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노조 11일 총파업 선언하나…'평생사원증' 합의가 관건
퇴직자도 평생 2년마다 신차 30% 할인
기아, 평생사원증 제도 축소, 2026까지 유예 제안
노조 측 “추가 제시안 없다면 11일 총파업 선언”
기아 노사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평생사원증 제도 축소에 반발한 기아 노조는 적절한 대안 제시가 없을 경우 총파업을 선언하겠다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과의 교섭 불발 시 오는 11일 총파업을 선언할 계획이다.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추가 제시안이 없다면 4차 쟁대위(쟁의대책위원회)에서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기아 관계자는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사측과 노조 측이 합의했으나 최종 협상에서 결렬된 상황”이라며 “총파업이라는 최후의 사태로 가지 않기 위해 노조 측과 의견을 조율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노사 합의 불발의 핵심 요소로 지목되는 '평생사원증 제도'는 기아가 25년 이상 근무한 직원에게 퇴직 후 평생 격년을 주기로 신차 3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정책이다. 기아는 올해 임단협 협상에서 혜택 주기를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혜택 연령을 '평생'에서 만 75세로 하향 조정하는 안을 제시했다. 5일 오후 2시경 오토랜드 광명(소하리 공장) 본관에서 진행된 13차 교섭에서 회사 측은 해당 안의 시행 시점을 2026년으로 유예하자는 추가 제시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 측의 반대로 이날 교섭은 결렬됐다.
일각에서는 장기근속 후 퇴직자에게 평생 2년마다 한 번씩 신차를 할인해주는 제도에 대해 과도한 혜택이라고 지적한다. 국내 5개 완성차 기업 가운데 기아만큼 많은 혜택을 퇴직자에게 주는 곳은 없다는 것이다.
본지 취재 결과 기아를 포함해 퇴직자에게 차량 할인 구매 혜택을 제공하는 곳은 현대차, 쌍용차 등 3곳이다. 현대차는 25년 이상 근무한 퇴직자에게 평생 2년마다 신차 할인 혜택을 주지만 할인 폭은 25% 수준이다. 쌍용차는 퇴직자에게 평생 1년마다 재직자 할인율의 절반만 적용해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재직자 할인율은 근속연수에 따라 다르다. 한국GM과 르노코리아는 퇴직자에게 차량 구매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평생사원증은 국민 정서와 거리가 있다”며 “국내외 경제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기아 노조는 무리한 요구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평생사원증 제도로 소비자와 기업이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호근 교수는 “현재 근무자가 아닌 은퇴자들에게 30%라는 높은 할인율을 지속해서 제공할 경우 소비자의 차량 구매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노사 갈등은 해외의 국내 기업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을 키울 수 있어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내수시장을 확장하는 것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노조 내의 협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미 만들어진 합의안을 계속해서 결렬시키는 것은 국민을 적으로 돌리고 노노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노노(勞勞) 문제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기아 노조 집행부가 조합원을 설득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연서 기자 yons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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