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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주 신저가 찍는 리츠…고금리 상품 등장에 매력 ‘뚝’

물류센터 ESR켄달리츠 한 달새 24% 넘게 하락
한화리츠·삼성에프앤리츠 등 줄줄이 상장 미뤄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투자 심리가 악화하면서 리츠 주가도 하락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 대체 투자에 관심 있던 직장인 황 모씨(29)는 증권사 애플리케이션 열어보기가 두렵다. 지난해 말 투자한 SK리츠 수익률이 마이너스 24%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6월까지만 해도 10%대의 안정적인 수익이 났는데 그때 매도할 걸 후회한다”면서 “금리 인상기에 수혜를 받는 리츠에 투자했는데 지금은 배당금이 얼마 들어올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기에 피난처로 주목받았던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우려에 52주 신저가를 찍으면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 리츠 중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 리츠 TOP10’ 지수는 이달 들어 지난 5일부터 8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날 821.92로 마감하면서 연중 최저점을 찍었다. 지난 4월 26일 최고점(1249.96) 대비 34.24% 빠졌다.
 
개별 종목으로 보면 물류센터 리츠인 ESR켄달스퀘어 리츠가 가장 많이 하락했다. ESR켄달스퀘어리츠는 한 달간 24.73% 하락했다. 이외에도 지난 9월 14일부터 10월 14일까지 상장 리츠 7개의 평균 하락률은 17.53%에 달한다. 7개 중 5개의 리츠가 공모가(5000원)를 밑돌았다. 다음으로는 NH올원리츠(-22.62%), SK리츠(-18.04%), 이지스밸류리츠(-16.63%), 케이탑리츠(-15.33%), 제이알글로벌리츠(-12.84%), 롯데리츠(-12.54%) 순이었다.  
 

저조한 수익률에 청약 경쟁률도 낮아져  

 
지난 13일엔 국내 상장 리츠 21개 중 모두투어리츠와 지난 10월 6일 상장한 KB스타리츠를 제외하고 19개 리츠가 모두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리츠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호텔, 오피스 등 부동산에 투자한 뒤 임대료와 매각 차익을 배당하는 간접투자 상품이다. 올해 5월~6월까지만 해도 안정적인 배당수익률로 주목받았지만 상황이 반전됐다.
 
한국은행이 2번 연속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한 번에 인상)을 밟으면서 기준금리는 3.0%로 올랐다. 이자 비용이 불어나면서 부동산 시장 전반에 빨간불이 켜졌다. 자금 조달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 리츠 수익성도 훼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상장한 KB스타리츠 성적도 좋지 않다. KB스타리츠는 상장 첫날 공모가(5000원)보다 낮은 45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4340원에 마감했다. KB스타리츠는 지난달 실시한 일반 투자자 청약에서도 2.06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리츠 상장을 미루는 자산운용사도 늘었다. 투자 심리가 악화돼 리츠 편입 자산 가치와는 별개로 저평가될 수 있어서다. 올해 하반기 상장을 준비하던 대신자산신탁은 ‘대신글로벌코어리츠’의 상장 일정을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 한화자산운용의 ‘한화리츠’와 삼성SRA자산운용의 ‘삼성에프엔리츠’ 역시 내년으로 상장 시점을 늦출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투자 요소로 꼽혔던 고배당도 매력도 떨어졌다. 금리 인상으로 일부 시중은행의 수신상품 금리가 5%를 넘겼기 때문이다. 지난 4일 한전은 38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5% 이상의 금리로 발행하기도 했다.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주요 상장 리츠들의 배당률은 현재 주가 기준 5∼8% 정도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으로 ‘거래 절벽’ 등 부동산 실물 시장이 부정적인 상황”이라면서 “부동산 시장 불안이 리츠 급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주가 부진 상황을 매수 기회로 삼으라는 분석도 있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으로 부담 요소가 있지만, 대형 리츠의 글로벌 지수 편입으로 국내 리츠의 문제점이었던 유동성이 개선된 상태”라면서 “리츠 주가가 무차별적으로 하락하면서 오히려 투자자 입장에서 선택지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홍다원 기자 daon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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