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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 불안한 중기, ‘긴축 경영’ 예고 대기업보다 많아

내년도 경영계획 초안도 못 짠 곳 45%
투자‧채용 등 ‘올해 수준 유지’ 많은 점은 안도

 
 
 
지난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3회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에서 참가자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확대경영보다 긴축을 계획하는 국내 기업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자금 사정이 상대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더 긴축경영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글로벌리서치와 전국 30인 이상 기업 240곳을 대상으로 ‘2023년 기업 경영전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의 45.8%가 내년 경영계획의 초안도 수립하지 못했다고 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초안을 수립했다고 답한 기업은 41.3% 수준이었지만, 최종안까지 확정했다고 답한 기업은 12.9%에 불과했다.  
 
주목할 점은 내년도 계획을 세웠다고 밝힌 기업 중 긴축경영을 예고한 곳이 확대경영을 언급한 곳보다 많았다는 것이다. 응답 기업 중 확대경영을 계획한 곳은 9.2%, 긴축경영을 할 것이라고 말한 기업은 22.3%에 달했다.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현상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힌 곳이 68.5%에 달해 경영 환경에 대한 불안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지만, 문제는 따로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긴축 계획을 더 많이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 가운데 긴축경영을 예고한 곳은 12.8%, 중소기업은 27.7%로 집계됐다. 반면 확대 경영을 예고한 곳은 대기업이 10.6%, 중소기업은 8.4%로 대기업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대기업보다 투자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은 장기계획을 세우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 전망이 어둡거나 불안하면 투자를 중단하는 일이 많다고 말한다. 반면 대기업은 큰 틀에서 경기 전망이 급변하지 않는 이상 미리 계획했던 투자를 이어가는 경향이 있어 긴축이나 확대 경영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년 ‘긴축경영’을 예고한 기업들의 경우 전사적 원가절감(72.4%), 유동성 확보(31.0%), 인력운용 합리화(31.0%) 등을 이유로 들었다. 경총은 “내년도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고물가・고금리 지속 등 어려운 경제 상황에 대비해 대다수의 기업이 전사적 원가절감을 통한 비용 감축을 긴축경영의 최우선 순위로 꼽은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자금 상황에 대해서는 응답 기업의 50.5%가 ‘내년 자금 사정이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는 괜찮지만, 내년에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 기업이 24.2%, 지금은 물론 내년에도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한 곳은 26.3%였다.  
 
이에 따라 투자와 시장도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투자축소(17.7%)를 계획한 기업이 확대를 언급한 기업(15.4%)보다 다소 많았다. 특히 중소기업(21.7%)이 대기업(10.6%)보다 투자를 줄이겠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다만 채용 시장에 급격한 한파는 없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올해 수준으로 채용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답한 곳이 61.5%, 채용을 늘리겠다고 답한 기업은 24.6% 수준이었다. 채용을 줄이겠다고 계획한 곳은 13.8%로 집계됐다. 올해 정부가 제출한 법인세제 개편 법안이 통과돼 법인세 부담이 감소할 경우, 응답 기업의 85.0%가 ‘일자리 창출 및 투자 확대’ 같은 기대효과가 예상된다고 답했다.
 
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상당수 기업은 2024년이 돼야 경기가 회복될 것(51.3%)으로 전망했다. 2023년 하반기라고 답한 기업은 25.0%, 2025년 이후로 예상하는 곳은 22.9%로 나타났다. 내년 상반기에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보는 기업은 0.8%에 불과했다.  
 
경총은 “내년 우리 경제가 1%대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업들은 내년 투자 및 채용계획을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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