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남노, 한반도 할퀴었지만’…손보사, 역대 최고 실적 ‘질주’
3Q 5대 손보사 순익 3.5조…사상 첫 3조 돌파
사업비 절감·장기보험 확대 속 호실적…비·태풍 피해 영향 ‘無’
올해 3분기 손해보험사들이 또 한 번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올 여름 서울·수도권 집중호우와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치솟을 것으로 우려됐지만 실적에는 별다른 악영향을 끼치지 않은 셈이다. 특히 총자산 규모 5위인 메리츠화재는 장기보험시장에서 눈부신 성적을 내며 순익 부문에서 상위권 손보사들을 제치고 있다. 다만 정부의 압력 속 손보사들은 조만간 자동차보험료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여 이 부분이 향후 실적에 어떤 영향을 줄 지 관심이다.
3.5조 호실적…향후 車보험료 인하 ‘변수’
같은 기간 KB손보는 무려 93.4% 증가한 5207억원의 누적 순익을 기록했고 메리츠화재는 55.1% 상승한 7247억원의 순익을 냈다.
5개 손보사의 올 3분기 총 누적 순익은 3조5735억원을 기록했다. 이들 손보사들의 3분기 누적 순익이 3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대 손보사는 올 상반기에도 사상 처음으로 누적 순익이 2조원을 넘어선 바 있다. 이대로 가면 올해 사상 최대 이익을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이 같은 실적은 지난 8~9월 서울·수도권 집중호우와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할퀴고 간 이후라 더욱 이목을 끈다.
8월 서울·수도권 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손보사에 접수된 차량 침수 피해액은 1637억원에 달했다. 또 9월 태풍 ‘힌남노’로 약 600억~700억원대 피해가 추가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보사들은 이같은 피해에도 3분기 안정적인 실적인 실적을 달성한 셈이다.
올 상반기까지 전체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영업손익은 약 6000억원대로 전년 동기 대비 5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재해 피해가 컸지만 워낙 안정적인 손해율을 바탕으로 손익을 낸 상황이라 3분기 실적에도 큰 타격이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사업비 절감 및 장기인보험 강화 등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대형 손보사들이 호실적을 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업계 총자산 기준 5위인 메리츠화재는 꾸준한 사업비 절감과 장기인보험 중심의 판매 전략 등을 통해 3분기에 분기 사상 최대 순익(2606억원)을 냈고 삼성화재(2827억원)에 이어 순익 부문 업계 2위를 달성했다.
현재 메리츠화재의 합산비율(손해율+사업비율)은 97.3%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또 가입기간이 길고 보험료가 높은 장기인보험 판매 비중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연말, 혹은 내년 초 자동차보험료 인하가 예정돼 있다는 점은 향후 실적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손보사들은 지난해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이익이 나자 올 상반기 보험료를 인하한 바 있다. 이후 정부는 손보사들이 올 상반기까지도 자동차보험에서 6000억원대 이익을 내자 다시 ‘보험료를 내리라’고 압박하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달 초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자동차보험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고,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될 만큼 민생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자동차보험료가 민생에 부담되지 않도록 자동차보험에 대한 시장 동향과 자율적 기능이 작동되고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손보업계는 결국 당국 압박에 백기를 들고 개별사 중심으로 보험료 자율 인하를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인하폭을 1%대 초반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인하폭이 1.2~1.4% 수준이었고 이번에도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 압박을 감안하면 보험사들이 연내 보험료 인하를 모두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료 인하만은 피하자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당국 요청에 보험료를 내렸다가 이듬해 7000억원대 적자를 낸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차보험 손해율은 대체로 하반기에 계절적 요인, 교통량 증가로 늘 상승했었다”며 “하반기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데 상반기 흑자가 났다는 이유로 보험료를 매번 내려야 한다면 지속적으로 이 사업을 끌고 가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김정훈 기자 jhoo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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