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져보고 입어봐야 산다”…‘앱 밖으로 나오는’ 패션 플랫폼
브랜드 경험 중시하는 MZ, 이색 오프라인 매장 선보여
핫플레이스에 ‘이구성수’ ‘이구갤러리’, ‘하고하우스’ 운영
명품 플랫폼도 오프라인 매장 오픈, 오픈런 줄까지
온라인 패션 플랫폼들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를 겨냥해 이색 오프라인 매장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자신이 경험한 것을 사진으로 찍어 공유하거나 과시하는 것을 즐기는 젊은 세대의 놀이 문화를 반영해 독특한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마케팅을 본격화하고 있단 설명이다.
“옷 입어보고 커피 한잔”…쇼룸부터 갤러리까지 오프라인 확대
29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 플랫폼들이 소위 ‘핫플레이스’라 불리는 장소에 오프라인 매장을 하나둘 선보이고 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29CM는 지난 9월 23일 성수동에 1호 쇼룸 ‘이구성수’를 오픈했다.
29CM 관계자에 따르면 이구성수는 두 달도 안 돼 누적 방문객 4만명을 돌파했고 협업한 입점 브랜드의 매출도 크게 뛰었다. 이구성수는 29CM의 첫 번째 공식 쇼룸으로 계절마다 새로운 테마를 선정하고 아트 전시, 브랜드 상품, 입점 브랜드 팝업, F&B(식·음료) 메뉴를 하나로 엮어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상품은 제품에 부착된 QR코드를 통해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
29CM 관계자에 따르면 뉴발란스는 29CM에서 진행했던 온라인 프레젠테이션을 이구성수로 확장해 온·오프라인으로 동시 진행하면서 지난 10월에만 거래액이 전년 대비 4배 가까이 증가했다. 현장에서 직접 상품을 착용해볼 수 있게 함으로써 온·오프라인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됐단 설명이다.
29CM는 브랜드 전시회를 선보이는 ‘이구갤러리’도 함께 운영 중이다. 29CM 관계자에 따르면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위치한 ‘이구갤러리 서울’은 지금까지 누적 방문객 수 13만명을 돌파했다. 29CM 측은 매달 색다른 컨셉의 방문 경험을 제공했던 점이 이구갤러리 흥행에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이구갤러리는 미술관처럼 매월 한 곳의 전시 브랜드와 함께 주제를 선정하고, 이와 어울리는 3~4개의 브랜드를 함께 구성해 선보이고 있다. 이구성수와는 다르게 갤러리에서는 구매가 바로 가능하다. 29CM 관계자는 “12월 전시가 예정된 브랜드는 2019년 MZ세대 직원의 손에서 탄생한 LF의 1호 사내 벤처 브랜드 ‘던스트’로 온라인 인지도가 높아 많은 소비자가 몰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고엘앤에프는 O4O(Online for Offline) 형태의 오프라인 브랜드 편집매장 ‘하고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하고엘앤에프는 2021년 8월 롯데백화점 동탄점에 ‘#16’을 개점해 다양한 브랜드를 선보여 호응을 얻으며 명칭을 ‘하고하우스’로 변경하고, 이달에만 추가 매장 3개를 연이어 오픈했다.
하고엘엔에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픈한 하고하우스 잠실점에는 오픈런 줄까지 늘어섰다. 이 관계자는 “‘마뗑킴’, ‘리플레인’, ‘보카바카’ 등 온라인에서만 볼 수 있었던 브랜드가 단독 매장을 열며 많은 소비자를 모았다”며 “동탄점, 인천점, 부산점, 잠실점에 이어 동부산점까지 연내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명품도 앱 밖으로…머스트잇·발란 매장 ‘오픈런’ 줄까지
온라인 명품 플랫폼들도 오프라인 공간 꾸미기에 힘쓰고 있다. 머스트잇은 지난 11월 압구정 머스트잇 신사옥 건물 1층에 첫 오프라인 쇼룸을 오픈했다.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명품을 고객들이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는 공간으로, 다양한 쇼룸 행사를 마련하고 현장에서 구입 시 멤버십 등급에 따른 혜택도 확대하며 소비자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발란은 지난 7월 29일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몰에 오프라인 매장 ‘커넥티드 스토어’를 개점했다. L2층에 위치한 오프라인 1호점 착공에 돌입해 올해 하반기 내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이곳에서는 하이엔드, 컨템포러리, 아웃도어 브랜드관으로 매장이 분리돼있어 소비자가 원하는 콘셉트로 선택할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된다.
발란 측에 따르면 커넥티드 스토어는 개점 3개월 만에 월매출 10억원을 달성하며 누적 매출 20억원을 돌파했다. 발란 관계자는 “IFC몰은 여의도 오피스 상권에 위치해 3040 직장인 이용비율이 높아 발란과 높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들이 오프라인 매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주 소비층으로 급부상한 MZ세대들이 ‘제품을 직접 보고 만지는’ 브랜드 경험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이들을 겨냥해 독특하고 특별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차별성 있는 오프라인 공간을 꾸미고 있단 설명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온라인 패션 플랫폼들이 온라인 구매 시스템을 오프라인에 구현하며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쇼핑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며 “단순히 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들이 쇼핑 전 과정을 중요시하게 된 트렌드에 맞춰 특별한 공간과 경험을 제공하는 옴니채널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흐름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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