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적금 금리, 곧 ‘꼭지’ 온다…전문가들 “만기 길게 가라”[고금리 시대 살아남기②]
정기예금에 1억원 넣으면 ‘연 이자 500만원’ 시대
당국 금리 인상 자제령 등에 ‘예금 금리 정점론’ 나와
전문가들 “만기 짧은 정기예금 상품 피할 때”
#. 직장인 A씨(37)는 최근 증권주에 투자했던 자금을 모두 매도하고 6000만원 가량을 은행과 저축은행 정기예금에 2년 만기로 예치했다. 증권사들의 3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반 토막이 나면서 배당금이 줄 가능성이 높은 데다, 정기예금 금리가 연 5%를 넘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상반기 중에 정기예금 금리도 떨어질 수 있다는 은행 직원 조언에 만기를 1년보다 2년으로 길게 잡았다.
높은 금리를 찾아 자금을 움직이는 일명 ‘금리 노마드족’의 시대다. 은행권의 정기예금 금리가 최고 연 5%가 넘으면서 10여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고금리 시대의 혜택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2~3년 등 만기를 길게 잡으라고 조언한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연 5%, 저축은행은 연 6%
지난 10월 30일 기준으로 은행별 정기예금의 1년 만기 최고 금리는 ▶NH농협은행 ‘NH올원이(e)예금’ 5.10% ▶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 5.00% ▶우리은행 ‘원(WON)플러스 예금’ 4.98%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4.95% ▶KB국민은행 ‘KB스타(Star) 정기예금 4.18%’ 등을 기록했다.
한은에 따르면 10월 중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수신(예·적금)금리는 연 4.01%로 2009년 1월의 4.16% 이후 가장 높았다. 상호저축은행의 정기예금 1년 만기 금리는 5.22%로 한 달 전보다 1.45%포인트 크게 올랐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최고 연 6.10%, 오케이저축은행은 연 5.90%를 보였다.
대부분의 금융사 정기예금은 고객이 1억원의 자금을 연 5% 금리를 주는 상품에 예치할 경우 세전 500만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10월에만 56조2000억원 증가해, 2002년 1월 한은의 통계 속보치 작성 이후 최대 증가를 보였다.
금융당국 금리 인상 자제령…추가 금리 인상 주춤할 듯
현재 기준금리가 3.25%인 것으로 고려하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내년 상반기 전에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금융당국이 금융권의 수신 금리 과당 경쟁 경계령을 내리면서 은행의 수신금리는 현재 수준보다 크게 오르기 어려운 상황이다. 저축은행도 은행과의 경쟁을 피하게 되며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할 이유가 약해지게 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달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시장 현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은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업권 내 (수신금리 인상) 과당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하루 전인 24일 “수신금리 과당 경쟁에 따른 자금 쏠림이 최소화되도록 관리 및 감독을 강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당국은 수신금리 인상 경쟁이 무분별하게 발생하면 결국 대출금리를 더 올리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1금융권으로만 자금이 쏠리면 2금융권의 자금조달 어려움을 가중해 경제 전반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거액자산가들 2~3년짜리 만기 상품 선호하기 시작”
김병주 하나은행 클럽원(Club1) 한남PB센터 지점장은 “고객들에게 12월이 오기 전에 만기가 긴 정기예금으로 자금을 돌리라고 안내하고 있다”며 “최근까지는 금리가 매달 올랐기 때문에 만기를 짧게 가져갔지만, 지금은 한은이 목표 기준금리를 발표하면서 시장금리가 이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지점장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연 6%까지 오를 것이냐는 점에 대해 은행에선 그럴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고객들도 2~3년 만기 상품이 더 낫다고 판단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우 기자 yw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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