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TSMC 파운드리 전쟁에 ‘인텔’ 가세…“내년 3나노 생산”
50조원 넘는 반도체 공장 투자 계획
미국 반도체 지원법 수혜 예상
삼성전자‧TSMC의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인텔도 싸움에 뛰어들었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두 회사에 밀렸던 최첨단 미세공정 부문에서 주도권을 되찾아오겠다는 것이다.
지난 5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앤 켈러허 인텔 부사장이 샌프란시스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분기별 목표(마일스톤)를 달성하거나 그 이상으로 진도를 나가고 있다”며 “우리는 완전히 궤도에 올라섰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또 현재는 7나노(nm·10억분의 1m) 공정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지만, 앞으로 4나노 반도체 생산에 들어갈 준비가 돼 있고 내년 하반기에는 3나노 반도체도 생산할 수 있다고 전했다.
켈러허 부사장은 인텔의 공정 기술 부문을 총괄하는 최고책임자다. 그는 인텔이 많은 장비 공급업체와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아무것도 공유하지 않으려 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인텔이 모든 것을 주도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인텔은 지난해 3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고 밝힌 이후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으며 TSMC와 삼성전자를 따라잡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지난해 4월에는 200억 달러(약 26조3000억원)를 투자해 미 애리조나주에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계획하고, 올해 1월에는 오하이오주에 200억 달러를 투자해 첨단 반도체 공장 2개를 건설하는 등 50조원이 넘는 투자계획을 밝혔다. 3월에는 향후 10년간 유럽에 반도체 생산과 연구·개발(R&D)을 위해 800억 유로(약 110조5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올해 8월에는 캐나다 자산운용사 브룩필드자산운용과300억달러(약 40조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 공장 투자 프로그램(SCIP)를 시작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인텔이 언급했던 애리조나 반도체 공장 신설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다. 인텔은 투자금의 51%를, 브룩필드자산운용은 나머지 자금의 약 49%를 댄다. 이를 통해 인텔은 공장을 운영하면 투자 비용 부담은 반으로 낮게 됐다.
당시 데이비드 진스너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반도체 제조비가 상승하는 가운데 투자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며 “(공동 투자는)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 대신 새로운 자금처를 찾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텔이 이런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한 것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파운드리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텔은 PC용 중앙처리장치(CPU)를 중심으로 업계 선두자리를 지켜왔지만, 최근 모바일 기기를 중심으로 반도체 시장이 재편되면서 1위 자리 수성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반도체 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D램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수익성이 나빠지는 과정에서도 파운드리 수요는 늘고 있다는 점도 인텔의 투자를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인텔, 미국 반도체 지원법 후광 효과 볼까
이 법은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를 재편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데, 한국기업인 삼성전자나 대만 기업인 TSMC와 달리 미국기업인 인텔이 자국에 투자하는 게 훨씬 수월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0월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연례 테크라이브 콘퍼런스 행사에 참석해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해 불가피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겔싱어는 “과거 50년 동안에는 석유 매장지가 어디인지가 세계 지정학 질서를 결정했지만, 향후 50년은 반도체 공장(팹)이 있는 곳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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