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실손보험료 10%대 인상 유력…구실손 가입자 ‘우리가 봉이냐’
의견 수렴 후 20일쯤 최종 인상율 결정
1·2세대 가입자 인상율 더 높을 듯…"화가 난다" 울분
이대로면 실손 상품 운용 불가능…대책 절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실손의료보험료가 또 다시 꿈틀댄다. 매년 실손보험에서 적자를 내고 있는 손해보험사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보험료를 대거 올릴 기세다. 특히 보험료 인상율이 높은 1~2세대 가입자들은 매년 치솟는 실손보험료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보험료 10%대 인상 유력…구실손 가입자 ‘분노’
실손보험은 판매 시기, 담보구성에 따라 2009년 10월 이전 판매한 ‘표준화 이전 실손’이 1세대(구실손), 2009년 10월~2017년 3월까지 팔린 ‘표준화 실손’이 2세대(신실손)며 2017년 4월 이후 판매한 ‘착한 실손’이 3세대, 지난해 7월 나온 ‘보험료 차등제’ 상품이 4세대다.
결국 손보사들은 손해율을 이유로 내년 실손보험료를 10%대로 올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손보사들은 7월에 출시된 4세대를 제외한 1~3세대 실손보험료를 약 14.2% 인상했다. 손보사들이 손해율 주범으로 보는 1~2세대의 경우 평균 16% 수준이 인상됐다.
손보업계는 실손보험 누적 적자로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적자폭이 워낙 커 보험료를 올리지 않으면 상품 운용 자체가 힘들다는 토로다.
실손보험 적자액은 지난해 2조8000억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연구원은 올해 손보사들의 실손보험 적자액이 3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손보사들은 올해 자동차보험에서 흑자를 냈다. 이에 당국이 서민경제와 연관성이 큰 자동차 보험료를 내리라고 압박했고 결국 백기를 들었다. 손보사들은 내년 1%대 자동차 보험료 인하를 검토 중이다.
실손보험 역시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만큼 서민경제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적지 않다. 손보사들의 보험료 인상폭에 당국이 브레이크를 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앞으로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손해율이 다소 낮아져 인상율이 10%대 초반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실손보험 가입자 입장에서 10%대 인상은 분명 부담이다. 특히 1~2세대 가입자들은 더 높은 인상율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보험연구원은 향후 10년간 실손보험 누적 적자가 112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당국과 보험업계가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모럴헤저드(도적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좀처럼 손해율을 낮추는데 실패하고 있다. 지금처럼 손해율이 100%를 꾸준히 넘어선다면 가입자들의 보험료는 계속 오를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특히 1~2세대 실손 가입자들의 보험료 인상폭이 워낙 가팔라 이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세대 실손보험 가입자 조모씨(35)는 “부모님이 일찍 가입해둔 덕에 보장내용이 좋은 실손에 가입해 다행이면서도 보험료 청구서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1세대 가입자 박모씨(45)는 “10여년 전에 무조건 실손보험에 가입해두라고 유혹한건 보험사였다”면서 “그런 보험사가 이제는 ‘우리가 못살겠다’란 이유로 보험료를 올리면서 해지 및 4세대 전환을 유도하고 있어 화가 난다”고 말했다.
보험사가 실손보험 손해율에 악영향을 주는 가입자는 전체 1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 때문에 선량한 1~2세대 가입자들이 보험료에서 피해를 보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병원과 당국, 보험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이제라도 실손보험 정상화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이렇게 보험료가 계속 오르면 가입자들이 병원 이용을 꺼릴 수밖에 없고 이러면 의료계에도 부정적인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실손보험료 인상폭은 오는 8일 보험연구원이 주최하는 ‘실손의료보험 정상화를 위한 과제’ 세미나에서 각계의 의견이 수렴된 뒤 금융당국과 조율을 거쳐 오는 20일쯤 최종 방안이 확정될 예정이다.
김정훈 기자 jhoo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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