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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에서 ‘입던 옷’도 판다”…‘중고품’으로 MZ 모으는 백화점

현대백화점, 신촌점 4층 전체를 ‘중고품 전문관’으로 리뉴얼
롯데·신세계는 각각 중고나라·번개장터에 대규모 투자
백화점 고급 이미지 훼손 우려도…신뢰도 보장 중요

 
 
대백화점은 지난 16일 신촌점 유플렉스 4층 전체를 ‘세컨핸드’ 제품을 판매하는 ‘세컨드 부티크’로 리뉴얼 오픈했다. 사진은 대표 브랜드 ‘마켓인유’ 매장 모습. [사진 현대백화점]
 
고가 명품 판매에 힘을 주던 백화점들이 이제 24조원까지 성장한 중고시장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최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 사이에서 중고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젊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 위한 백화점업계의 전략 중 하나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고 거래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원에서 6배 성장했다.
 

백화점에 중고품만 판매하는 층 생겼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 빅3라 불리는 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이 백화점 내에서 중고 제품을 판매하거나 중고 거래 플랫폼에 투자를 하는 등 관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한 층 전체를 중고품 전문관으로 꾸며 운영을 시작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6일 신촌점 유플렉스 4층 전체를 ‘세컨핸드’ 제품을 판매하는 ‘세컨드 부티크’로 리뉴얼 오픈했다.  
 
세컨드 부티크는 유플렉스 4층에 806㎡(244평) 규모로 구성됐다. 대표 브랜드로는 세컨핸드 의류 플랫폼 브랜드 ‘마켓인유’, 중고 명품 플랫폼 ‘미벤트’, 친환경 빈티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리그리지’, 럭셔리 빈티지 워치 편집 브랜드 ‘서울워치’ 등이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중고품 수요가 높아져서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전문관을 선보이게 됐다”며 “지난 주말 기준으로 같은 층 매출이 지난해보다 두 배 정도 증가했고, 방문객은 하루에 1000명 이상이며 이 중 90% 이상이 20·30대”라고 밝혔다.  
 
이어 “백화점이 기존엔 고급상품이나 신상품을 보여주는 공간이었지만 이젠 트렌드에 맞춰 중고품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며 “단순히 누가 사용했던 물건을 넘어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를 갖게되는 빈티지 상품들까지 분야를 확대해 시계 및 생활소품까지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3월 유진자산운용 등과 ‘중고나라’에 300억원을 투자하며 지분 93.9%를 인수했다. 롯데쇼핑은 롯데아울렛 광교점에 ‘프라이스홀릭’을 입점시켰고 롯데아울렛 광명점에 ‘리씽크’를 통해 일찍이 중고거래 시장에 발을 들였다.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이천점에 국내 최대 중고 리퍼브 전문숍인 ‘올랜드’ 매장을 열기도 했다. 롯데는 조만간 롯데온을 통한 중고 명품 거래와 중고나라 비대면 직거래 픽업 서비스를 오픈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월 신세계는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한정판 운동화 리셀 전문 매장 ‘브그즈트 랩’을 개장했다. [사진 번개장터]
 
신세계는 지난 1월 그룹 내 벤처 캐피털사를 통해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820억원을 투자했다. 신세계의 이커머스 기업인 SSG닷컴은 ‘번개장터’를 입점시켜 리셀 상품이나 중고 명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신세계 ‘센터필드 역삼’에 번개장터의 명품 판매 오프라인 매장인 ‘브그즈트 컬렉션’을 오픈했고, 지난해 2월엔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한정판 운동화 리셀 전문 매장 ‘브그즈트 랩’을 개장했다.  
 

고육지책 아니냐는 의견도…신뢰도 보장 필수

 
전문가들은 백화점업계가 중고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현상에 대해 상반된 시각을 보인다. 우선 핵심소비층으로 거듭난 20·30대 젊은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고 시장을 들여와 전략적인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경영학과) 교수는 “중고 거래 시장 규모가 지난해 24조원을 기록하며 하나의 산업이자 성숙한 거래 채널이 됐다”며 “신세계·현대·롯데의 전국 매장 수를 합하면 105개 정도 되는데 중고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하나씩 들어가게 된다면 중고 시장 규모는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중고거래에 거부감이 없는 MZ세대를 잡기 위한 좋은 전략이란 분석이다.
 
반면 중고품 판매가 백화점의 본질과 다른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황용식 세종대(경영학과) 교수는 “백화점이 중고품을 판매하는 것은 좋게 보면 발상의 전환이지만 고육지책이 아닌가란 생각도 든다”며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갖고 가야 하는 백화점의 이미지를 깎아 먹을 수 있어서 중고품을 오프라인 매장까지 들여오기보단 온라인상에서 플랫폼을 통해서만 판매하는 것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뢰도만 보장된다면 중고품 판매를 하는 것에 문제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정희 중앙대(경제학과) 교수는 “중고품은 누군가 한 번 사용했던 제품인 만큼 신뢰가 더 중요한 품목”이라며 “이 신뢰도를 보장하지 못하면 고급 이미지를 추구하는 백화점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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