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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업 말살 vs 미래 먹거리”…‘대체육’ 대체 어쩌란 말인가

[밥상 위 ‘탄소중립’ 대체육 논쟁③] 찬반 대표 2인 인터뷰
“대체육은 고기 아닌 비즈니스, 미래 축산물 대안 아냐”
“미래 단백질 부족 현상의 해결책, 축산업과 상생해야”

고기인 듯 고기 아닌 고기 같은 ‘대체육’. 밥상 위 대체육 논쟁의 열기가 여전히 뜨겁다. 지난해 12월 초 식물성 대체육이 한 마트의 축산 코너에 등장하자 축산업계는 강한 반발에 나섰고, 대체육을 식량난 해소와 탄소중립의 주역으로 보고 있는 학계와 산업계는 답답함을 호소했다.  
 
대체육은 고기인가 아닌가. 대체육은 탄소중립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 축산업계와 학계를 각각 대표하는 정승헌 한우정책연구소장과 류기형 공주대 교수(식품공학과)를 만나 그들의 입장을 지상토론 형식으로 꾸며봤다.
 
‘대체육’이란 명칭이 적합한가.
 
정승헌 소장(이하 정):  
 
대체육에 ‘고기’라는 단어를 넣는 것은 학술적으로나, 과학적으로나, 법률적으로나 적합하지 않은 용어다. 현행법상에서 정의하는 ‘고기’는 가축을 ‘가축을 키워서 도축해 얻어진 근육’을 말하기 때문에 대체육을 고기라 부르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미국에서는 대체육 대신 ‘이미테이션 푸드’, 모방·유사식품이라 부르고 있다. 
 
정승헌 전국한우협회 한우정책연구소장이 22일 서울 서초동 전국한우협회 회장실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류기형 교수(이하 류):
대체육은 고기와 같이 유사한 질감과 고기를 조리했을 때 나오는 색과 맛을 가진 대체식품을 뜻한다. 대체육은 최종 식품을 만들기 위한 중간 소재다. 이러한 정의로 언급될 경우 ‘고기’란 단어가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최종 식품에서는 ‘식물성 패티’나 ‘식물성 불고기’처럼 원료를 명확하게 언급해야 하고, 대체육 대신 ‘대두조직화 단백질’이란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 정부와 산업체, 학계가 협의체를 구성해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류기형 공주대 교수(식품공학과)가 대체육의 장점에 대 24일 서울 순화동 KG타워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대체육을 고기로 볼 수 있는가.
 
정:  
대체육을 고기의 영역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고, 수용성도 높지 않다. 마트 축산 코너에서 대체육을 판매하고 있는 것은 소비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행위로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체육을 판매해야 한다면 마트에 식물성 식품 전용 코너를 마련해 그곳에 진열해놓는 것이 옳다. 소비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 선택적 권리를 높일 필요가 있다.
 
류:
대체육은 단백질을 고기와 유사하게 만든 대체식품이다. 대체육은 최종 식품을 만들기 위한 소재라고 이해해야 하고, 고기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고는 볼 수 없다. 다만 대체육은 미래의 단백질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축산업계와 대체육 산업계가 경쟁이나 대립관계로 가선 안 되며 함께 가야 하는 윈윈관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승헌 한우정책연구소장. [신인섭 기자]
 
현재 축산업계와 학계, 산업계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부분은 각각 무엇인가.
 
정:
불과 몇 년 사이에 상업화된 대체육이 전통 축산물 생산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대체육 생산기업인 ‘비욘드미트’에 의해 국내에 대체육이 들어온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체육이 미래 축산물의 대안인 것처럼 기업이 홍보를 하며 산업계를 유도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축산업계는 배양육 연구나 대체육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대체육은 착한 음식이고, 전통 축산물은 나쁜 음식이라는 양분화된 이미지를 생산하는 일부 기업과 학계를 비판하는 것이다.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대체육이 각종 가축 질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행위로 인해 축산업계는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류:
현재 학계나 대체육 산업계에서 가장 문제라고 보고 있는 부분은 대체육의 자급률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대체육의 원료가 되는 콩이나 식용 곤충, 버섯 균사체 등을 수입에 의존해 들여오고 있다. 국내 대체육 시장을 전 세계까지 확장하기 위해선 우리나라 땅에서 나고 자란 원료를 이용해 만든 대체육을 한식에 활용한 독자적인 K-푸드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대체육 원료의 국산화가 이뤄져야 하고, 대체육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공정 시스템이 더 탄탄해져야 한다.  
 
류기형 공주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 [신인섭 기자]
 
대체육 시장의 성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정:
대체육 시장을 놓고 ‘성장’이란 단어를 쓰기엔 아직 이르다고 본다. 대체육 시장은 지속성에 한계가 있는 소비시장이다. 지난 2019년 5월 나스닥에 상장한 ‘비욘드미트’의 주가의 현황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상장 당시 공모주가 25달러로 시작한 비욘드미트는 3개월 만에 주가가 10배가 뛰어 240달러 이상을 기록했었다. 지난해 8월에는 124달러를 기록하며 안정화된 모습을 보이는 듯했지만 최근엔 24달러까지 내려가며 공모주가 이하로 떨어졌다. 대체육을 생산하기 위해선 곡물 베이스가 필요한데 지난해 국내 곡물 자급률은 20.2%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국제 곡물 가격이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수급 불안정성이 있고, 두터운 소비층을 확보하기 어려워 시장의 불안정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류:
대체육은 미래의 단백질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라고 본다. 2050년이 되면 세계 인구가 96억명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고기 단백질 수요가 현재보다 2배 이상 많아질 것이다. 축산물로는 이를 감당할 수 없고,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와 환경오염 이슈를 인식하고 동물복지 측면에서 봤을 때도 대체육은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축산업계와 경쟁관계가 되는 것이 아니라 상생하며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나가야 한다.  
 
정승헌 한우정책연구소장. [신인섭 기자]
 
대체육이 탄소중립의 효과를 갖고 있다고 보는지.
 
정: 
대체육의 탄소중립 효과를 주장하는 것은 최종적 제품만 두고 말하는 것으로, 생산단계부터 원료 조달, 마지막에 가공 및 소비단계까지 전체적으로 보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결코 적지 않다. 지난 2018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 현황을 살펴보면 총 배출량 7억t에서 축산 부분이 차지한 양은 940만t으로 1.3% 정도의 비중밖에 차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업계는 탄소중립을 실천하기 위한 방안을 열심히 강구하고 있다. 현재 가축에 대한 사용관리 시스템을 정밀 사양으로 바꾸자는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가축을 사육 단계별·품종별로 나눠 기르고, 정밀 사양을 적용해 사료양 조절과 사육 기관을 맞춤형으로 수정해 탄소 배출을 최소화할 것이다.
 
류:
대체육에 대한 연구는 아직 기초 단계지만 이는 탄소발생과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임이 분명하다. 소고기 1㎏을 생산하는데 온실가스와 매탄이 60㎏ 생성된다는 연구가 나왔다. 물론 대체육을 생산하는 과정에서도 탄소가 배출되지만 원료가 되는 콩이나 식물의 탄소 발생이 없어 탄소 배출 저감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류기형 공주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 [신인섭 기자]
 
정부와 축산업계, 기업과 소비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정:
축산업계는 학계의 대체육 연구와 기업의 대체육 판매 자체를 반대하진 않는다. 다만 ‘천연’이라는 것에는 그 고유의 가치가 있다. 축산물은 수천년의 시간 동안 인류가 먹어왔기 때문에 안전성이 보장된 음식으로, 축산업을 환경오염의 주범이라고 호도하지 않았으면 한다. 식량안보는 우리 땅에서 생산되는 식품을 우리가 일정 부분 확보한 뒤 지킬 수 있는 것으로, 축산물 자급률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먼저 고민해야 한다. 바라건대, 정부가 학술·정책·산업적 영역을 좀 더 명확하게 나누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기준을 설정해 모두를 옳은 방향으로 이끌었으면 한다.
 
류:
대체육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탄소중립과 동물복지 문제 등에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사회적 이슈들을 인식해 대체육 소비를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배경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대체육 산업이 일어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하고 학계와 축산업계, 산업계의 의견을 모두 반영해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 또 한국의 대체육 식품이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관련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최기원 PD orig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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