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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땅 밟는 애플페이, ‘게임체인저’ 될까 [애플페이 상륙, 막오른 ‘페이시대’①]

금감원 약관심사 완료…내년 초 현대카드 독점 출시 예정
애플페이 성장세 가팔라…글로벌 사용자만 5억700만명
국내 가맹점, 낮은 NFC 단말기 보급률은 해결 과제

 
 
국내 애플스토어 3호점인 '애플 명동'에서 직원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애플의 비접촉식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가 8년 만에 국내에 상륙한다. 그동안 루머만 나돌던 애플페이의 국내 출시는 이번 금융당국의 약관심사 완료 사실이 전해지며 서비스 출시가 공식화됐다. 이에 애플페이가 한국의 결제시장을 뒤흔들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단말기 보급 등 사업 초기 넘어야 할 과제가 많아 예상보다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2위 결제사 된 애플…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폭풍성장’  

애플페이는 애플이 2014년 선보인 간편결제 서비스다. 아이폰의 기본 앱인 ‘애플 지갑(Wallet)’에 카드 정보를 저장해 사용한다. 오프라인에선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에 아이폰을 갖다 대면 실물 카드 없이 결제를 진행할 수 있다. 전 세계 74개국에서 사용 가능하다.
 
국내에선 애플페이가 생소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2020년 9월 기준, 사용자 수만 5억700만명을 넘어섰다. 글로벌 주요 결제사 가운데에선 지난해 알리페이와 마스터카드를 제치고 2위에 자리했다.
 
이처럼 애플페이의 글로벌 확장세가 뚜렷한 가운데, 올해 8월 애플과 현대카드가 독점 계약을 진행하고 애플페이를 론칭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달 5일에는 애플페이가 금융감독원의 약관심사를 통과하며 서비스 개시가 확실시된 분위기다. 업계에선 내년 초 서비스 시작을 전망 중이다.  
 
애플페이의 국내시장 진출에 업계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간편결제 시장 파이가 그만큼 성장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금액은 하루 평균 7232억원으로 2021년 하반기보다 10.7% 늘어났다. 같은 기간 이용건수는 8.3% 증가한 2317만건으로 나타났다. 이용금액과 이용건수 모두 2016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치다.
 
국내 아이폰 점유율이 높아진 점도 애플페이 도입의 기대감을 높였다. 트래픽 분석 사이트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34.1%로 집계됐다. 애플이 점유율 30%를 넘은 것은 2019년 2월 이후 처음이다. 11월 기준 30.66%로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30%대를 유지하고 있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갤럭시 유저들이 아이폰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이유로 ‘통화녹음’과 ‘삼성페이’를 꼽는다”며 “애플페이가 국내서 서비스된다면 아이폰 유저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과제는 NFC 단말기 보급…당국 해석 기로에 서 있어

일각에선 애플페이의 한국시장 진출이 큰 성과를 내지 못하는,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애플페이의 오프라인 결제에서 사용되는 NFC 단말기가 국내에 매우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국내에서는 대부분이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방식의 카드결제 단말기를 쓴다. 현재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약 300만개 중 NFC 단말기를 보유한 곳은 10%에 불과하다. 삼성페이의 경우 NFC와 MST를 모두 지원하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 자리 잡기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현대카드는 NFC 단말기의 보급 확대를 위해 설치 비용을 책임지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NFC 단말기 한 대 가격이 15만원 수준인데, 전국 가맹점에 보급 시 약 45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 비용을 현대카드가 모두 지불한다 해도 또 다른 걸림돌이 있다. 리베이트(부당 보상금) 제공을 금지한 여신전문금융업법(제24조의 2 제3항) 위반이 될 수 있어서다. 만약 위반으로 인정된다 해도 일반 가맹점주들이 개인적으로 비용을 들여 NFC 단말기를 설치할지도 불투명하다.
 
다만 지난 2019년 6월 금융위원회는 NFC와 같은 신기술을 활용한 간편결제 방식 개발 등 환경변화에 카드사가 적극 대응하기 위해 호환 단말기를 대형 가맹점에 무상 제공하는 경우에는 리베이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령해석을 내린 바 있다. 금융위는 이번 현대카드의 NFC 단말기 보급도 공익 목적인지, 단순 제휴사 거래 목적인지를 두고 검토 중이다.
 
또 금융당국은 국내 결제정보를 국외로 이전 승인하는 애플페이 결제 방식이 신용정보법에 저촉되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애플페이는 국내 결제정보를 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카드(EMV) 결제망에서 승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때 국내 결제자들의 신용정보 유출 우려가 없는지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EMV 결제정보는 토큰화되기 때문에 기술·보안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2014년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태 등 전례가 있어 조심스러워 하는 당국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대카드와 애플이 보안 문제와 NFC 단말기 보급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애플페이의 국내 사업전망이 다소 불투명하다”면서도 “NFC 단말기 없이 결제 가능한 신기술이 보급되면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젊은 층 공략에 집중하는 현대카드에게 NFC 단말기 부족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미 2030세대가 자주 방문하는 주요 커피숍이나 편의점, 일부 상점에는 NFC가 설치돼있거나 늘어나는 추세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만 18~29세 아이폰 사용률은 52%로 과반이었으며, 30대도 43%로 나타났다. 현대카드는 애플과의 계약 기간이 1년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 동안 아이폰 주 이용자만 공략해도 나름 성공적인 결과라고 판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른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아이폰을 주로 사용하는 2030세대를 미래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애플페이와 전략적으로 독점 계약을 맺은 것 같다”며 “NFC 단말기 보급률이 저조하다곤 하나 젊은 층이 자주 이용하는 편의점이나 대형 프랜차이즈는 이미 단말기를 갖춘 곳이 많기 때문에 이 또한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형준 기자 yoonb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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