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학 개미만 사들이는 반도체株, 줍줍한다고 오를까?
개인투자자, 4월에만 삼성전자 주식 3조원 넘게 사들여
美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AMD,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증권가 “성장성 여전하지만 단기 주가 조정 고려해야”
최근 삼성전자와 엔비디아 등 국내외 반도체 기업 주가가 연일 하락하며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동학개미(국내 주식에 투자한 개인)’는 물론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한 개인)’의 반도체주 매수 행렬은 여전한 모양새다. 지금을 저가매수 기회로 보고 투자에 나선 셈인데, 증권가에선 당분간 반도체주 주가 약세를 점치며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18일 코스피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0.15% 오른 6만6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한때 주가는 6만6100만원까지 추락하며 지난 15일 장중 기록한 52주 신저가(6만6500원)를 재경신하기도 했다.
올해 증시 첫 거래일인 지난 1월 3일 7만9000원대로 출발한 삼성전자는 현재 6만6000원대로 내려앉았다. 연초 이후 주가 하락률은 14.76%에 달한다. 올해 1~2월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의 주가 부진이 길어질 것이란 전망은 거의 없었지만, 이달 들어 커진 낙폭에 6만원선 붕괴마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그러나 이 같은 주가 하락세가 무색하게 동학개미의 매수 행렬은 여전한 모양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개인이 사들인 삼성전자 주식은 3조1687억원어치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조2012억원어치, 2조318억원어치를 팔아치운 것과는 대조적이다.
삼성전자는 이 기간 개인 순매수 1위 종목에 오르기도 했다. 2위는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SK하이닉스다. 4월 들어 개인은 SK하이닉스 주식을 759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은 4129억원어치, 기관은 3606억원어치 각각 순매도했다. 즉, 외국인과 기관이 던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매물 대부분을 개인이 받아낸 셈이다.
반도체 지수 3배 추종 ETF, 순매수 1위
개인의 반도체 사랑은 해외 주식 부문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4월 1~15일 사이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DIREXION DAILY SEMICONDUCTOR BULL 3X·SOXL)’로 약 6198억원(5억215만 달러)어치 순매수했다. 해당 ETF는 뉴욕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 하루 상승폭을 3배로 추종하는 상품으로, 이달 수익률은 -33.96%에 그쳤다.
이외에도 엔비디아(2위), AMD(Advanced Micro Devices·5위)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두 기업의 주가는 4월 들어 22.09%, 14.88% 각각 하락했다. 그러나 개인들은 이러한 주가 하락세를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로 삼는 눈치다. 삼성전자와 엔비디아 등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자체는 좋은데다 미래 성장성만큼은 여전히 크다는 낙관적 판단이 투심을 자극하는 것으로 보인다.
中 봉쇄령 고려해 반도체 투자 신중해야
다만 증권가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최근 국내외 반도체 기업 주가가 부진한 주요 원인으론 주식시장에 돈이 돌지 않는 환경이 꼽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 긴축 행보와 그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 확산으로 투자보단 현금 보유를 택하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대응 차원에서 장성 쑤저우, 산시성 시안, 허난성 정저우 등 대도시 내린 봉쇄 명령이 반도체 기업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시안에 메모리 반도체 1·2공장을 두고 있다. 봉쇄가 장기화하면 자재수급 지연 등으로 제품 생산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선 반도체 기업 주가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으므로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형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초부터 경기 침체 우려가 투자자들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었는데, 최근 IT 수요 3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이 1선 도시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락다운에 돌입했다”며 “스마트폰, PC, 기계부품 등 시장 수요를 이끌어왔던 주요 품목들의 공급망 우려가 한층 더 깊어졌고, 봉쇄 확산에 따른 소비 위축 우려까지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기업 투자전략은 확실한 수요와 성장성에 기반을 둬야 한다”며 “반도체의 장기 성장성에 대해선 여전히 긍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지만, 수요 위축으로 인한 공포감으로 가파른 주가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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