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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원격근무 해야 혁신인가요?” 엔데믹 시대가 난감한 스타트업

네이버·카카오 원격근무 정착 시도에 업계 갑론을박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는 게 IT업계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중앙포토]
엔데믹 전환에 따라 일상 회복을 준비하고 있는 IT업계가 근무 제도를 둘러싸고 골치를 썩고 있다. 오프라인 미팅이 늘어난 상황에서 사무실 출근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데, 언제로 정해야 할지 난감하다는 거다. 특히 업계를 대표하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코로나19 종료 후에도 원격근무를 정례화하면서 직원들을 출근시키려던 기업들의 부담이 커졌다.  
 
네이버는 오는 7월부터 직원들이 사무실 출근과 원격 근무 중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하는 새 근무제 ‘커넥티드 워크(Connected Work)’를 도입한다. 반기에 한 번씩 직원 스스로 상황에 맞게 근무 방식을 정할 수 있는데, 근무 형태에 따라 주 3일 이상 사무실에 출근하는 타입 O와 원격근무를 기본으로 하는 타입 R로 구분했다.  
 
카카오 역시 7월부터 ‘메타버스 근무제’에서 일한다. 장소에 상관없이 가상의 공간에서 동료와 항상 연결돼 온라인으로 가능한 모든 일을 해 나가는 근무 방식이다. 텍스트, 음성, 영상 등 적절한 수단을 사용해 동료와 협업할 수 있다. 직원이 선택한 장소에서 자유롭게 근무하되 음성채널에 실시간으로 연결해 소통하는 게 기존 원격근무와는 다른 점이다.  
 
근무제 가이드라인인 ‘그라운드룰’을 두고 불편함이 늘 거라는 직원 불만이 제기되면서 카카오는 세부사항을 다시 검토하고 있지만, 원격근무를 제도화한다는 큰 틀을 바꾸진 않을 전망이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엔데믹 전환에도 사무실 출근을 강요하지 않는 건 원격근무의 효율성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팬데믹 기간 원격근무 체제를 가동했음에도 두 회사의 실적은 높이 날았다. 원격근무 제도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면 회사 조직문화가 그만큼 자유롭다는 걸 방증하기도 한다. 규율, 위계를 강조하던 기업문화로는 원격근무를 제도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직원의 자율권을 최대한 존중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성숙한 기업 문화도 뽐낼 수 있다.  
 
원격근무에 익숙해진 직원들의 불만도 달랠 수도 있다. 혼잡한 출퇴근길과 회식의 부활을 우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임직원 4700명의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토대로 새 근무제를 설계했다. 조사에 따르면 직원 55%가 전면 재택근무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장점은 또 있다. 그간 두 기업은 업계의 숙련된 우수 인력을 무섭게 빨아들였는데, 근무환경을 무기로 내세워 더 많은 개발자를 끌어들일 수 있게 됐다. IT업계의 치열한 인재 구하기 경쟁에서 원격근무는 매력적인 복리후생 혜택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인지 네이버·카카오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업이 근무환경의 유연화를 꾀하고 있다. 프롭테크 스타트업 직방은 지난해 2월 오프라인 사무실을 없애고 전면 원격근무제를 도입했다. 자체 개발한 메타버스 가상오피스를 본사로 정했다. 이 오피스엔 현재 아워홈과 에이아이에프(AIF) 등 20여 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대기업인 SK텔레콤은 최근 직원들이 근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서울 신도림과 경기 일산·분당 등 3곳에 거점형 업무공간 ‘스피어(Sphere)’를 마련하기도 했다.  
 
다만 모든 기업이 자유로운 근무형태를 보장하는 건 아니다. 스타트업의 경우 어느 정도 성공궤도에 올라 투자를 많이 받은 곳 위주로 원격근무 제도화를 고민하고 있다. IT업계가 전통적인 굴뚝 산업과 견줘 자율적인 문화가 조성돼 있긴 해도 원격근무를 아예 고착화하는 건 부담스럽다는 기업이 적지 않다.  
 
엔데믹에 대응하고 사업체계를 다시 다지기 위해선 대면근무가 불가피해서다. 성능이 우수한 협업툴을 조직에 내재화한들 다른 파트너 기업과 협업할 땐 기능이 제한적일 때가 많다. 원격근무를 제도화하려면 업무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하는데, 이 역시 난제다.  
 
한 스타트업 경영진은 “대부분의 기업이 재택근무를 하던 팬데믹 땐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몇몇 기업을 제외하곤 일터로 출근하는 일상이 돌아온 상황이라 오프라인 미팅이 부쩍 늘어난 상황”이라면서 “직원에게 사무실 출근을 둘러싼 여론을 넌지시 물어봤지만 모두가 부정적이라 근무제를 섣불리 전환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당초 엔데믹으로 전환하면 오프라인 출근 비중을 늘리려던 스타트업도 사내 직원이 이탈할까 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보장하는 다양한 복리후생 제도를 이미 갖추고 있음에도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직원들은 사무실 출근에 반감을 표출하고 있다. 업계 전반적인 인력난과 인건비 부담 가중이란 악재에 근무제도라는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자칫 혁신적이지 않은 회사란 낙인이 찍히는 것도 부담이다. 원격근무 도입 여부가 얼마나 조직문화 혁신 정도를 따지는 척도로 꼽히고 있어서다. 다른 스타트업 관계자는 “최근 카카오가 근무제 세부사항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었지만 결국 적합한 제도를 찾아 도입할 거란 점에서 그저 부러울 따름”이라면서 “우리 역시 원격근무를 장기화하고 싶지만 제한적인 리소스를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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