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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블록버스터’ 찾아라…2022년 눈길 끈 글로벌 제약사 M&A는 [2022년 제약사 M&A 훑어보기①]

암젠, 호라이즌 인수에 278억 달러…2022년 최대 규모
100억 달러 넘는 ‘메가 딜’은 소수…인수 건수는 늘어
“2023년도 거래 규모 비슷할 듯”…M&A 자체는 활발

 
 
암젠은 2022년 12월 호라이즌 테라퓨틱스(호라이즌)를 278억 달러(약 36조원)에 인수한다고 밝히면서 2022년 최대 규모의 거래를 성사시키게 됐다. 사진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암젠 사옥. [REUTERS=연합뉴스]
글로벌 제약사들은 인수합병(M&A)을 통해 파이프라인을 확보한다.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될 치료제는 물론 치료제를 개발한 기업까지 사들여 플랫폼과 원천기술, 연구개발(R&D) 역량을 모두 확대하기 위해서다. 파이프라인은 임상 단계가 초기일수록 가격이 저렴하다. 우수한 치료제를 개발할 기업들의 ‘떡잎’을 알아보는 회사가 조 단위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차지할 공산이 크다.
 
2022년 글로벌 제약사들의 눈은 ‘알짜 매물’에 쏠렸다.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경기가 악화일로를 걸었지만, 기업들은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았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현금 창고를 채운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업들이 좋은 매물을 찾아 M&A 시장에 자금을 쏟았다. 글로벌 기업 중에선 특허 만료를 앞둔 블록버스터 의약품에 의존해온 기업들이 ‘넥스트 블록버스터’ 찾기에 몰두했다.
 
기업들은 차세대 치료제에도 주목했다. 새로운 방식으로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의약품을 발굴하는 데 경기 침체가 넘어설 수 없는 장애가 되진 못했다. 오히려 풍부한 유동성으로 기업 가치가 부풀었던 바이오 기업들의 몸값이 하락하면서 2022년 말에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공격적으로 M&A를 추진할 만한 상황이 됐다. M&A 기회를 노려온 글로벌 제약사들엔 2022년이 사냥의 시간이었던 셈이다.
 

2022년 최대 ‘딜’ 암젠의 호라이즌 인수…278억 달러 규모

글로벌 기업들의 ‘매물 찾기’는 2022년 봄부터 겨울까지 이어졌다. 여러 글로벌 제약사가 M&A 기회를 엿본 가운데 암젠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2022년 성사된 거래 중 최대 규모의 M&A를 성사하면서다. 암젠은 2022년 12월 아일랜드의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기업 호라이즌 테라퓨틱스(호라이즌)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가 호라이즌 인수에 쏟을 금액은 278억 달러(약 35조원)다. 암젠은 2022년 8월 항호중구세포질항체(ANCA) 혈관염 치료제를 보유한 케모센트릭스와 37억 달러(약 5조원) 규모의 M&A도 결정한 바 있다.
 
호라이즌을 인수하려고 했던 기업은 암젠뿐만이 아니다. 사노피와 존슨앤드존슨(J&J) 등도 호라이즌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호라이즌은 블록버스터 의약품 ‘테페자’를 가지고 있어 M&A 시장에서 매력적인 매물이었기 때문이다. 테페자는 갑상선 안병증 치료제로 쓰이는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 1(IGF-1)형 수용체 억제제다. 미국에서 상용화된 의약품 중 유일한 갑상선 안병증 치료제기도 하다. 호라이즌은 2021년 테페자로만 16억2500만 달러(약 2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화이자도 2022년 세 건의 M&A를 결정하며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 실적을 끌어올린 만큼 세 자릿수의 규모 있는 거래를 추진했다. 편두통 치료제를 개발해 미국 시장에 판매 중인 기업 바이오헤븐 파마슈티컬(바이오헤븐) 인수가 대표적이다. 화이자는 2022년 5월 바이오헤븐을 116억 달러(약 15조원)에 사들였다. 영국의 신약 개발 기업을 인수한지 한달만에 100억 달러 이상의 ‘메가 딜’을 체결한 것이다. 회사는 2022년 4월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 치료제 개발 기업인 리바이럴을 인수했다. 이후 8월에는 적혈구 질환 치료제 개발 업체 글로벌 블러드 테라퓨틱스(GBT)를 사들였다. 두 기업을 인수하는 데 각각 5억2500만 달러(약 6658억원), 54억 달러(약 7조원)를 썼다.
 
J&J는 의료기기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M&A를 활용했다. 2022년 11월 심장 및 혈관 관련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에이바이오메드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인수 규모는 166억 달러(약 21조원)로 암젠의 호라이즌 인수를 뒤따르는 규모 있는 거래다. 에이바이오메드는 심장마비와 심부전 등 심혈관 질환을 치료할 때 쓰는 펌프 등 의료기기를 공급하는 업체다. J&J는 에이바이오메드를 통해 의료기술(메디테크·MediTech) 사업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호아킨 두아토 J&J 최고경영자(CEO)는 에이바이오메드 인수를 발표하며 “J&J는 제약과 의료기술을 전략적인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며 “이번 인수는 회사의 목표 달성과 전략 실행에서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라고 했다.
 

2023년 제약·바이오 M&A 시장…“종양학·면역학에 주목”

글로벌 제약사들이 2022년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추진한 M&A 중 ‘메가 딜’은 아쉽게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암젠과 화이자를 제외하면 규모 있는 거래를 성사시킨 기업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기업들의 M&A 건수는 이전보다 다소 늘었다. 미국의 바이오 전문 매체인 바이오 스페이스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제약사가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추진한 M&A는 31건이다. 시장조사기관 키메라 리서치 그룹에 따르면 이 분야의 M&A는 2021년 25건, 2020년 23건, 2019년 28건을 기록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한 동안 30건 미만이던 M&A 건수가 2022년에 늘어난 것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2023년에도 유망한 기업과 파이프라인을 찾아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회계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2023년 미국의 제약 및 생명과학 분야 거래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23년 제약과 바이오, 의료기술, 의료서비스 등 분야에서 최대 2750억 달러(약 349조원) 규모의 M&A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종양학과 면역학은 물론 중추신경계 및 심혈관계 질환, 백신 등을 업계가 주목할 것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최근 보도를 통해 2023년 헬스케어 분야의 M&A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했다.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이 생각하는 기업 가치의 격차가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판단에서다.

선모은 기자 su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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