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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와 전세 사이…집주인도 못 피해간 부동산 양극화

월세 오르는 데 전세시장은 침체, 임대 물건·자금력 따라 명암 갈려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전월세 상담 안내문. [연합뉴스]
 
#. 서울의 한 구축아파트 집주인인 A 씨(직장인, 40대). 최근 월세 계약이 늘고 있다는 소식에 계약 만료일을 앞둔 전세를 반전세로 돌릴 계획을 세웠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현재의 보증금은 유지하는 대신 월세를 조금 받겠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주변 공인중개소에 문의한 결과, 생각보다 월세가 높은 수준에 형성되지 못한 데다 보증금 또한 낮아야 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금리가 갑자기 오르면서 보증금이 높은 전세나 반전세를 찾는 사람이 줄었다는 설명이었다. A 씨는 월세를 주기 위해 신용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줄이는 방법을 생각해봤지만, 그 역시 금리 때문에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고금리 여파로 전세보다 월세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서울 등 수도권 주택 임대인들 사이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주택시장에 일찍 진입했거나 자금력이 충분한 임대인은 ‘월세 호황’의 수혜를 보게 됐지만, 최근 주택을 구입했거나 여전히 전세보증금으로 목돈을 조달해야 하는 임대인들은 ‘전세 불황’의 위기를 겪게 됐다.  
 

오르는 월세 수익, 누구에겐 ‘그림의 떡’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를 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이 4만2256건으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전·월세 거래 중 월세 계약의 비중은 39.9% 전세는 60.1%로 각각 역대 최고와 최저를 찍었다.
 
전세와 월세의 가격 흐름 역시 엇갈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6월 수도권 아파트 월세통합 가격지수가 104를 기록하며 역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월세통합 가격지수는 2021년 6월(100)을 기준으로 지수화한 것으로 순수 월세(보증금이 월세의 12개월 치 이하), 준월세(12~240개월 치), 준전세(240개월 치 초과)를 모두 합친 결과다.
 
특히 강남권을 비롯한 주거 선호 지역에선 고가 월세 실거래가 속속 나오고 있다. 서울 지역별 중위월세를 보면 강남구는 225만9000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서초구 176만원, 용산구 175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월세 상승은 신축 초고가 아파트가 이끌고 있다. 지난달 래미안 대치팰리스 1단지 전용면적 59㎡ 타입은 소형임에도 보증금 7억원에 월 임대료 280만원에 계약됐다. 이 단지는 같은 달 25억원에 매매계약이 이뤄진 바 있으며 주변 학군이 우수한 데다 현재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여 임차수요가 더욱 많은 곳이다.    
 
반면 전세는 꾸준히 하락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들어 6개월 내내 떨어져 총 0.64%가 하락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저가인 일부 구축 아파트 전세는 제자리다. 영등포구 소재 H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학군이 없는 데다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아파트는 가격이 그대로인 상황”이라며 “요즘 비수기라 수요가 없어 전세를 올리기는 더욱 어렵고 오히려 가격을 낮춰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도 월세 선호 현상이 지속될 전망이라 최근 갭투자로 주택시장에 진입했거나 목돈 조달용으로 전세보증금을 필요로 하는 임대인들은 계속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위원은 “지금처럼 금리가 높은 상황에선 임차인들이 서류를 준비하고 집주인 서명을 받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 전세대출을 받기보다 월세를 선호할 수밖에 없어 그동안 세입자에게 손해로 여겨졌던 월세에 대한 시장 수요자들의 저항감이 사실상 사라지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민보름 기자 brm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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