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금융위-금감원 감독체계’ 바꿀까…은행 본점 부산이전?
[윤석열 당선인 경제정책 분석]
정치권·학계 “금융감독체계 개편 필요” 한 목소리
윤석열 캠프선 금감원 개혁 강조…수장 교체 이슈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금융정책에도 큰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그동안 여야 및 학계에서 금융감독 개편을 강력히 주장해온 만큼 이 부분에 있어 새 정부의 입장이 주목된다. 또 금융당국 수장들의 교체 및 재신임 여부, 국책은행 지방 이전 등도 새 정부 들어 주목할 사안으로 꼽힌다.
감독체계 어떻게 바꿀까…수장 교체 이슈도 ‘주목’
이미 여·야에서는 금융위원회 설치법 개정안 등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관련한 법안을 내놓은 상태다. 지난 몇년간 금융감독체계는 금융위가 금융산업과 금융감독 정책 수립을, 금융감독원이 검사·제재 등 감독집행 기능을 맡는 구조로 유지돼왔다. 하지만 지난 몇년간 사모펀드 논란 등 금융위-금감원의 ‘엇박자 감독’으로 금융체제 불안정성이 커지며 변화의 목소리가 높아진 상태다.
윤 당선자는 학계 목소리도 반영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금융감독 개혁을 촉구하는 전문가 모임’은 금융 분야 학자 및 전문가 312명이 서명한 ‘개혁 촉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현재 금융위가 수행하는 기능 중 금융산업정책은 정부의 경제정책부처로 이관하고, 금융감독 기능은 공적 민간기구에 위임해 금융감독의 정책·집행 기능을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규정제정권이 없는 금융감독원이 명실상부한 공적감독기구라고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와 금융감독기구 간의 적절한 역할 재배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새 정부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금융위 해체’보다는 ‘금감원 힘빼기’가 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윤 당선자 대선캠프의 핵심으로 활동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핵심으로 금감원의 권력 분산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윤 의원은 금융사에 대한 중징계 이상 징계권을 모두 금융위로 환원하고 금감원이 ‘갑’으로 군림하지 않도록 국회의 포괄적 감독권을 도입하는 방안을 금감원 개혁 과제로 발표한 바 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금융감독체계 개편으로 오히려 금융위의 입김이 더 강해질 수도 있다.
금융위-금감원 수장 교체 가능성도 거론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8월 각각 부임 후 가계대출 안정화와 러시아-우크라 사태 금융 정책 대응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대체로 정권 교체 후 금융감독 수장들은 교체되거나 재신임되는 등의 사례를 밟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금융감독체계 개편 이슈가 있어 새 정부가 어떤식으로든 수장들을 교체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실현될지도 관심사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부산을 찾아 산업은행 및 여러 은행들을 부산으로 이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은행권 노조의 반발이 심해 실제 이행될지는 미지수다. 국내 9개 은행의 노조위원장은 지난 7일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 모여 윤 당선자 규탄 집회를 열고 “은행 주식이 한 주도 없는 정부가 왜 마음대로 이전을 논하는가”라며 비판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공공기관이 아닌 국책·시중은행을 마음대로 이전시키는 것은 무리수라고 지적하는 분위기다. 과거 정권 때 주요 공공기관이 세종이나 전남 나주로 이전한 바 있지만 국책·민간기업 은행을 이전시킨 사례는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부산지역 유세를 위해 윤 당선자가 무리한 공약을 내세운 것”이라며 “금융위나 금감원이라면 모르겠지만 은행을 이전시킬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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