 참여를 필수 자격 요건에서 우대 자격 요건으로 수정한 상태다.
일각에선 SK이노베이션이 채용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이런 자격 요건을 내걸었다고 분석했다. 국내 한 스타트업 기술 채용 담당자는 “유명 부트캠프 출신 지원자라면 일정 수준 이상의 개발 능력을 갖췄을 테고, SK이노베이션이라면 지원자도 몰릴 테니 허들을 높여서 허수 줄이려고 한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SK이노베이션이 신입사원 교육에 필요한 비용을 민간 기관과 개인에게 돌리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인재를 육성해야 하는데, 이를 취업 준비생에게 전가하고 있단 것이다.
국내 한 IT 업계 관계자는 “유명 부트캠프 출신 지원자를 채용하는 게 기업 입장에서 유리하다”며 “교육 비용을 줄일 수 있을뿐더러 실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문제는 신입사원에게 요구하는 조건이 매해 까다로워지며 ‘경력 같은 신입’을 원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라며 “기업이 키워줘야 할 역량조차도 고스란히 취업 준비생의 몫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취업 준비생이 취업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은 매해 증가하고 있다. 인재채용 플랫폼 사람인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취업 준비생은 매월 31만2000원을 취업 준비에 썼다. 1년 전(17만5000원)보다 취업 준비 비용이 약 2배 수준 올랐다. 응답자 733명 중 66%도 “2020년과 비교해 취업 준비 비용이 늘었다”고 답했다.
선모은 기자 seon.m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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