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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폭탄 돌리기’ 계속된다…땜질식 충당금 확대도 불가피

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상환유예
코로나19 장기화·국회 요구에 금융당국, 결국 4차 연장
‘질서 있는 정상화’ 대책 없어…은행은 충당금 추가 적립할 듯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시중은행장과 간담회에서 주요 시중 은행장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3월 종료 예정이던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또 연장됐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소상공인 금융지원 연장이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대출금 만기가 임박했던 자영업자 등은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은행의 대출 관리 능력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 정책 종료에 따른 부실화 상쇄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만기연장 된 대출 139조원…‘질서 있는 정상화’ 다음 정권으로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전날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연합회 초청 은행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현재 자영업자들이 당면한 어려움에 공감하고 여·야 합의에 따른 국회의 의견을 존중해 금융권과 적극 협의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한 차례 더 연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금융당국은 정책의 추가 연장 당시 ‘질서 있는 정상화’를 강조하며 마지막 연장 가능성을 내쳤지만, 최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론을 의식한 정치권 의견이 나오면서 금융지원 종료 결정을 다음 정권으로 넘긴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지난 21일 추가경정예산을 의결하면서 ‘정부는 전 금융권의 만기 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추가로 연장하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시행한다’는 부대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는 2020년 4월 시행되며 6개월 단위로 3차례 연장됐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코로나19 금융 지원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원이 시작된 이후 올해 1월 말까지 납기가 연장된 대출과 유예된 이자 총액은 139조4494억원에 달했다.  
 
이 중 이자 유예액은 664억원이다. 한은이 집계한 지난해 12월 말 기준 기업의 평균 3.14%의 대출 금리(2년 만기 기준)를 적용하면 이자를 내는 기업의 대출 원금은 약 1조573억원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 지주의 지난해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3조5523억원에 달해 부실채권에 여유가 있다고 하지만, 은행에선 코로나19 금융지원 대출이 부실채권으로 잡히지 않아 손실흡수 관리에 차질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고 위원장도 이날 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에 “앞으로 계속 (만기연장 조치를) 연장할 수는 없으니, 어떻게 출구 전략을 짜야 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전했다.
 

출구 전략 없이 대손충당금 쌓기 급급

서울의 한 시중은행 창구. [연합뉴스]
고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코로나19 금융지원 추가 연장 당시 ‘질서 있는 정상화’를 강조하며 마지막 재연장 의중을 보인 바 있다. 지난달에도 그는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는 3월 말 종료를 원칙으로 하되, 종료 시점까지 코로나 방역상황, 금융권 건전성 모니터링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3차 연장 당시에 금융권 수장들은 당국에 이자유예라도 종료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 능력이 떨어져 연쇄 부실화가 우려된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연착륙 방안 필요성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번에 당국이 금융지원 4차 연장을 결정하면서 은행권은 당장 대손충당금 적립을 통한 부실 대비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경제·금융전문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대손충당금도 위기대응 여력이 있을 정도로까지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손실흡수능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 전문가들도 같은 의견을 제시한 상황이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위원은 ‘코로나19 감염병 지속 상황에서 국내은행의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한 정책방향' 보고서에서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에 대한 과신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며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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