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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배당' 고친다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문제는 배당성향”

“배당금 규모부터 정한다”…배당절차 전면 개편
전문가 “선진국 대비 낮은 배당성향 여전히 한계”
투자자 보호 강화·기업 거버넌스 개선도 시급

 
 
금융당국이 배당금 규모를 먼저 정한 후 배당금을 받을 주주를 확정하는 방식으로 국내 배당 제도 개편을 추진한다. [사진 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이 배당금 규모를 먼저 정한 후 배당금을 받을 주주를 확정하는 방식으로 배당 제도 개편을 추진한다. 배당 투자의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건 긍정적이지만 일각에선 선진국 대비 낮은 배당 성향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주주환원 확대, 투자자 보호 강화, 기업 거버넌스 개선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금융위원회는 28일 ‘코리아 디스카운트 릴레이 세미나’를 통해 배당제도 개편을 담은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 초안을 공개한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위의 연구용역을 받아 ‘배당 절차 선진화 및 배당 활성화’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다. 금융당국은 초안 발표 이후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연말쯤 최종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상장사 대부분은 매년 연말에 배당 받을 주주를 확정한 뒤 주주명부를 폐쇄해 배당받을 주주를 정하고 있다. 배당금은 이듬해 2~3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통해 확정되기 때문에, 연말에 주식을 사는 투자자는 배당금 수령액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 같은 ‘깜깜이’ 투자가 불가피한 현행 배당 제도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세계 최대 지수 산출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한국을 선진국 지수에 편입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글로벌 스탠더드와 다른 배당 제도를 꼽았다.  
 
이에 대해 류성재 금융위 서기관은 “선진국처럼 배당 기준을 잡아 투자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환경을 바꿔 나갈 것”이라며 “해외 주요 펀드 등 신규 자금 유입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배당제도 개편 시작일 뿐…‘배당성향’ 뜯어 고쳐야”

이번 제도 개편으로 배당 투자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고 새로운 자금이 주식시장에 들어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배당절차 개편 만으로는 국내 주식시장의 저평가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배당을 염두에 둔 투자자들이 불확실성이 제거된 상태에서 훨씬 더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한국은 기업들의 배당 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 자체가 아직까지 해외 기업들에 비해서 떨어지는 상태이기 때문에 여전히 한계점이 명확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한국의 배당 성향은 26.9%로 전 세계 평균인 35.7%에 크게 못 미친다. ‘기업의 낮은 배당성향 등 주주환원’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의 43%를 차지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황 연구위원은 ‘기업 거버넌스’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배당 절차 개선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개선을 위한 접근 방향성 중 하나의 구성 요소 정도”라며 “한국 기업은 물적분할 후 쪼개기 상장 등으로 투자 위험성이 높다는 게 외국인의 일반적인 생각인 만큼, 기업 거버넌스 개선에 대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피해를 입는 투자 주체는 대부분 개인 투자자들이다. 정의정 한국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기업 지배구조, 부실한 투자자 보호, 낮은 주주 환원 등 대부분의 지표가 거의 후진국 수준이기 때문에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요인은 다양하다”며 “특히 기업의 지배구조가 회사 위주로 편향돼 있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다”고 꼬집었다.
 
이어 “미국의 경우 배당 성향이 90~95%까지 확보되지만 한국은 20~30% 수준에 불과하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수십 년째 이어지고 ‘박스피’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낮은 배당 성향”이라고 설명했다. 박스피는 ‘박스’와 ‘코스피’를 합쳐 만든 합성어로, 박스권에 갇힌 코스피 지수를 뜻한다. 
 
전문가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가 근본적으로 개선되기 위해선 배당 성향의 일관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절차 개편이 배당락의 문제를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조치로 판단된다”면서도 “정부의 제한을 받는 금융기업을 제외한 다수 기업의 배당 성향이 너무 낮다는 점은 여전히 개선돼야 할 문제”라고 진단했다.  
 
서 교수는 이어 “국내 제조업, 특히 IT기업은 순이익 증가세에 비해 배당 성향이 늘어나지 않고 들쭉날쭉 하다 보니 투자자들이 단기 자본차익만을 위해 접근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미국의 대기업처럼 배당 성향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이익이 나면 배당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다는 투자자와 기업 간 약속이 형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서현 기자 ssn359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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