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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최대 배당 축포’ 금융지주, 올해 다시 쪼그라들까

지난해 5대 금융 대손충당금, 전년 比 24.5%↓
코로나 확진자 10만명 폭증 등에 당국, 충당금 적립 지적 나서
업계 “충당금 늘리면 배당금 확대에 부정적 영향”

 

5대 금융사 로고 [연합뉴스]
오미크론발(發)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10만명대로 폭증하면서 금융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5대 금융지주는 대손충당금을 전년 대비 크게 줄였는데, 경기 악화에 따른 대출 부실이 확대될 경우 다시 대규모 충당금 적립이 필요해질 수도 있다. 아울러 당국이 ‘나가는 돈’을 줄여 손실흡수능력을 높일 것을 요구하면서 각 지주사의 배당금이 다시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손실흡수능력에 과신 생길 우려 높아졌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총 3조552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4조7030억원)보다 24.5% 감소했다.
 
지주사 별로 보면 KB금융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지난해 1조1851억원으로 5대 금융 중 유일하게 1년 전보다 13.6% 늘었다. 다른 금융지주의 대손충당금을 보면 ▶신한금융 9964억원(전년 동기 대비 28.3% 감소) ▶우리금융 5370억원(31.5% 감소) ▶하나금융 5213억원(38.4% 감소) ▶농협금융 3125억원(50.9% 감소) 등을 기록했다.  
 
이에 지난해 5대 금융지주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말(3조1094억원) 수준으로 돌아간 모습이다.  
 
5대 금융지주의 대손충당금 적립 추이 [이코노미스트]
이렇게 되자 금융당국이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금융지주의 손실흡수능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경제·금융전문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대손충당금도 위기대응 여력이 있을 정도로까지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손실흡수능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 전문가들도 같은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위원은 ‘코로나19 감염병 지속 상황에서 국내은행의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한 정책방향' 보고서에서 현 연체율과 관련해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에 대한 과신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며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위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총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지난해 9월 말 0.80%를 기록하며 전년 같은 기간(0.85%)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9월 말(0.94%)보다도 떨어졌다. 그는 “지난해 초부터 대손충당금 적립이 대출 증가율에 못 미치는 속도로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의 충당금 적립 요구, 배당 결정에 부정적 영향”

고승범 금융위원장 [사진 금융위원회]
금융업계에선 올해 금융지주의 추가적인 대손충당금 적립이 연말 배당 정책에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금융지주들은 지난해 충당금을 줄이는 대신 배당금을 사상 최대로 지급했다. 
 
대손충당금은 금융사의 비용으로 잡히기 때문에 충당금이 늘면 순이익은 줄어든다. 올해 대손충당금 증가로 순이익 증가폭이 예상보다 부진할 경우 각 금융지주가 배당 확대에 소극적일 수 있다. 2020년 하반기에도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당국에서 금융지주의 연체율과 상관없이 배당성향을 20%까지 줄여 손실능력을 확보하라고 권고한 바 있어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는 “당국이 지난해 적극적인 충당금 적립을 권고했지만, 현실적 제약 등으로 인해 금융지주사들은 기대 이하 수준으로 충당금을 적립한 바 있다”며 “금융당국이 대규모 충당금 적립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2022년 배당 결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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