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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큐” 바이든 움직인 힘은 '경제'…韓기업 미국에 50조 투자 약속

삼성전자 20조, 현대차 13조 투자
미 대통령 직접 나서 감사인사
배터리 등 국내 주요 회사도 美 투자 계획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땡큐 삼성, 땡큐 현대차”  

 
20일 한국을 방문해 2박 3일 일정을 마친 바이든 미국 대통령 행보의 무게추는 경제에 실렸다. 첫날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고, 이튿날에는 국내 5대 그룹 총수를 비롯한 경제인 만찬을 진행했다. 마지막 날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단독 면담했다.  
 
이런 배경엔 한국 기업의 적극적이고 압도적인 미국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한국기업이 최근 미국에 투자를 결정하거나, 향후 투자 계획을 밝힌 규모가 50조원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삼성전자는 미국 신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하기로 확정‧발표했다. 5세대 이동통신(5G), 고성능컴퓨팅(HPC), 인공지능(AI) 등에 활용되는 첨단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이다. 테일러 신공장 투자 규모는 17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0조원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해외 투자 가운데 최고 규모다.
 
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이 회사 반도체 분야 시설투자액은 43조6000억원으로, 극자외선(EUV) 기반 15㎚(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D램, V6 낸드플래시 등 첨단공정이 도입된 평택과 시안 증설 공정 전환에 사용됐다. 또 평택 P3 라인 인프라 투자에도 쓰였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경우 평택 EUV 5㎚ 공정 증설에 투자가 집행됐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분야 시설투자액은 43조6000억원으로 같은 해 매출액의 절반에 달했다. 그런데 미국에 투자하기로 약속한 금액이 20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얼마나 큰 투자인지 짐작할 수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20일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가 17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지난해 5월에 약속한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는 “이 투자를 통해 텍사스에 3000개의 새로운 첨단 산업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이는 삼성이 이미 미국에서 창출하고 있는 일자리 2만 개에 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한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면담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차그룹도 투자 규모면에서 삼성전자에 밀리지 않았다. 55억 달러(약 6조3000억원) 규모의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 건립 계획을 공식화한 현대차그룹은 22일 50억 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 의사를 밝혔다. 2025년까지 로보틱스,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규모는 105억 달러(약 13조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차는) 2030년까지 미국에서 ZEV(친환경차) 판매 40~50%를 달성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0억 달러가 넘는 미국 제조 분야 투자 발표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미국을 선택해 준 정의선 회장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또 “이런 투자에 보답하기 위해 현대차를 절대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 밖에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도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 17조5000억원에 이르는 투자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들은 7개의 합작법인 공장과 4개의 단독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투자규모가 9조9000억원 수준으로 가장 많았고 SK온, 삼성SDI가 각각 6조4500억원(추정), 1조1500억원(추정)가량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에너지부(DOE)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2025년까지 미국 내 건설 예정인 대규모 배터리 생산설비 13개 가운데 11개는 국내 배터리 3사가 진행하는 사업이다. 예정대로 투자가 이뤄지면 미국 내 전체 배터리 생산설비 중 국내기업의 비중이 현재 10% 수준에서 70% 수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저마다 대규모 미국 투자를 계획하고 그 금액이 50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사실상 비즈니스 경제협력 강화를 위한 포석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를 순방하며 일본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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