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당국 수장 한 마디에 정기예금 금리 ‘뚝’…新관치 우려 ‘쑥’

5대 은행 정기예금 연 5%대 금리 사라져
농협은행 정기예금 금리, 일주일 새 0.15%p↓
은행권 “향후 유동성커버리지비율 악화할 수도”

 
 
서울 시내 한 은행에 걸린 정기예금 금리 안내문. [연합뉴스]
지난달 연 5%를 넘어섰던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정점을 찍고 빠르게 하락 중이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수신금리 경쟁 자제’를 권고한 후 나타난 현상이다. 다만 이는 제2금융권의 자금 조달을 우려한 권고였지만 오히려 은행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국 수장 한 마디에…금리↓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지난달 말 이후로 계속 낮아지는 모습이다.  
 
이날 기준으로 은행별 정기예금의 1년 만기 최고 금리는 ▶NH농협은행 ‘NH올원이(e)예금’ 4.85% ▶우리은행 ‘원(WON)플러스 예금’ 4.93% ▶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 4.90%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4.80% ▶KB국민은행 ‘KB스타(Star) 정기예금 4.44%’ 등이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지난달 30일 5.10%, 하나은행은 5.00%를 제공했지만 8거래일 만에 금리가 각각 0.15%포인트, 0.10%포인트 떨어졌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11월 24일 0.25%포인트 인상된 3.25%가 됐지만, 시중금리는 반대로 낮아지는 모양새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떨어지면서 은행으로 돈이 몰리는 역머니무브 현상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827조2986억원으로 전달 말보다 19조710억원 증가했는데, 이는 전달 증가액의 47조7231억원보다 크게 감소한 수준이다.  
 
한은에 따르면 은행권 전체 정기예금 잔액도 11월에 27조7000억원 늘며 10월 증가액인 56조200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서 한 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5%대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은행의 정기예금 매력이 많이 사라진 것”이라며 “이런 현상은 갈수록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도 관치 지적 “이자장사 말라던 때부터 불안”

치솟던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반대로 낮아진 이유는 금융당국 수장들이 연이어 내놓은 수신금리 과당경쟁 자제 메시지가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5일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은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업계 사이 과당 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인 24일 “금융사의 유동성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서 수신금리 과당 경쟁에 따른 자금 쏠림이 최소화되도록 관리 및 감독을 강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를 통해 금융당국은 대출금리의 추가 인상 속도를 낮추고, 2금융권의 자금 조달 어려움을 낮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은행권에선 시장금리 산정이 당국의 개입에 의해 움직이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모습이다. 금융노조에서도 이 점에 대해 성명을 발표하며 “(이 금감원장이) 이자장사를 하지 말라던 취임 때부터 불안했다”며 “(관치금융과 관련해) 우려가 현실로 바뀌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당국이 채권시장의 자금 경색 확대 우려로 은행채 발행도 자제할 것을 권고하면서 은행 내부에서는 자금 마련이 향후 여의치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주요 자금원이 예·적금으로 한정되는 분위기에서 수시입출금식 예금마저 줄며 은행 유동성 비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11월에만 수시입출금식 예금은 전달보다 19조원 감소했고, 은행채 발행 규모도 1조2000억원 줄면서 두 달 연속 감소를 기록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당장 자금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은 아니지만, 예금 금리를 올리지 못하면서 차후 유동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특히 주담대의 경우 매달 증가하고 있어, 기업대출 수요도 높아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우 기자 ywlee@edaily.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에클스턴 전 F1 회장 내놓은 69대 경주차 매물 ‘8866억 원’ 추산

2세계 전기차 업계 한파 매섭다…잇단 공장 폐쇄·직원 감축

3'삼성동 집 경매' 정준하..."24% 지연손해금 상식적으로 말 안 돼"

4‘연구원 3명 사망’ 현대차 울산공장·남양연구소 11시간 압수수색

57조 대어 LG CNS, 상장 예심 통과…“내년 초 상장 목표”

6윤 대통령 “백종원 같은 민간 상권기획자 1000명 육성할 것”

7삼성전자, 반도체 위기론 커지더니…핫 하다는 ETF 시장서도 외면

8롯데 뒤흔든 ‘위기설 지라시’…작성·유포자 잡힐까

9박서진, 병역 면제 논란…우울·수면 장애에 가정사까지?

실시간 뉴스

1에클스턴 전 F1 회장 내놓은 69대 경주차 매물 ‘8866억 원’ 추산

2세계 전기차 업계 한파 매섭다…잇단 공장 폐쇄·직원 감축

3'삼성동 집 경매' 정준하..."24% 지연손해금 상식적으로 말 안 돼"

4‘연구원 3명 사망’ 현대차 울산공장·남양연구소 11시간 압수수색

57조 대어 LG CNS, 상장 예심 통과…“내년 초 상장 목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