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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에 흔적 남긴 4대그룹②] “경영관은 우리가”…건물에도 뿌리내린 ‘연고전’

다양한 휴식공간, 멀티미디어 학습시설 좋다는 평 다수
경영관에 몰린 투자…특정 단과대 몰려 아쉽단 지적도

 
 
연세대 언덕 중턱에 위치한 연세-삼성학술정보관에서 학생들은 자유롭게 인터넷을 사용하거나, 칸막이로 분리된 자습실 책상에서 자습할 수 있다. [김서현 기자]
 
국내 주요 대학교 캠퍼스 안에는 기업이나 기부자 이름을 딴 건물들이 여럿 위치해 있다. ‘지성의 상징이 자본의 논리에 잠식당한다’는 비판과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자본 유치’라는 평을 모두 받는 해당 건물들을 찾아가 건물에 얽힌 이야기와 학교 구성원들의 생각을 직접 들어봤다.
 
7일 방문한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에도 서울대학교 못지 않게 삼성과 SK, LG, 현대차 등 4대 그룹의 투자로 지어진 건물들이 줄지어 있었다. 다수의 인재를 배출한 연세대와 고려대에 대한 4대 그룹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선 연세대 내에는 SK국제학사, 삼성관, 연세-삼성학술정보관, 상남경영관(LG)이 존재한다. 삼성 이름을 딴 건물들은 연세대 캠퍼스 서쪽에 나란히 몰려있다. 
 
연세-삼성학술정보관은 가로로 넓게 펼쳐져 있는 1층 공간이 특징이다. 따뜻한 색감의 벽지로 둘러싸인 라운지에 형형색색의 의자가 가득 놓여있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자유롭게 인터넷을 사용하거나, 칸막이로 분리된 자습실 책상에서 자습할 수 있다.  
 
학술정보관 앞에서 만난 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 학생 A씨는 “학과 특성상 컴퓨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서 좋다”고 설명했다.
 
생활과학대학, 생활환경대학원 학생들이 사용하는 삼성관은 가파른 언덕 위쪽에 자리하고 있다. [김서현 기자]
학술정보관을 나와 언덕 깊은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서쪽 끝자락에 삼성관이 나온다. 
 
삼성관은 생활과학대학, 생활환경대학원 학생들이 사용하는 건물이다. 입구에 과학기술부 국가지정연구실인 기능성 섬유 시스템 연구실, 임상영양유전 연구실 등의 팻말이 연이어 걸려있었다. 전공의 존재감을 부각하듯. ‘연구의 시작은 보호구 착용부터’라는 문구가 적힌 배너도 눈에 띄었다.
 
건물 로비에서 만난 연세대 실내건축학과 학생 김은결씨(24)는 “건물 안에 필수 시설들이 갖춰져 있어 이용하기에는 편리하지만, 위치와 건물 구조상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아 건물 안이 전체적으로 어둡다”고 말했다. 삼성관은 세로로 긴 형태일 뿐 아니라 언덕 위쪽에 있어, 해가 건물 반대쪽에 가 있을 경우 완벽히 그림자가 지는 구조다.
 
외국인 유학생을 위해 건축된 SK국제학사. [김서현 기자]
한편 SK국제학사, 상남경영관은 캠퍼스 동쪽 끝에 위치해 있다. SK국제학사에서는 방문 당일(7일)에도 휴식을 위해 건물을 드나드는 외국인 학생들을 여럿 만나볼 수 있었다. 붉은 벽돌 건물로 오래된 티가 물씬 나고, 건물 안쪽에 편의시설이 들어서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공간은 모두 비어있었다.
 
지난 8월부터 이곳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시작한 경영학과 외국인 유학생 주자나씨(21)는 “내부시설이 깔끔하며, 친구들끼리 모여 공부하기도 좋은 환경”이라며 “비록 건물 안쪽에 판매시설은 적지만 조금만 걸어나가면 헬스장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서 편하다”고 말했다.
 

고려대 캠퍼스 내 4대그룹 건물들 

 
고려대 캠퍼스 내 4대그룹의 흔적 역시 경영관에 다소 몰린 모습이었다. 고려대에는 LG-POSCO경영관(LG포스코관), SK미래관, 백주년기념삼성관/박물관, 현대자동차경영관(현대차관), 아산이학관(현대)이 위치해 있다.
 
LG포스코관 너머 현대자동차경영관 팻말이 나란히 위치한 모습. 고려대 경영대 학생들은 경영본관과 LG포스코관, 현대차관을 번갈아 사용한다. [김서현 기자
학교 정문 앞에서 우측으로 이동하면 어렵지 않게 경영관이 모인 구간에 다다른다. 고려대 경영대 학생들은 경영본관과 LG포스코관, 현대차관을 번갈아 사용한다.  
 
LG포스코관의 공사비용은 총 280억원으로, LG그룹과 포스코가 각각 100억원씩 부담하고 나머지 80억원은 교우회에서 후원했다. 건물 내부에 깔린 대리석과 1층 정문 바로 앞 이명박 라운지가 가장 큰 특징이다. 인테리어를 호텔신라가 담당해서인지 언뜻 호텔 로비같은 느낌을 풍긴다.  
 
연식이 있는 건물답게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는 현대차관과의 분위기 차이가 분명하게 느껴졌다. 학생들 역시 두 건물의 이음새가 근·현대를 가로지르는 느낌이 들게 한다는 평을 남겼다.
 
고려대 경영대 학생 B씨는 “포스코관은 건물이 고풍스러운 느낌이 들고, 현대차관은 현대적이어서 매력이 다르다”며 “포스코관이 지어진 지 더 오래됐지만 수업이 끝난 직후 이명박 라운지에서 공부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경영관 내 채광이 깃드는 모습. 이 건물은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한 첨단친환경공법을 도입해 건축됐다. [김서현 기자]
포스코관 쪽문에선 현대차관으로 바로 이어지는 통로가 나온다. 현대차관은 인문, 문화 복합의 경영관이란 새로운 패러다임 아래 지난 2013년에 준공됐다. 모금 운동이 시작된 2009년부터 준공 직전까지 3600명이 넘는 인원이 후원에 참여해 건립비용 전액을 마련했다. 
 
이 건물은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한 첨단친환경공법을 도입해 건축됐다. 융합전공 강의 수강을 위해 건물을 여러 차례 이용한 고려대 중어중문학과 학생 이연호씨(26)는 “현대차관은 이렇다 할 부가시설 없이도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는 신기한 공간”이라며 “시험기간에 지하 소파에서 잠을 청하면 아주 쾌적하게 잠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SK미래관은 지난 2019년 완공돼, 고려대에서 가장 최근에 준공된 건물에 해당한다. ‘강의실 없는 교육공간’을 표방했다. [김서현 기자]
SK미래관은 지난 2019년 완공돼, 고려대에서 가장 최근에 준공된 건물이다. SK미래관은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로, 내부는 ‘강의실 없는 교육공간’을 표방했다. 1층에는 최종현 SK 선대회장의 이름을 딴 180석 규모의 최종현홀이 들어서 있다.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여승현씨(22)는 “건물이 신식이고,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많이 조성해놔서 좋다”며 “평소에 조모임을 위해 스터디룸을 이용할 때도 있지만,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해서 주로 층별로 비치된 휴식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편”이라고 말했다.
 
아쉬움의 평도 이어졌다. 이연호씨는 “SK미래관은 당초 강의실이 부족한 인문, 사회과학대를 위한 공간이라는 공약 아래 지어졌다”며 “하지만 막상 개관 후 내부를 살펴보니 모두 팀플룸뿐이어서 학생들 사이에서 불만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김서현 기자 ssn359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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