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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보다 中 의존도 높은 태양광…韓 기업 발목 잡나

핵심 원자재 잉곳·웨이퍼 95%가 중국산
IRA 등 불확실성 속 약점 작용 가능성

 
 
삼성전자 기흥 캠퍼스 주차장에 마련된 태양광발전 설비. [사진 삼성전자]
삼성과 SK, 현대차 등 국내 주요 기업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일환으로 태양광 발전을 적극 도입하는 것이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태양광 발전을 위해 사용하는 원재료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에선 향후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같은 변수에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내에서 생산하는 신재생 에너지 대부분이 태양광에서 나오는 만큼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신재생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재생에너지 생산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태양광발전은 핵심 설비 대부분을 중국 업체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재생에너지 산업 밸류체인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태양광 발전 시스템 구축의 필수 부자재 잉곳(폴리실리콘을 녹여 결정으로 만든 원통형 덩어리)과 웨이퍼는 중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의 95%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진행된 독일 베른로이터 리치의 조사에서도 2019년 기준 태양광 공급망의 중국 점유율은 폴리실리콘 64%, 잉곳 95%, 웨이퍼 97%, 셀 80%, 모듈 75%로 나타났다. 폴리실리콘의 경우 지난 2020년 77%까지 높아졌다는 결과도 존재한다.
 
이는 향후 국내 기업이 에너지 공급망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태양광만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충당하는 것은 자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패권경쟁 속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이 발효한 IRA만 보더라도 국내 완성차와 배터리 업체들이 공급망 다각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IRA는 북미 지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높은 가격경쟁력과 상품성을 앞세워 미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던 한국 업체 입장에선 악재일 수밖에 없다. 배터리도 IRA에 따라 원재료를 북미와 FTA(자유무역협정) 체결국에서 일정 비율 이상 수급해야 하지만 높은 중국 의존도가 발목을 잡고 있다. 

가속화되는 태양광 도입…위험도↑

문제는 국내 기업의 경우 신재생에너지 대부분을 태양광을 통해 수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9월 기준 태양광 발전 설비 용량은 2만305MW(메가와트)로 지난해 1만8160MW 대비 11.8% 늘었다. 이는 전체 신재생에너지(2만7103MW) 중 74.9%에 해당하는 수치다. 특히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만4494.6MW로 지난해 처음 원자력발전(2만3250MW)을 뛰어넘었으나 상승분이 태양광발전에 치우쳐 있는 상황이다.
 
특히 기업들의 태양광 도입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높다. 전 세계적으로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모두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RE100’ 캠페인에 동참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면서 태양광 수요 역시 증가 추세를 보인다.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인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2050년까지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바꾸자는 국제 캠페인으로 2014년 시작됐다. 글로벌 기업 중 RE100 동참을 선언한 곳은 총 350개에 이른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현대차그룹, LG에너지솔루션 등 총 21곳의 대기업이 참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시장은 저가 물량 공세로 중국 기업들이 장악한 지 오래”라며 “당장의 태양광발전 원재료 공급망 개선이 어렵다면 풍력을 비롯한 다른 대체에너지를 찾는 등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이건엄 기자 Leek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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