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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낸 한전, 부담 커진 국민…원전 vs 재생에너지 어느 공약에 손 들까

[선택, 누가 살림살이를 바꿀 것인가]
이재명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 30%로 확대”
윤석열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 백지화할 것”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5·6호기 건설 현장모습.[연합뉴스]
 
한국전력이 지난해 6조원 가까운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창사 이후 최대 규모의 손실이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2021년 연결기준 잠정 영업손실액은 5조8601억원이었다. 
 
원유‧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가격 급등이 중요한 원인이지만, 정부의 탈(脫)석탄‧원전 정책과 전기요금 동결 역시 적자 배경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RPS) 비율이 7%에서 9%로 늘며 비용이 증가했고, 단가가 비싼 LNG 발전 비중이 커지며 한전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침공으로 벌어진 지정학적 리스크와 에너지 수급 불안정에 대한 우려로 올해 한전의 적자 폭은 작년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권덕민 신영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원자재 가격 하락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올해 영업손실이 10조원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문제는 한국전력의 적자가 특정 기업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 전기 에너지를 공급‧관리하는 국가기간망 사업자 한국전력의 존립을 위해선 전기요금을 인상하거나 정부 지원이 필요한데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대 대통령 후보자들은 에너지 정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이재명·윤석열 후보는 재생에너지‧원자력 활용 방안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문재인 정부와 마찬가지로 탈원전에 가까운 에너지 정책 목표를 세우고 있다. 새로 원자력발전소(원전)를 건설하지 않고 수명이 다한 원전은 폐쇄한다는 것이다. 반면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석탄은 약 22%, LNG는 20% 수준까지 남길 계획이다.  
 
윤석열 후보는 친(親)원전 공약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백지화하고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도 다시 정하겠다고 했다. 원자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윤 후보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에너지 주권을 지키고 탄소 감축을 위해 원전을 병행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우리는 정권의 잘못된 판단으로 허송세월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런 공약에 대해 지난 2월 14일 한국원자력학회는 원자력 이슈포럼을 통해 팩트 체크를 진행했다. 
 
심형진 서울대 교수(원자핵공학)는 이 후보의 에너지 전망을 지적했다. “발전설비들이 늘어날수록 에너지 단가가 떨어지는 경향성은 일반적이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시간이 갈수록 단가가 낮아진다”면서도 “원전에 비해 획기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개선된다는 전망은 다소 무리”라는 것이다. 이 후보는 TV 토론에서 “(재생에너지가) 10년 후면 원자력 발전 단가를 넘어선다는 전망이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기복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는 “장마 시즌에는 하루 필요 전력수요량을 태양광으로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를 보완하는 원자력과 같은 비경직성 에너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특정 에너지원만을 가져가기보다 각 에너지원 장단점을 잘 살려서 최적의 에너지 믹스를 구성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의 친원전 공약을 지적한 것이다.  
 

EU, 원자력을 녹색 에너지로 인정…“한국도 고려해야”  

재계는 원전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난 4일 유럽연합(EU)의 녹색분류체계 규정안 확정과 관련해 논평을 내며 우리나라도 원자력 발전을 녹색 에너지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원자력 발전을 녹색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에 포함시기키로 했는데 우리도 이런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경련은 “정부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게(K-택소노미) 가이드라인을 재검토해 원자력 발전을 녹색 기술에 포함시켜야 한다”면서 “EU도 원전을 탄소중립의 핵심 수단으로 삼는 데 우리나라만 거꾸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관리가 제대로 될 경우 원전의 위험도가 높지 않고 발전 단가가 그만큼 저렴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8월 한국전력의 전력통계 월보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단가는 1㎾h당 41.06원으로 LNG(142.23원)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재생에너지의무구매제도(RPS)에 따른 보조금을 제외한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대체)에너지(108.67원)의 절반 수준이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펴겠다고 하면서도 최근 원전 발전량을 늘린 것도 이런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전력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원자력발전량은 15만8015GWh로 집계됐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14만8427GWh)보다 6.5% 증가한 수치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초기인 2017년 6월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원전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선언했던 것과는 거리가 있는 셈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원전이 지속 운영되는 향후 60여 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 기저 전원으로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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